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3주년 기념 선물지난 1년간 용돈 생길때마다 모아온 적금통장. 찾으니 90만원이었다. 1백만원 채워 주려고 노력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변창기
나는 지난 1년 동안 아내가 주는 용돈을 한푼두푼 저축해왔다. 1년 만기고 내년 1월 말에 타는데 해약을 해버렸다. 12일이 결혼 13주년 되는날이라 오늘 아침 아내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쉬는날 가끔 공사장 일당잡부로 나가서 번돈이랑 이래저래 합쳤더니 90만원이 되었다. 사실 난 그것을 2~3년 더 모아 제주도 가족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결혼할 때 지인의 도움으로 싼값에 괌을 갔다 왔는데 아내는 외국보단 제주도를 가보고 싶어한다. 결혼 10년 넘게 TV방송이나 신문에 제주도 관련 기사만 나오면 언제나 소망처럼 이야기 하곤 한다. 그래서 나는 돈을 모아 꼭 제주도 여행 한 번 시켜 주겠노라고 마음 먹었었다. 그러나 보류해야 할 거 같다. 눈치빠른 아내는 용돈을 어디에 쓰기에 그리 빨리 사라지냐고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 내가 큰 선물 하나 주지."
오늘 아침 나는 아내에게 해지한 통장과 현금 90만원이 든 봉투를 내밀었다.
"이게 뭐야."
아내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라워 했다. 기분 좋은 모양이었다.
나는 또 비밀리에 적금하나 들었다. 3년 정도 모을 작정이다. 용돈 한푼두푼 모아 목돈 마련하여 꼭 아내가 그렇게도 가보고 싶어하는 제주도 여행을 시켜 주고야 말리라.
덧붙이는 글 | 아침에 아내가 어제 저녁에 현근이 울고불고 생야단을 쳤다고 한다. 이유를 들어보니 황당하기도 했다. 현근이가 갑자기 "색시 그려줘"라고 해서 큰 딸이 "색시가 뭐야"라고 말한 게 발단이 되었단다. 7살 아들은 계속해서 "색시 그려줘"라고 말하며 때를 쓰더니 누나가 못알아 듣자, 막 울면서 그려 달라고 하더란다. 누나는 색시가 뭔지 이해를 못해 "그럼 여기다 한번 그려봐"라며 도화지를 내 밀었다. 아들은 그림을 그렸는데 그제야 딸은 뭘 그려 달라는지 알아 차려 그려 주었단다. "택시 그려 줘"라고 했더라면 첨부터 알아 들었을 텐데 혀가 짧아 '택'자를 '색'자로 발음해서 딸이 알아 듣지를 못한 것이었다. 딸은 그림을 곧잘 그리는데 도화지 하나에 큼지막하게 택시를 그려주니 그제야 울음을 그치더란다. 7살 아들은 아직도 때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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