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셉수트 대장전의 멋진 위용
김동희
오래된 신전이 풍기는 세월의 냄새도 묻어나오지 않고 그 어떤 부드러움도 존재하지 않는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이 도도하게 서 있는 차가운 모습이다. 너무 반듯하고 완벽하게 생겼는데 감히 다가갈 수 없는 차가운 여자를 보는 것 같다.
건축물은 그 지은 사람을 닮지 않을까. 하트셉수트도 그랬을까? 위로 올라가면 나일강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는 거대한 오시리스 상이 일렬로 서 있다. 이 건축물을 지키고 있는 강인한 모습이다. 5m가 넘는 크기의 죽음의 신인 오시리스로 인해 장례전은 더욱더 위엄 있게 보였다.
한쪽 옆 주랑에는 하트셉수트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로 여기는 푼트 원정대 이야기가 자세하게 부조로 새겨져 있다. 나일강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면 나온다는 푼트라는 곳에 가기 위한 준비, 출발, 도착, 푼트 왕국의 왕과 왕비와의 대면, 그곳에서 유향나무, 향료, 원숭이에 표범까지 원정대가 가지고 온 것들을 자세하게 그려놓고 있다. 이곳에서 가져온 유향나무는 바로 이곳 하트셉수트 대장전 앞 정원에도 심겨졌었다고 한다.
사실 책에서 보고 가서 이 장면을 보고 싶어 찾아갔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면 희미해진 부조들을 휙 하고 지나가 버렸을 것이다. 이런 부조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게 옳은지 모르겠다. 박물관으로 옮기면 자기가 있을 곳에 없어서 슬프고 그냥 그 자리에 두자니 바람에 먼지에 조금씩 그 형태를 잃어버릴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