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국민 앞에 다시 섰다. 3년 8개월 만이다. 이 전 총재가 마지막으로 한 대국민 기자회견은 지난 2004년 3월 9일이다. 검찰의 불법대선자금 중간 수사 결과와 관련해서였다.
3년 8개월만에 국민 앞에 선 이회창... 표정은 '비감'
회견장인 남대문로 단암빌딩 5층. 정확히 오후 1시 59분 이 전 총재가 들어섰다. 남색 정장에 흰색 줄무늬 셔츠, 연두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일제히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연단에 선 이 전 총재는 약 30초간 좌우를 번갈아 보며 사진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했다. 입꼬리를 지그시 올렸지만, 다소 긴장한 듯 보였다.
회견문을 읽어내려가면서는 점점 비감해졌다. '사죄' '용서' '처절'이란 단어도 나왔다. 정계은퇴 선언을 뒤집게 된 심경을 설명하면서다. 착잡하다는 듯 2~3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이 전 총재는 자신의 상황을 "처절하고 비장한 심정"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두 번의 대선 때와 달리 "혈혈단신으로" 철저히 홀로서기를 하겠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국민 감정을 자극해 호소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 전 총재는 "정치에 뛰어든 11년 전 처럼 다시 혈혈단신으로 국민 앞에 섰다"며 "저는 모든 것을 다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총재는 "저에게는 정당과 같은 조직의 울타리도 없다. 평생을 지켜왔던 개인적 명예와 자존심조차 다 버렸다"며 "이제 저에게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동지들 떠나는 심경 처절"... 한동안 말 못 잇기도
자신이 만든 한나라당을 떠나는 심경에 대해선 "처절하다"고 말했다. "지난 두 차례의 대선에서 저를 위해 불철주야 뛰면서 헌신했던 동지들을 뒤로하고 떠난다"는 대목에선 4~5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숨을 고른 뒤 입을 뗀 그는 "이 처절한 심정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느냐"며 "저로 인해 분노하고 상처받는 당원 동지들이 있다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 동지 여러분의 돌팔매를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은 취재진에게 예고된 대로 정확히 이뤄졌다. 사전에 이채관 보좌관은 회견문의 원고 분량을 "15분"이라고 알린 바 있다. 이 전 총재가 미리 읽어보니 15분이 걸리더란 얘기다.
실제 이 전 총재의 회견문 낭독은 정확히 15분이 소요됐다. 5년만의 정치 재개 선언인만큼 사전에 이 전 총재가 치밀하게 예행연습을 해봤던 것으로 짐작된다.
회견을 마친 이 전 총재의 얼굴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회견장을 나서기 전 그는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회견 중 일부 측근 눈물 보이기도
이날 회견 중에는 이흥주 특보, 이채관 보좌관, 최형철 호원대 교수, 구범회 전 언론특보 등이 이 전 총재 곁을 지켰다. 15년째 이 전 총재를 보좌하고 있는 이 특보는 감정이 북받친다는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회견장에는 취재진만 150여명이 몰렸다. <오마이TV>와 KBS를 비롯한 방송 5사가 모두 회견을 생중계했다.
2007.11.07 16:44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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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8개월만에 국민 앞에 선 '창'... 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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