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은 여름에 읽어야 제맛? 천만에

아야츠시 유키토의 <암흑관의 살인>

등록 2007.11.10 20:07수정 2007.11.1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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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흑관의 살인> 1권 겉표지
<암흑관의 살인> 1권 겉표지한즈미디어
<암흑관의 살인> 1권 겉표지 ⓒ 한즈미디어

한 '남자'가 기묘한 저택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그곳의 이름은 '암흑관'. '빛'에 저항하기라도 작정한 듯, 동관 북관 서관 등 모든 것은 어둠에 휩싸여있다. 모양이 이러니 주변 마을에 암흑관은 괴기스러운 곳으로 소문나 있다. 그곳에는 '이상한 것'이 살고 있다는 소문도 횡행하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그곳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는 주의를 주곤 한다.

 

그런데 '남자'는 기묘한 인연으로 그곳에 발을 들여놓았다. 암흑관에 거주하는 사람과의 인연 덕분이다. 남자는 암흑관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매순간 놀라게 된다.

 

조로증에 걸린 아이, 몸이 붙은 자매, 어린 시절을 기억 못하는 남자 등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딘가 음침하고 불길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남자를 향해 상냥하고 웃어주고 다정하게 말을 걸더라도 어두운 그림자가 지배하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상한 만찬에서 비롯된다. 남자는 이상한 초대를 받아서 이상한 '살'을 먹게 된다. 도대체 그 살은 무엇일까?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영광스러운 자리라는 말만 할 뿐인데 분위기는 그렇게 영광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악마들의 식사에 참여한 것 같은 그런 분위기만 풍길 뿐이다.

 

그런데 이 암흑관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만찬이 끝난 뒤, 누군가 목이 졸려 살해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암흑관 사람들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기로 한다. 비밀이 많은 곳을 세상에 공개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범인은 잡아야 할 것이다. 살인자와 같은 곳에 있다는 것은 누가 생각해도 두려운 일이니까. 남자와 친구는 머리를 싸매고 범인을 쫓으려 하지만 오리무중이다. 계속해서 의문스러운 살인사건이 발생할 뿐이다.

 

아야츠시 유키토의 <암흑관의 살인>은 추리소설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고립된 곳에서의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물론 암흑관은 고립된 곳이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것을 자초하고 있다. 범인도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그것을 알기라도 한다는 듯 범인은 계속해서 살인사건을 벌이는데 추적의 실마리가 없다. 암흑관이라는 곳이 워낙에 복잡한 곳이기 때문이다.

 

책의 앞부분에 암흑관의 거대한 '평면도'가 있다. 많은 트릭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추리소설의 고전적인 트릭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곳, 그곳이 암흑관인 셈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즉 범인을 찾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암흑관의 살인>은 18년 전의 기묘한 살인사건을 덧붙인다. 게다가 '암흑관'이라는 곳이 만들어진 배경을 둘러싼 비밀은 어떤가. 생각해보면 깊은 산속에 광택도 없이 검은색으로만 칠해진 저택이 있다는 것은 심상치 않은 것이다. 이들은 악마를 숭배하는 광신도들일까? 아니면 흡혈귀 같은 그런 것? 그것이 맞든 틀리든, 중요한 것은 암흑관을 만든 사람들은 '망상'에 젖어 있다는 것이다. 영원히 살고 싶다는 그런 망상 말이다.

 

<암흑관의 살인>은 '본격' 미스터리다. 수식어만 요란한 본격 미스터리가 아니라 정통이라고 부를 만한 본격 미스터리다. 고립된 곳, 밀실에서의 살인은 물론 죽음에 항거하는 가문의 비밀은 여러 가지 수수께끼를 만들어내며 시종일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허를 찌르는 반전은 어떤가. 추리소설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게 해준다. 한 '남자'가 '암흑관'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색다른 묘미를 주는 것이다.

 

추리소설은 여름에 읽어야 제맛이라고 한다. 하지만 하나이자 여러 개의 수수께끼를 지닌 곳 암흑관, 그곳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살인사건과 가문의 비밀을 다루고 있는 <암흑관의 살인>은 예외다. 그 복잡하면서도 기묘한 재미를 볼 때, 언제든지 상관없을 것 같다. 정통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놓치기 아깝다. 

2007.11.10 20:07ⓒ 2007 OhmyNews

암흑관의 살인 1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권일영 옮김,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2007


#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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