▲천사와 부모불치병을 앓은 딸의 부모 닮지 않게 밝다.
최종수
"큰 아들이 고려대에 합격했어요. 오빠가 다닐 학교를 구경시켜주겠다고 동생을 데리고 전주에서 서울까지 갔습니다. 휠체어에 태워서 학교 구석구석을 설명해 주는 거예요. 엄마 아빠도 모르니 오빠는 당연히 모르는데, 그 동생에게 학교 구경을 시켜주는 아들이 얼마나 고마운지요. '아버지 걱정 마세요. 재희가 시설에 가 있어도 한 달에 한번 정해놓고 보러 갈게요.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니까, 내 와이프와 만들어서 가지고 갈게요'하는 거예요. 그런 동생을 위해 연습한 요리 솜씨가 수준급입니다. 이런 아들의 고운 마음도 우리 딸아이가 만들어준 선물이죠."
"우리 아이는 다운증후군처럼 얼굴이 이상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멀리 하지는 않으니까 다행이에요. 보는 사람마다 천사 같다고 하니까요."
불치병을 앓은 자식을 둔 것도 가슴 아픈 일인데 사회의 편견까지 존재하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뼈아픈 고백이 아닐 수 없다. 장애나 불치병은 천 명이나 만 명 중에 한 사람이다. 나도 그런 장애자로 태어날 수 있었고, 우리 모두는 예비 장예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장애나 불치병은 나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붕어가 물속에 살기 때문에 물의 존재를 모른다고 한다. 건강하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들인데, 무엇이 행복인지도 모르고 행복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우리들의 모습. 우리의 행복은 어쩌면 장애나 불치병을 앓는 사람들 덕분인지도 모른다. 내가 앓아야 할 병을 대신 앓아주는 사람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나 불치병을 앓는 이들을 사랑의 눈빛으로 본다면 그 눈길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을까. 또 다른 나일 수 있는 그들을 위해 봉사하는 손길이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을 가져다주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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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 기자는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일꾼으로,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으로 2000년 6월 20일 폭격중인 매향리 농섬에 태극기를 휘날린 투사 신부, 현재 전주 팔복동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하고 있습니다.
'첫눈 같은 당신'(빛두레) 시사 수필집을 출간했고, 최근 첫 시집 '지독한 갈증'(문학과경계사)을 출간했습니다. 홈피 http://www.sarang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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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밥먹고 똥만 싸지만 그래도 내딸은 하느님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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