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이명박 대세론은 끝났다"

[관훈토론] "이제 대선 시작"... 민병두 "이명박보단 이회창 경계"

등록 2007.11.07 19:02수정 2007.11.0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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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영 후보(자료사진).
정동영 후보(자료사진).권우성
정동영 후보(자료사진). ⓒ 권우성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7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무소속 대선 출마 선언과 관련 "지금까지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은 어제로서 끝났다"며 "오늘부터 6주간의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정동영 후보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관훈클럽 초청 토론에서 이같이 말하고 "이회창 후보의 등장으로 이번 대선이 과거세력 대 미래세력의 한판 승부라는 전선이 분명해졌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아닌 '이회창'으로 수정 조준?

 

정동영 후보는 이어 "김대중·노무현 후보와 대결해서 심판받았던 이회창 후보가 이번에는 정동영을 상대로 대결하게 됐다"며 "이회창 후보를 상대로 역사의 퇴행을 막기 위해서 분연히 싸워서 이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마치 본선의 최종 과녁을 '이명박'이 아닌 '이회창'으로 수정 조준한 듯한 분위기다.

 

정 후보는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로 정 후보가 지지율 3위로 밀려났는데, 이런 구도가 계속 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고정불변이라면 재미 없다. 오늘부터 시작"이라면서 "이회창 후보의 등장으로 정책이 실종되고 선거가 정치화 되는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제가 미리 1등을 했다면 이회창 후보가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여유를 보였다.

 

정 후보는 "이회창·이명박 두 후보 중 한 명과 양강 구도가 된다면 어느 후보에게 더 승산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한 분은 경제적 부패로부터, 한 분은 정치·선거부패, 이른바 차떼기 사건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며 "저울대에 달았을 때 어느 쪽이 무거운지 모르겠지만 둘 중에 누구와도 자신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정동영 후보측은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가 이명박 후보의 고공 지지율 행진을 무너뜨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종국에는 최종 대선 상대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회창 전 총재를 부각시켜 보수진영 내부의 균열을 유도해 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는 민병두 의원이 이날 CBS 뉴스레이다 대담에 출연해 "이명박 후보는 낙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 전 총재를 좀더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민병두 의원은 이달 중순 경 김경준씨가 소환되는 시점에서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에 변동이 올 것으로 전망했다. "이명박 후보는 10%대로 떨어지고, 이회창 전 총재는 30%대까지 올라갔다가 거품이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범여권 후보통합은 11월 25일 이전에"

 

정동영 후보는 이날 관훈토론에서 범여권 후보단일화 시점과 관련 "당내 비공식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대화채널을 가동하고 있다"며 "가능하면 (11월 25일) 후보등록 전에 범여 후보통합을 만들어낼 작정"이라고 밝혔다.

 

정 후보는 민주당, 민노당, 창조한국당, 시민단체에 '반부패 연석회의'를 제안한 것과 관련 "언론은 연석회의가 후보통합의 전초전이라고 생각하는데, 직간접적으로 영향은 있겠지만 내용이 다르다"며 "후보통합의 대상은 민주당, 창조한국당, 대통합민주신당"이라고 말했다.

 

후보단일화 방식으로는 "정치적 결단과 국민의 선택이 다 포함될 수 있다"면서도 "5년 전에는 여론조사를 통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가 감동이 있었지만, 이번에 그런 방식이 신선한 감동을 줄 것 같지는 않다는 데 고민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에 대해 "참여정부의 책임으로부터 도망칠 생각은 없다"면서도 "제가 승리한다면 참여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정신, 다른 테제를 가지고 정부를 조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학과 역사성, 뿌리는 인정하나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 새로운 정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편 정 후보는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에 대해 "이런 문제는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며 거듭 특검제 도입을 주장한 뒤, "대통령이 되면 검찰, 국세청, 재경부 등 권력과 힘 있는 기관에 대한 대개혁에 착수하겠다. 재벌과 유착을 확실하게 끊겠다"고 다짐했다.

 

정동영 "대선레이스 이제부터 시작"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 다음은 관훈클럽 패널리스트들과 정동영 후보가 나눈 일문일답.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를 어떻게 보나.

▲11월 7일 오늘이 앞으로 6주간 17대 대선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은 어제로서 끝났다. 옳고 그름의 기준인 양식과 사회적 통념인 상식에 비춰볼 때 두 가지 다 어긋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 책임은 민심을 얻지 못한 범여권 정치인에게도 있다.

어쨌든 이 전 총재의 대선출마로 과거세력 대 미래세력의 한판 승부라는 의미가 분명해졌다. 이 전 총재의 출마는 민주주의의 퇴행이다. 이 전 총재를 상대로 역사의 퇴행을 막기 위해 분연히 싸워서 이기겠다는 각오를 말씀 드린다.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재에 밀려 3위로 떨어졌는데.

▲국민은 이제부터 냉정한 눈으로 따져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전 총재의 등장으로 정책이 실종되고 정치화된 선거로 가는 것이 안타깝다. 그동안 이명박 후보와 어떻게 다른가를 설명하는 데 집중했는데 그때만 해도 이 전 총재가 나올 줄 몰랐다. 이제 시작이니까 이명박, 이회창과 어떻게 다르고 참여정부와 어떻게 다른가를 국민에게 설명하고 파고들겠다.

--권역별로 정 후보에 대한 지지율 편차가 크다.

▲수도권 유권자에게 어필하도록 노력하겠다. 20~30대 젊은이들이 10년전, 5년전 새 정부 창출의 원동력이 됐지만 이번에는 그 동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이번 선거가 과거행위냐 미래행위냐 하는 선택의 성격이 분명해지면 20~30대가 과거형 리더십에 미래를 걸지 않을 것이다. 저는 2002년 부산에서 노무현 후보가 얻은 29%보다 더 얻을 자신이 있다.

--이명박, 이회창 두 후보 중 누가 더 승부하기 편한가.

▲둘 다 자신있다. 두 분 다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할 업보들이 있다. 한 분은 경제적 부패의혹을 설명해야 하고 또 한 분은 정치부패, 선거부패, 이른바 차떼기의 사건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것을 저울대에 달았을 때 어느 쪽이 더 무거운지 현재로선 잘 모르겠다.

--반부패 연석회의를 제안했는 데 후보단일화 데드라인은.

▲5년전에는 후보등록 전날 단일화가 성사됐다. 지금 17일밖에 안남는다. 당내에 비공식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가동하고 있다. 가능하면 후보등록 전에 범여 후보통합을 만들어낼 작정이다.

--민노당과도 후보단일화가 가능하나.

▲그건 다른 얘기다. 민주당, 창조한국당, 신당이 우선 후보통합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지금까지 말해왔다.

--후보단일화 방법은. 현실적으로 여론조사밖에 없지 않느냐.

▲비밀이다. 좀 더 지켜봐 주시면 자세히 설명 올리겠다. 5년 전에는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가) 감동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신선한 감동을 줄 것 같지는 않다는 데 고민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

▲노 대통령은 12월에 출마하지 않는다. 국정 마무리에 전념해야 한다. 제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참여정부와 완전히 다른 정신, 다른 테제로 정부를 조직하고 운영할 것이다. 김대중 시대가 김영삼 시대와 달랐듯이 노 대통령도 김대중 시대와 달랐다. 철학과 역사성, 뿌리는 인정하나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 새로운 정부를 만들 것이다.

--참여정부의 실패요인을 꼽는다면.

▲10년 전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펀드멘틀(이 튼튼하다고) 들이댔던 것처럼 참여정부도 그런 과오가 있지 않았나 싶다. 주가지수, 수출, GDP는 먹고 사는 문제와 먼 얘기다. 좀더 현장에서 섬세하게 보살피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까움이 있다.

제가 당선되면 다음날 새 정부의 이름을 통합의 정부라고 명명할 것이다. 참여정부도 국민통합의 기치를 내걸었으나 5년을 돌이켜 볼 때 초기 기치와 목표에 부합하지 못했음을 인정한다.

--개성공단의 상당수 기업이 적자를 기록중인 데 활성화 방안은.

▲이 부분과 관련해 이명박 후보가 경제전문가인지 질문하고 싶다. 이 후보가 개성공단 기업이 적자라고 말한 것을 듣고 경제전문가가 아니구나 생각했다. 통상 기업이 설비투자해서 손익분기점까지 가는데 빨라야 3년, 평균 5년이다. 개성공단도 마찬가지여서 감가상각 때문에 장부상 적자다.

현재 25개 기업 중 13개가 추가로 200%, 205% 분양을 받아 설비증설에 들어갔다. 장부상 흑자로 나와있지 않다는 사실을 갖고 개성에 들어가면 안된다는 논리의 비약을 하는 데 대해 이 후보의 답변을 듣고 싶다.

--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후 북한에 대한 개혁.개방 용어 쓰지 않는다고 했다.

▲생각이 좀 다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설명했어야 한다. 개혁개방은 이미 보편화된 가치중립적 용어다. 한반도를 둘러싼 근본적 질서 변화를 전제한다면 북한의 생존을 위해 개혁개방은 수단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어떤 지도자냐.

▲한나라당 후보가 김 위원장을 실패한 지도자라고 못박은 것 보고 충격을 받았다. 다음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상대해 비핵화를 달성하고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체제 질서를 만들어야 하는 데 실패한 지도자로 규정해놓고 어떻게 만나서 실질적 대화가 가능하겠느냐.

제가 2년전 김 위원장을 만났을 때 안테나가 밖으로, 국제정치 흐름으로 향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말이 통한다, 대화가 된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북핵 포기가 확실하다고 보나.

▲불능화까지는 확실하지만 폐기는 아직도 불확실하다. 그래서 차기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 보증인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공조 속에 비핵화를 집권초기에 달성하려면 지금은 김 위원장과의 신뢰를 한단계 더 심화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문제의 주체는 한국민과 남북한이다.

--NLL 재설정 문제에 대한 입장은.

▲세계적으로 땅 위의 경계선은 분명하나 바다 경계선은 없다. NLL(서해북방한계선)을 바다의 개성공단 모델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NLL이 영토냐, 아니냐는 소모적이고 무익한 논쟁이다. 우리 목표는 서해 긴장의 바다를 바다의 개성공단으로 만드는 것이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 비난이 높다.

▲북한의 인권개선은 중국모델로 가야 한다. 북한이 세계로 나와 먹고 살아야 인권도 개선되고 그게 가장 빠른 일이다. 제가 대통령이 되는 게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자이툰을 용병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있었는 데.

▲오해다. 저는 이 후보에게 물은 것이다. 국군은 헌법상 국토방위, 국제평화가 존재 이유인 데 자원외교를 위해 주둔연장해야 한다는 이 후보의 발상에 대해 용병도 좋다는 말이냐고 질문한 것이었다.

--참여정부의 한미관계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말이 중요한 것 같다. 특히 외교에서의 생명이 신중성이다. 불필요한 말의 비용이 컸다고 생각한다. 한미공조는 특별히 국민의 정부나 김영삼 정부와 비교해 나빠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말을 아끼는 자세가 아쉽다고 생각한다.

--금산분리를 반대했는 데 대안이 뭐냐.

▲금산분리 해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다. 삼성이 은행을 갖고 싶다면 금융지주회사를 통해 은행 지분을 소유하면 될 것이다. 세계 100대 은행 중 6개만 산업자본이 진출했다. 일부 특정 재벌기업 출신이 야당 캠프에 들어가 야당후보의 귀를 잡고 로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삼성 로비의혹에 대한 특검을 주장했는 데 사회가 충격을 감당할까. 삼성에서 돈 받은 적 있는지.

▲저는 그런 비자금이나 향응을 받은 적 없다. 이런 문제는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 검찰 얘기도 나오기 때문에 그런 것을 하라고 특검제가 있다. 대통령이 되면 검찰, 국세청, 재경부 등 이른바 권력과 힘 있는 기관에 대한 대개혁에 착수하겠다. 재벌과 유착을 확실하게 끊겠다.

--비정규직 문제는 간접고용이 핵심인 데 비정규직 법안 개정 용의는.

▲이랜드 사태는 비정규직법 입법취지를 악용한 사례다. 비정규직 차별대우를 시정하라고 만들었는데 구멍이 있었고 아웃소싱으로 우회로를 팠다. 간접고용을 해도 사용주는 똑같다고 하면 간접고용의 실익을 없앨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조세정책의 기본방향과 부동산 관련세금 개선방안은.

▲대통령이 되면 새로운 세금을 만들진 않겠다. 이명박 후보처럼 법인세를 낮추는 것은 대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어서 반대한다. 대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고용증대 특별세액을 통해 고용에 대한 세액공제를 현재 1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확대하겠다. 재원도 2천억원이면 해결할 수 있다.

부동산세 관련해 종부세가 어렵게 정착되고 있다. 종부세를 서민주거복지세로 해서 장기임대주택에 쓰이도록 하겠다. 양도세도 기본원칙을 건드리면 안되지만 초장기 보유자의 세금부담을 더는 것은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류세 25% 인하공약을 냈는 데 세수 감소분 충원방안은.

▲외환위기전 리터당 500원이던 유류세가 외환위기 후 800원으로 올랐다. 이제 외환위기 전 상황으로 정상화할 수 있다. 그 재원은 선물옵션 거래가 현재 무세인데 0.1%만 적용해도 충당할 수 있다.

--사실상 대학입시를 폐지하고 내신으로만 대학생을 뽑는 방안을 제시했는 데 현실성이 있겠느냐.

▲지금 제도를 전제하면 상상이 안된다. 대통령이 되면 내년 1년간 전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교육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협약을 만들겠다. 그 속에서 대입 폐지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우수공립고 300개 육성공약을 만들었는 데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이미 시범사례가 성공하고 있다. 낙후된 지역부터 시작해 일반계 1400개 고교를 다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가 말하는 100개 자사고를 선발로 뽑으면 유치원부터 입시지옥이 벌어지고 100개 학교에 못 들어간 나머지는 열등감에 사로잡히지 않겠느냐.

--지자체별로 특목고 신설을 요구하는 데 방안은.

▲우수 공립고가 자리잡으면 특목고는 더이상 확대될 이유가 없다. 저도 수월성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중고교가 아니라 대학이 대상이어야 한다. 대학에 지금보다 두 배의 돈을 집어넣겠다. 예산은 성과주의 예산 시스템을 도입해 마련하겠다.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 대한 입장은.

▲저는 기자출신이다. 언론정책을 바꾸겠다. 언론불화 5년 때문에 엄청난 피해를 국민에게 줬다. 정부와 언론이 건강한 긴장관계여야 하는 데 불화의 5년이었다. 정부는 감시가 필요하다. 외교부 청사바닥에 앉아있는 후배를 보면서 제가 거기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모멸감을 느꼈다. 언론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 자유롭게 정부에 접근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도록 접근권을 확실히 열겠다.

jbryoo@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7.11.07 19:02ⓒ 2007 OhmyNews
#정동영 #이회창 #이명박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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