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전(炭生展)’을 기획한 서예문인화가 효산 장철수
최용호
11월 한 달간 부산국제아트타운 ‘바스키아 갤러리’가 주최하고 자갈치회센터 3층 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탄생전(炭生展)’은 이처럼 독특한 신소재, ‘참숯패널’을 활용한 서예문인화 작품 50여점을 선보이고 있어 ‘화선지’만을 고수해온 서예문인화계에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
‘탄생전(炭生展)’의 주인공 문인화가 효산 장철수는 “숯판에 금분을 이용하여 붓글씨와 문인화를 그리다보니 기존에 작업하던 화선지와 먹의 전통적인 느낌을 전혀 찾을 수 없어 세간의 웃음을 간혹 받아왔었다”고 고백했다.
그렇지만 그는 “불사르고 난 뒤 시커먼 숯덩이에 불과한 숯판이 방습, 항균, 탈취, 원적외선 조사 등의 극대화된 효능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참숯을 패널 삼아 그 위에 서예문인화를 입히면 단지 장식용 작품만으로 끝나지 않고 인체에 건강을 제공해주는 일석이조의 작품을 창조해낼 수 있다는 발상에 이르게 됐다”고 전했다.
<탄생(炭生)-참숯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다>라는 이번 전시회의 이름도 그러한 발상에서 나온 것.
국내 서예문인화계에서 ‘참숯패널’을 원재료로 사용한 것은 이번 전시회가 최초라고 한다. 새로운 시도는 늘 세인들의 비평을 듣게끔 돼 있는 법. 효산 장철수도 ‘황당하다’는 세평을 듣고 적잖이 ‘민망했다’고 한다.
더구나 화선지에 그리던 붓의 느낌을 거친 숯판에 옮긴 것이니 손끝에 전달되는 거친 이질감에 시행착오도 많았다고. 점잖아야 되고 보수적이어야 하는 서예문인화가로서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을 터.
그렇게 힘이 많이 들었던 작업이지만, 전시장에 채려놓고 보니 보람도 크다. 시커먼 참숯패널 바탕 위에 금분이 얹히니 작품 하나하나가 놀라울 만큼 화려하고 눈부시기 때문이다.
'터부(TABOO)'를 깬 즐거움이 바로 이럴까.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하던가.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금빛 찬란한 붓글씨와 동양화를 보고 탄성을 내지른다.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마당이라 글씨 한 획, 그림 한 폭이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딱딱한 숯판에 뻑뻑한 금분을 칠하면서 내 삶이 이처럼 거칠고 척박하지 않을까 헛웃음을 지어도 보고, ‘숯판에다 어이 그러시오’ ‘문인화가가 먹과 화선지에 작품을 해야 맞지 않겠소’라는 다소의 비아냥과 조롱도 들어보았습니다.”“칭찬같은 것은 듣고 싶지도 않습니다. 어차피 외도는 신선해야 시작이 가능한 것, 내 속에 깊이 차 있는 잡내까지도 숯이 좀 잡아먹어버리면 하는 객쩍은 기대를 해봅니다. 이렇게 전시장 문을 열어놓았으니 오신 분은 잠시 눈요기만 하고 헛기침은 집어 삼켜주십시오.”효산 장철수씨는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시(詩)와 서(書)와 화(畵)를 함께 다루는 서예문인화가답게 이처럼 따스한 감성과 겸양의 덕을 갖춘 인사말을 남겼다.
바스키아 갤러리 손정금 관장은 축사를 통해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 숯이 되어버린 아픈 시대의 아픔 사람들까지도 장차 금분처럼 빛나는 삶이되시길 기원한다”고 좌중을 축복했다.
효산 장철수의 ‘탄생전(炭生展)’은 부산 자갈치회센터 3층에 위치한 부산국제아트타운 바스키아 갤러리에서 11월 한 달간 열린다. 문의는 051-243-3001.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탄생전(炭生展) "참숯에 새 생명을 불어넣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