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 "비한나라당 세력이 아주 왜소한 형태로 남으면 합칠 이유가 사라진다. 만약 이쪽이 커지면 위협적인 세력이 되기 때문에 정세가 달라질 수 있지만 그렇다 해도 분열은 현실이다. 단일화 자체가 시너지가 나야 하는데 앞으로 이회창-이명박 구도가 이전투구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이다."
안효상 "서로 다른 지형을 나누어 가졌다. 이회창의 기반은 이념과 지역이다. 단일화는 세력의 통합인데 극우를 포괄하는 이회창의 지지 기반이 대동단결할 소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이회창은 '3자 필승론'으로 버틸 것이다."
정종권 "가능성을 염두해 둬야 한다. 보수의 정권교체가 위협적인 상황이 되면 단일화 압력이 강해질 것이다. 문제는 이회창이든 이명박이든 조기에 무너뜨려야 한다. 비보수 진영의 표가 일부라도 이동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보수진영의 파이가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질문④] 진보개혁세력,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임채원 "솔직히 괴롭다. 전에는 좋은 얘기를 하면 지지층이 믿어줬다. 그런데 다시 담론을 만들어낸들 국민이 과연 믿어줄까? '공약은 좋다, 그런데 말뿐이지 않냐' 그런 생각을 가지는 것 같다. 신뢰의 위기다. 다른 한 가지 가치측면에서 보면, 진보와 보수는 민주세력과 반민주세력으로 갈라져 왔다. 과거 진보세력은 집권은 못해도 '바람'으로 표현되는 헤게모니(주도권)를 쥐었다. 정당성·도덕성·역사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헤게모니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기존의 진보 세력은 새로운 가치로 재조직 되어야 한다."
안효상 "리셋, 포맷을 다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선거는 인격과 세력으로 표출되는데 주도세력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어떻게 넘어갈 것인가. 이명박이 아닌 것 같지만, 차라리 정동영이라도 하는 심정도 있지만 정동영도 뭔가 아닌 것 같다. 또 참신함으로는 따지면 문국현인데 세력의 관점에서 보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냐는 판단이 든다. 선거 국면에서 경쟁과 연대가 어떻게 가능할까."
고원 "상당정도의 단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지만 청산주의 관점은 위험하다. 우리에겐 87년 체제의 자산이 있다. 그 때문에 신자유주의적 가치 일방향으로 가는 것을 넘어서겠다는 대중의 움직임이 작동하고 있다. 그 점을 봐야 한다. 87년 체제를 승화하고 97년 체제의 한계를 넘어서면서 2008년 체제로 종합하느냐의 관점이 건강하다고 본다."
[질문⑤] 이번 대선에서 실현해야 할 진보의 가치는 무엇인가
고원 "우선 국가의 책임을 재규정해야 한다. 사회 양극화를 겪으면서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 많이 무너졌다. 가장 중요하게는 교육·인권·환경·노동 등 사회적 기본권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 재규정하는 것이다. 또한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는 절차적 기본권에 관한 문제다. 국가 공동체의 선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 정치엘리트가 독점하고 시민은 배제된다. 한미FTA와 대연정 논란이 대표적이다. 국민들이 어디서 어디까지 국가 통치자에게 위임했는지 그 위임의 범위가 충돌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진보가 분명한 가치를 제시해야 한다."
임채원 "정동영 후보는 교육과 가족 문제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기회 균등과 패자부활의 가능성을 제공해야 한다. 자원이 부족해 사람에 투자해온 우리 실정과도 잘 맞는다. 지금은 지식사회의 인적투자라는 개념과 잘 결합해야 한다. 그리고 재생산을 담당하는 가족은 30·40대의 핵심적 관심사다. 기존의 우파담론이었던 가족 문제에 대해 진보가 적극적으로 발언할 소지가 많다. 한부모·국제결혼·노인 문제 등이 그렇다."
고원 "세계화 흐름 속에서 살아남는 기업은 고용안정, 평생학습, 가족친화라는 세 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다. 사회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
임채원 "우파의 세계화와 무엇이 다르냐 했을 때 인재육성 뿐만 아니라 글로벌스탠다드 즉, 규범을 지키는 것이다. 기업의 반부패, 투명성은 여전히 개혁해야 할 문제다."
고원 "헌법의 제1조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고 명시되어 있다. 민주공화국은 ▲특권층이 자의적 지배를 혐오하는 것 ▲국가가 모든 시민에게 책임을 지는 것 ▲모든 시민이 국가의 공동선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안효상 "한국판 신자유주의 대안체제가 필요하다. 차별 없는 성장, 사람중심 진짜경제, 그리고 노동사회 혁신을 통해 '좋은 성장'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복지의 개념을 너무 협소하게 봐선 안된다. 인간의 생애주기에 따라 건강, 양육, 교육, 노동을 책임지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
고원 "한나라당은 국민의 권리 문제는 개인의 영역으로 돌리면서 복지는 선거공약으로 대단히 인기영합적으로 만들어낸다. 복지 강화를 말하면서 감세를 주장하는 게 말이 되나."
[질문⑥] 진보세력의 연대는 어떤 조건과 상황에서 가능한가
역시 이번 대선에서 진보진영이 추구할 핵심 가치는 '사람'이라는 열쇠말로 모아졌다. 아울러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기업도 더 이상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공동체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이뤘다. 하지만 더 나아가진 못했다. '연대'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선 격앙되거나 말을 아꼈다.
정종권 "다 좋은 얘기지만 정치적 디자인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다. 집권세력에 대한 심판이 이성을 넘어서 감성의 수준이다. 대중의 이성에 호소하는 토론과 경쟁이 있어야 한다. 가치와 정책의 경쟁이 필요하다. 하지만 누가 5년에 대한 해법을 만들 것인가 했을 때 결국 이회창·이명박·권영길의 길을 놓고 경쟁하게 될 것이다. 문국현·정동영 등과 한자리 앉는 것은 대중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 이른바 범여권과 한 묶음으로 비춰지는 것이 우리에겐 대단히 불리하다."
진보개혁, 가치경쟁을 통한 연대는 가능한가
민주노동당은 여전히 통합신당에 대한 불신이 컸다. "정동영 후보가 언제 우리를 인정한 적이 있었냐"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또 문국현 후보와의 회동에는 긍정을 표하면서도 "범여 세력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라"고 주장했다.
정동영·권영길 후보와의 3자 회동을 제안한 문국현 후보측은 "최소한의 공통분모에서 출발하자"고 전제한 뒤, 정동영 후보측을 향해 "부패 문제를 추상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삼성 비자금 사건에 대해 협력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라"고 압박했다.
"두루뭉수리하게 '반부패' 연대를 얘기하니까 마치 과거의 '민주 대 반민주' 프레임으로 인식하고 민주노동당이 안 들어오는 것 아닌가. 후보단일화라는 정략적 계산이 숨겨져 있다는 의구심과 불안을 갖는 것이다. 그런 소지를 없애야 한다."
정동영 후보는 민주당 이인제 후보과의 세력 통합을 우선에 놓고 있다. 그런 뒤 문국현, 권영길 후보와는 정책·가치 연대를 염두하는 모습이다. 임채원씨는 함구했다.
당초 이번 토론회의 목표는 가치 연대가 가능한 5가지 의제를 모아보자는 것이었다. 사실 이래저래 각 후보가 내놓은 정책을 토론하다 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도 있는 목표였다. 하지만 문제는 내용보다 '형식'이었다. 마주앉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좌파 혹은 중도적 대안의 성공 가능성 보다는 우파적 대안의 정치적 분열만이 관건일 뿐"(윤상철 교수. 한신대 사회학)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그렇다면 이회창 출마는 '기회'일까?
40여일 남은 대선, 진보개혁진영이 가치경쟁을 통해 연대를 하게 될지, 분열을 향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다 그냥 그대로 끝나게 될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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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 이회창'? 절망의 선택" 가치경쟁 통한 진보연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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