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9일) 영화 <히어로>를 종로3가 단성사에서 벗님과 함께 봤다. 배급사가 인천 계양산 골프장을 추진하는 롯데그룹의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라서 정말 볼까 말까 망설였는데 자신을 책망하며 그냥 봤다.
영화 광고 타이틀인 '절대권력에 맞선 통쾌한 한판승부'가 대체 무엇인지,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에 침묵하는 한국 검찰들과 일본 검찰은 어떻게 다른지 정말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영화는 '절대권력'에 맞선 법정. 두뇌싸움이라기보다, 상해치사 사건을 넘겨받은 한 괴짜 평검사가 자백을 번복한 용의자를 처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결혼을 앞둔 한 남자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가는 과정에서 다른 검사들을 움직이게 하는 등 인간적인 모습을 다루고 있다. 그 속에 '법은 모두에게 평등하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라는 상투적인 정의관과 권선징악, 로맨스들이 코믹하게 섞여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 동시 흥행을 노린 것이 역역해 보이는 장면들과 배우 출연(영화 포스터에 눈에 띄는 이병헌씨는 정말 짧게 나온다. 전화통화는 목소리는 몇 번 나온다.)은 억지스러웠다. 남녀 주연배우들이 서툴지만 한국말 해가며, 한국 검찰 도움 없이 부산에서 문제의 미니밴을 찾는 장면은 그나마 나름 웃음을 주기도 했다. 장장 2시간 동안 일본과 한국을 왔다 갔다 한 영화는 그렇게 지루하지 않았다, 음습한 법정영화가 아니라 일본 특유의 진지한 코믹이 가미된 추리영화여서 참 다행이었다. 이날 벗님이나 나나 무지 피곤해 했고, 저녁도 많이 먹어 잠들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했었기에.
아참 검찰에서 몸담고 있던 유능한 이(가모우 카즈오미 역, 마츠모토 코시로)가 검사들에게는 껄끄러운 변호사가 되어, 문제의 상해치사사건 피의자를 전직 장관의 비서의 의뢰를 받고 무죄라고 변호하면서 남자주인공(쿠리우 코헤이 역, 기무라 타쿠야)인 검사와 법정공방을 하다 왜 자신이 검찰을 그만두었는지 이야기 하던 장면이 가장 인상 깊다.
* 영화 <히어로> 홈페이지 http://www.hero-movie.net/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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