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와 이한구 정책위의장, 정형근 최고위원 등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출마 철회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소연
"감나무 밑에 입을 벌리고 누워 홍시 떨어지기를 기다리다가 안 되자 감나무를 통째로 흔들어 감을 주워 먹겠다는 추잡한 욕심을 드러냈다."(이강두 의원)
"존경받던 도덕 선생님이 동네 도박판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한 것 같은 배신감을 달랠 길이 없다."(원희룡 의원)
"소신과 원칙이 있는 분이어서 존경했는데 이건 아니지 않나? 이회창은 독선과 배신과 위선의 극치다." (권오을 의원)
한나라당 "역사와 국민과 당원 동지들 배신한 이회창씨를 마음에서 지운다"한나라당이 9일 본격적으로 '이회창 때리기'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역사와 국민과 당원 동지들을 배신한 이회창씨를 마음에서 지운다. 이회창씨는 즉각 당원들에게 사죄하고 사퇴하라"는 내용의 규탄 결의문을 채택했다.
연단 앞으로 나선 의원들의 발언 수위는 한층 높았다. 상당수 의원들은 이 후보에 대해 더이상 '총재'라는 호칭을 쓰지 않고 '이회창씨'라고 불렀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진즉 '이회창 격하' 운동을 했어야 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특히 이강두 의원은 "여름 내내 동료들이 비지땀 흘리며 농사를 지을 때 뒷전에서 부채만 펄럭이다가 추수하려는 순간 낫 한 자루 달랑 들고 나타나 '내 곡식이야' 하는 식의 염치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과거 대쪽의 대명사였던 이회창씨가 자기 역량에 취하거나 뚜쟁이 측근에 떠밀려 대선에 출마한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고 비난했다.
권오을 의원은 "남북문제를 이유로 한나라당을 비판하셨는데 지금 다시 수구냉전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냐"고 반문했고, 원희룡 의원은 "이회창이 새 정치하자고 해서 한나라당에 들어왔고, 보수의 흐름 속에 이회창이라는 비빌 언덕이 있었는데 지난 며칠간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개탄했다.
최구식 의원 "이회창이 공작의 대상이 돼 있다"
작년 12월 이회창 출마설을 제기했다가 의총에서 이 전 총재 지지자들로부터 발언을 제지당했던 최구식 의원도 모처럼 목소리를 냈다. 최 의원은 "대학시절 즐겨 읽던 <창작과 비평> 1980년 봄호에 실린 시"라며 민영 시인의 <수유리 하나>를 읊기도 했다.
"한 늙은이의
더러운 욕망이
저토록 많은 꽃봉오리를
짓밟은 줄은 몰랐다."<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출신의 최 의원은 특히 "신당의 유일한 희망은 우리를 분열시키는 것이고, 이회창이 공작의 대상이 돼 있다"며 87년·97년 대선에서의 '정치공작'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제가 87년 선거와 97년 선거과정에 대해 취재하면서 알게 됐는데 87년 1노3김이 나왔을 때 당시 안기부에서 했던 일이 경상도에서 김대중씨에게 성금 보내도록 하는 것이었다. 대구·안동·영양·봉화·진주에서 김대중에게 성금과 전화가 엄청나게 왔다. '지도자가 안 나오면 이 나라가 어찌 되냐'고 하니 김대중이 당선될 줄 알고 나왔다는 것이다.97년의 이인제도 마찬가지다. 이인제씨가 분위기가 안 뜨니 포기하려고 한다는 얘기가 김대중씨 측에 들어갔다. 그러자 이인제가 가는 곳마다 구름 같은 인파가 '이인제 대통령'을 외쳤다. 한나라당 후보 대리인과 이인제씨측 대리인하고 이인제 사퇴 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하기로 약속했는데 이인제 대리인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나중에 들어보니까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많은 인파가 나와서 후보가 꼭지가 돌았다고 한다. 이인제 참모가 경위를 묻자 이인제와 그의 부인이 화를 발칵 내며 '저 인파를 못 봤냐? 이인제가 당선된다'고 하더라."최 의원은 "지금 이회창 측에 (이명박에 불리한) 유력한 정보가 많다고 하는데 제 생각에 그건 모두 공작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이회창은 5%를 한 번도 넘은 적이 없다고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