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영원한 맞수소년 가장 씨름 선수 김보성, 동훈 형제가 어둠이 깔린 씨름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신문웅
어둠이 깔린 충남 태안군 태안고등학교 씨름장에 힘찬 기합소리가 울린다. 이어 살이 맞닿는 소리도 들린다. 말 그대로 용호상박의 한판 씨름이 열리고 있다. 그런데 씨름장에는 앳된 얼굴의 단 두 명의 소년 장사들이 맞배지기를 하며 땀을 흘리고 있다.
언뜻 보기에도 체격도 비슷한데, 얼굴도 비슷하다. 이들이 바로 태안씨름의 새로운 희망으로 우뚝 서고 있는 김보성(태안중 2)·김동훈(백화초 5) 형제이다.
"형하고 살을 맞대고 씨름을 하는 순간이 제일 행복해요."
"동생이 무럭무럭 자라 저의 비슷한 체격으로 자라고 씨름도 잘해서 너무 좋아요."두 형제에게 서로 살을 맞대고 땀을 흘리는 이 순간이 서로 가족임을 세상에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둘밖에 없는 피붙이임을 느끼게 한다고 한다. 이들 형제의 가정사를 좀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행복해 하는 순간을 깨트리고 싶지 않았다.
옆에 있던 임태진 태안중 감독의 말에 의하면 이들 형제는 소년 가장으로 충남 태안군 원북면에 있는 어린이 보호 시설인 '어린이 샘터'에 있었다는 귀띔을 해주었다.
두 형제는 형인 보성이가 먼저 씨름에 입문했다. 씨름을 하면서 태안중학교로 전학을 온 보성이에 이어 동생 동훈이도 고종영 원북초 교장의 배려로 백화초로 전학을 해서 씨름에 입문한 지 5개월이 되었다. 형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씨름을 시작했지만 이들 형제는 씨름을 시작한 지가 얼마 안 되어 큰일(?)을 내고 말았다.
지난 5일부터 3일간 열린 '제16회 충남학생체육대회' 씨름 경기에서 두 형제가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기 때문이다. 보성이와 동훈이는 씨름을 시작한 지 불과 18개월, 5개월 된 새내기들로 이번 금메달은 태안 씨름의 기대주로 주목받을 가치가 충분했다.
이번 대회에서 보성이는 내로라 하는 기량을 소유한 쟁쟁한 선수들이 포진해 있는 씨름의 핵인 경장급에 출전하여 전국대회 입상자들을 2:0으로 완승하는 놀라운 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내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특히 동생 동훈이는 한 체급 올린 장사급에 출전하여 특유의 힘과 유연한 허리를 이용한 주특기인 들배지기 기술을 적용하여 역시 금메달을 목에 걸어 10월에 열린 충남도민체전에 이어 두 체급 석권이라는 쾌거를 이룩해 태안씨름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이러한 결과는 어린 나이에도 힘든 훈련을 잘 견뎌 낸 형제의 인내와 노력, 그리고 형제를 혼신의 열정으로 지도한 감독들(곽현동, 임태진)의 노고에 의해 만들어진 합작품으로 보인다.
사실 이들 형제가 이러한 성적을 내는 것은 소년가장으로서, 태안중학교 씨름부 합숙소에서 생활하면서도 구김살 없는 모습으로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애틋한 형제애가 우승의 큰 밑천이 되었다고 한다.
이들 형제는 훈련 지도를 받을 때나 저녁식사 후 휴식시간에도 '언제나 함께 한다'는 생각으로 서로 기술 전수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큰 자극이 되고 있다고 임 감독은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