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 뉴스>는 주요 사실 보도와 맹목적으로 미국 우월주의적인 수구인사들을 동원한 대담 프로그램을 섞은 편집으로 꾸준히 시청률을 늘려왔다. 오른쪽 사진은 폭스 뉴스의 백악관 관련 보도 장면.
위키디피아 공공자료실, 폭스뉴스 화면
미국 언론 기제의 두 번째 요인은 시장 점유율 지상주의로서 방금 말씀드린 상업주의인 성격과 상관이 있습니다. 미국 언론의 근원적이고 항구적인 공포는 바로 시청률의 저하, 구독률의 저하입니다.
제가 첫 번째 편지에서 '미국예외주의'가 미국인 세계관의 기초라고 이야기한 것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미국예외주의는 또한 미국 언론이 자국 시민들을 대상으로 정보를 전하는 기본 틀이기도 합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듯, 대부분 미국인들은 미국이 세상에서 제일 살기 좋은 곳이며 미국인으로 태어난 것은 더할 수 없는 행운이고 축복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인들은 세계 거의 모든 곳이 미국보다 못하다, 즉 미국보다 덜 안전하고, 덜 자유롭고, 못 배우고, 못 먹고, 못 산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미국인도 그저 미국인이란 것만으로도 자랑스럽고 잘났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미국인들이 해외 뉴스나 여타 프로그램에서 보고 싶어 하는 것은 그들의 세계관에 부합되고 그들이 깔보아 마땅한 가난하고 열등하거나 적대적인 사람들입니다. 타국인들의 열등함은 미국인의 우월함을 반증하는 것이니까요.
미국 주류 언론은 대중의 입맛에 맞는 미국예외주의와 '묻지마' 애국주의를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부추김으로써 그들의 이윤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무식하고 게으른 시청자를 가르치는 건 '자살행위'언론 기제의 세번째 요인은 미디어의 소비자인 미국 대중의 태도입니다. 미국식 민주주의가 중우정치의 성격을 나타내는 이유는 좀 더 설명이 필요합니다. 토크빌은 일찍이 1815년에 출간된 저서에서 미국인의 집단 자아도취와 과대망상증을 지적했습니다.
미국인들은 만인이 근본적으로 평등하다고 믿으며, 남들이 자신보다 지적으로 우수하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합니다. 그보다는 만인이 자기와 비슷하거나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편이 마음 편하고 자존심도 지킬 수 있지요. 누가 어떤 의견을 내놓든지 내 의견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생각을 확대하면,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이 가치있는 의견과 지식이 있다는 미국인들의 일반적인 신념으로 발전됩니다.
나아가 미국인들은 각자가 스스로의 삶과 운명을 결정할 능력과 자유가 있다고 믿기에, 지속적인 자기 계발과 교육과 비판적인 사고에 힘쓰기보다는, 이미 갖고 있는 신념과 정서를 재확인하는 편을 선호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대중이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사고방식을 가르치는 뉴스나, 다수 미국인들이 굳게 믿고 있는 신념에 배치되는 분석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합니다. 복잡한 사고를 요구하는 난해하고 심층적인 보도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이 별로 훌륭하지 못하다거나 세계에서 제일 좋은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는 보도 역시 전혀 인기가 없습니다. 언론이 이윤추구를 목표로 하는 한 언론은 시청자의 요구에 부합하는, 돈이 되는 보도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식한 시청자들의 편견을 수정하고 게으른 시청자를 가르치려는 노력은 자살행위가 됩니다.
미국인들이 믿고있는 '사실무근'의 이라크 루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