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에서는 탈세 사실이 드러나면 바로 사퇴한다. 우~"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가 있는 한양빌딩 앞에서 야유소리가 널리 퍼졌다. 시민단체들은 "탈세하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대통령 자격이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또한 "후보 검증 외면하는 방송 3사와 보수언론은 각성하라"고 소리 높였다.
길 가던 몇몇 시민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버스로 둘러 쌓인 한나라당 당사는 조용했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이명박 후보의 탈세를 규탄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지만 경비실 직원이 나와 "내게 두고 가라"고 말했다.
회원들은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국민 창구는 청와대 경비실이 될 것"이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날 오후 1시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2007대선시민연대, 한국청년단체협의회가 연 기자회견에서 있었던 일들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탈세 사실 드러나면 대통령 못해"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은 먼저 이명박 후보를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염형철 2007대선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이 후보의 탈세 소식을 듣고 너무나 당황스러웠다"며 "몇 백억 대 자산가인 이 후보가 몇 천만원을 아끼기 위해 치졸한 탈세를 했다는 게 놀랍다"고 밝혔다. 이어 "강력한 대선 후보가 탈세를 했다는 이 현실이 너무 슬프다"고 덧붙였다.
염 처장은 이어 "이 후보는 아주 뻔뻔한 부패를 저질렀다"며 "많은 시민들은 작은 양심을 어기는 데 많은 고민을 하고 걱정을 한다"고 말했다.
유영빈 한국청년단체협의회 사무차장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탈세 사실은 대통령 후보의 도덕성 검증 수준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의 자격이 있는지 되짚어볼만한 중차대한 사안"이라며 "최순영 신동아 회장은 비슷한 사건 때문에 횡령죄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유 차장은 또한 '위장 취업'에 대해 "실업과 비정규직의 심화 등으로 경제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는 많은 서민들에게 허탈감과 분노마저 느끼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실하게 납세하는 대다수 국민들을 기만하는 용서받기 힘든 행위"라며 "검찰과 국세청이 철저히 수사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KBS는 의미 폄하, MBC는 이명박 해명에만 힘실어, SBS는 침묵"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 후보 뿐 아니라 방송 3사도 거세게 비판했다. 이들에 따르면 11월 10일부터 13일까지 방송 3사의 메인뉴스에서 이 후보의 탈세 의혹 보도는 KBS 3건, MBC 3건, SBS가 2건이었다.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 소속 송지훈씨와 박지숙씨는 "강기정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처음 의혹을 제기했던 9일 KBS만 유일하게 관련보도를 냈지만 '묻지마 식 폭로'라는 단어 사용으로 사안의 의미를 폄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MBC의 경우 12일 보도에서 '자기 아버지가 사장인데 그럴 수 있는 것'이라는 건물관리 관계자의 발언만 인용하며 이 후보의 해명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한 "SBS는 부실한 해명에 대해 보도를 않고 탈세 관련보도가 단신으로 처리됐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사안의 의미를 폄하한 KBS, 이 후보의 해명에만 힘을 실어준 MBC, 침묵으로 일관하는 SBS는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공영성을 넘어 언론의 기본 책무마저 방기한 것"이라며 "대선 후보에 대한 정당한 검증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항의서한을 한나라당에 전하려 했다. 경찰은 이들을 들여보내지 않았고, 건물 경비원이 나와 "내게 주고 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염 처장은 "온 국민이 공분할 범법을 저질러 놓고, 항의서한을 경비실에 놓고 가라는 이 후보의 자세가 놀랍다"고 밝혔다. 이어 "어떻게 국민소통을 하겠다는 것이냐"며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2007.11.15 17:26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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