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와 종묘제례악 '국악판 열린음악회'

나라음악큰잔치, 서울 찍고 춘천, 거제, 남원으로!

등록 2007.10.31 16:26수정 2007.10.3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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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0일부터 30일까지 삼성동 코우스에서 열린 나라음악큰잔치 '한국음악의 재발견'에서 종묘제례악 보태평을 연주하는 모습.
10월 20일부터 30일까지 삼성동 코우스에서 열린 나라음악큰잔치 '한국음악의 재발견'에서 종묘제례악 보태평을 연주하는 모습. 김기
10월 20일부터 30일까지 삼성동 코우스에서 열린 나라음악큰잔치 '한국음악의 재발견'에서 종묘제례악 보태평을 연주하는 모습. ⓒ 김기

처음 유네스코에서 종묘제례악을 세계인류구전문화유산(아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자 국내는 물론 아시아가 깜짝 놀랐다. 종묘제례악은 중국에서 시작한 궁중음악의 하나로 원형에 얽매이는 고답적 시각으로 본다면 있을 수 없는 일에 가까운 사건이었다. 본토를 젖히고 한국의 종묘제례악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배경은 결코 단순하지 않겠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전승의 가치를 높이 살 만한 훌륭한 현존의 상태를 이어왔다는 것이다.

 

중국은 문화혁명 등의 영향으로 왕실이나 유교문화에 대해 긴 시간 배척한 반면 한국은 식민지의 고난을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그 전통을 지켜온 보람을 얻게 된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2년마다 한번씩 지정하는 세계문화유산에 연이어 우리 판소리가 지정된 것이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려는 각국의 노력과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이 연거푸 지정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전통문화계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그를 계기로 해서 전에 없던 여러가지 일들이 잇따랐다. 옛 왕조의 낡은 유물로 치부했던 시선에서 세계에 자랑할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바뀌었으며, 지자체나 시민들도 과거와 다른 애정과 자부심으로 우리 문화유산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국악원 등 담당기관에서도 그것에만 매달릴 수도 없는 상황인 까닭에 잠시 언론과 문화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세계문화유산은 점차 등재 이전의 잠잠한 시절로 되돌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민간 단체인 정재연구회나 세계문화유산기념사업회 등 일부 단체만이 종묘제례일무와 판소리에 대한 지속적인 사업들을 진행해오고 있을 뿐이다.

 

걸작을 보유하고 있다는 자부심만 존재할 뿐 그에 상응하는 정책적 배려가 없는 것이 현재 우리 세계문화유산이 처한 현실이다. 그런 속에서 지난 10월 20일부터 삼성동 코우스(한국문화의 집)에서 30일까지 9일간 벌인 공연이 주목을 받고 있다. 나라음악큰잔치(조직위원장 권오성)가 이 자랑스러운 두 세계문화유산을 한 무대에 올려 많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그 멋과 가치를 경험케 한 것은 대단히 다행스러운 일이자, 신선한 기획이었다.

 

 종묘제례악 연주 장면
종묘제례악 연주 장면김기
종묘제례악 연주 장면 ⓒ 김기

한 무대 오르기 어려운 종묘제례악과 판소리의 만남

 

보통 종묘제례악과 판소리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공통점 말고는 같은 무대에서 감상하기란 좀처럼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판소리 공연이 빈번하게 열리는 편이고, 종묘제례악도 그보다는 부족해도 더러 공연되지만 이 둘을 동시에 보는 일은 이전에는 없었던 일이다. 두 종목을 전공하는 이들에게는 그렇다 할지라도 단지 그것을 보고 감상할 일반인에게 둘은 그저 우리의 전통문화의 하나일 뿐이라는 시각 변화로 가능했던 일로 보인다.

 

1부는 종묘제례악을, 2부에서는 판소리를 간략한 해설을 곁들인 점도 돋보였다. 보통의 경우 음악회에서 말을 하는 것은 방해가 되는 일이나 아직 판소리도 그렇거니와 특히 종묘제례악에 대해서는 기초적인 지식도 없는 것이 청중들의 사정이고 보면 올바른 감상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라 여겨졌다. 더욱이 만담꾼 같은 입담을 자랑하는 사회자(진옥섭)의 구수한 설명으로 젊은 청중들의 이해를 쉽게 이끌었다.

 

또한 멀리서나 볼 수 있었던 악사와 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종묘제례악을 처음 대하는 청중들에게 좀 더 친근감 있게 다가설 수 있었고, 자연 그대로의 소리를 감상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다만 공연장이 너무 협소해 종묘제례악이 본래 담고 있는 장엄함은 조금 감소한 듯한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200여석에 불과한 객석수는 부족함이 있었다.

 

그러나 극장 자체는 작았으나 어느 때보다 큰 무대였다. 집사에 종묘제례악 이상용 전수조교, 집박에 종묘제례악 최충웅 보유자 후보, 일무에 종묘제례 김영숙 일무 전수조교, 제례 노래를 뜻하는 악장은 이동규 가곡보유자 후보, 황규남 가사보유자 후보 등 종묘제례악을 연주함에 있어서 최고의 캐스팅이었고, 국립국악원 정악단 김한승 예술감독도 무대 중앙에서 아쟁을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청중들은 사회자의 해설에 따라 각 악기와 의물들을 하나 하나 확인할 수 있었고, 그저 듣기만 했다면 좀처럼 구분하기 어려운 종묘제례악 보태평과 정대업을 비교해가며 감상할 수 있었다. 또한 그때마다 달라지는 일무(종묘제례에 씌이는 춤)의 문무와 무무의 미세한 차이에 대해서도 눈여겨 볼 수 있었다. 또한 가곡 보유자 후보인 이동규 선생과 함께 보태평 중 전폐희문 한 대목이나마 함께 불러볼 기회를 가졌다.

 

 30일 판소리 공연은 전남대 전인삼 교수가 맡았다. 아마 현존 명창 중 흥보가를 가장 맛깔나게 부르는 사람 중 하나일 전 교수는 이 날 역시 흥보가로 청중들의 흥을 돋우웠으며, 박타령 한 대목을 무릎장단을 가르쳐가며 청중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가졌다
30일 판소리 공연은 전남대 전인삼 교수가 맡았다. 아마 현존 명창 중 흥보가를 가장 맛깔나게 부르는 사람 중 하나일 전 교수는 이 날 역시 흥보가로 청중들의 흥을 돋우웠으며, 박타령 한 대목을 무릎장단을 가르쳐가며 청중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가졌다김기
30일 판소리 공연은 전남대 전인삼 교수가 맡았다. 아마 현존 명창 중 흥보가를 가장 맛깔나게 부르는 사람 중 하나일 전 교수는 이 날 역시 흥보가로 청중들의 흥을 돋우웠으며, 박타령 한 대목을 무릎장단을 가르쳐가며 청중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가졌다 ⓒ 김기

1부 종묘제례악이 같은 내용으로 반복됐지만 2부 판소리는 20일부터 30일까지 9일간 매일 다른 소리꾼이 무대에 섰다. 김수연 명창부터 갓 서른도 못된 이자람에 이르기까지 중견과 소장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무대로 구성했다. 서울에서의 마지막 공연인 30일에는 남원 소리의 대통을 잇는 전남대 전인삼 명창이 등장해 흥보가를, 그 아니면 맛보지 못할 빼어난 발림과 토속의 성음으로 청중을 즐거움으로 이끌었다.

 

그로써 청중들은 극상의 왕실문화와 민간 음악의 꽃인 판소리를 한자리서 즐기는 행운은 안게 되었다. 공연은 두 시간 조금 넘게 소요되었으니 음악공연으로써는 조금 긴듯하였으나 극장문을 나서는 청중들의 모습은 모두 밝았다. 종묘제례악을 처음 봤다는 송파구 이미경씨는 “음악이 단조로운 듯 대단히 깊은 맛을 지녔다. 기회가 된다면 전곡을 다 듣고 싶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나라음악큰잔치에서 '한국음악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벌인 종묘제례악과 판소리의 만남은 서울 공연을 마치고 11월에는 지방 몇 곳을 돈다. 14일에는 춘천문화예술회관, 21일에는 거제문화예술회관 그리고 마지막 30일에는 남원의 국립민속국악원에서 공연한다. 세계문화유산은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니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미 관람신청을 했다고 한다. 이 공연의 관람은 모두 무료로써, 나라음악큰잔치 홈페이지(www.gugakfestival.or.kr)에 들어가서 신청할 수 있다.

2007.10.31 16:26ⓒ 2007 OhmyNews
#나라음악큰잔치 #종묘제례악 #판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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