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신부는 "삼성 비자금 비리를 양심 고백할 제2, 제3의 김용철이 많다"며 "지금까지 사제단에 접수된 것만도 10건이 된다"고 전했다.
장윤선
- 검찰이 특별수사감찰본부를 설치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동안 특검을 주장해왔는데.
"처음부터 우리가 특검을 주장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검찰이 '불법뇌물 수수 검사명단'을 발표하지 않으면 수사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서울지검으로 사건을 송치하는 등 수사의지가 느껴지지 않아 그나마 특검이 돌파구가 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했다.
그런데 청와대도 특검을 반대하고, 범여권이 낸 안에 대해 한나라당 의견이 다르고, 국회에서 특검 법안이 어떻게 조정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검찰이 어떤 의도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지만 본래 우리가 가졌던 바람대로 검찰이 본분을 다해 제 역할을 하면서 자기정화의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형식적으로는 바람직해보이는 특별수사감찰본부의 탄생이 좋은 내용으로 귀결되기를 바란다."
- 청와대가 왜 특검에 반대하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보나."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미 삼성 X파일 사건 때 교통정리를 이상하게 해버린 전례가 있다. 삼성 비자금의 본질은 밝혀내지 않고, 도청이 불법이라는 것으로만 문제를 틀어버린 나쁜 전례를 갖고 있다. 무슨 한계가 있어서 그랬던 것처럼 보였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도 과거에 비하면 허물의 정도가 약하겠지만 그래도 그런 점에서 자유롭지 못해 이렇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일말의 염려가 있다. 청와대가 특검 발의로 자신들의 도덕성을 해칠 것을 염려해 삼성 비자금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제2·제3의 증인들, 불이익 받을까 고백 수위 못 높여"-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 이후 또 다른 내용의 제보가 있나."다양한 제보가 있다. '또 하나의 김용철'들이다. 의미있는 증언자들이 있다. 다만 그 분들이 결단을 내려주는 게 필요하다. 한국사회에서 삼성과 등져서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도 편안하게 잘 살고 있는데 공연히 큰 문제에 휘말려서 자기에게 어떤 불이익이 올 지 모르니까 양심고백과 증언의 수위를 높이지 못하는 것이다. 솔직히 김 변호사가 처음 사제단을 찾아왔을 때도 우리는 엄청난 일이 벌어질 텐데 큰 각오가 아니라면 삼성과 적당히 타협해서 편안하게 지내는 게 어떻겠냐고 얘기하기도 했다. 그 정도로 양심고백은 쉬운 일이 아니다."
- 제2, 제3의 김용철이 있다는 얘기인데, 지금까지 몇 명이나 찾아왔나.
"사제단에 접수된 것만 해도 10건이 된다."
- 제보자들은 삼성을 잘 아는 분들인가."삼성에서 일했던 분들이다. 김용철 변호사가 기안자라면 하부에서 실행했던 분들. 그런 분들이 많다."
- 김용철 변호사의 이야기를 뒷받침할 제보가 있나."그런 제보도 있다. 그러나 증언을 하게 되면 본인이 노출되고, 자료를 내면 동료가 다치게 되는 구조다. 직접 자료를 제출하면 현직 동료들이 다 끌려나오는 형국인데, 쉽지 않은 일이다. 삼성은 촘촘한 망처럼 다 걸어놔서 혼자 이탈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 제보의 공통점이 있나."내가 전화상으로 직접 면접한 분들은 2명이다. 1명은 삼성계열에서 일했던 분인데 직접 삼성본관에 현금을 실어나르는 역할을 했던 분이다. 높은 직위는 아니었지만 돈 뭉치를 실어나르는 것을 늘 보고 살았다는 양심고백이었다. 이 분이 처음에는 상당히 증언해주려고 하다가 갑자기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고, 그 뒤로는 어렵겠다고 물러섰다."
- 신뢰할만한 구체적 정황이 있나."처음에는 적극적이었지만, 1주일 뒤에는 문제가 이상하게 흐르는 것 같다며 한발 뺐다. 또 하나는 삼성 유령노조 때문에 고통받은 노동자들의 증언이다. 김 변호사가 개입돼 있는 문제다. 그런 면에서 김 변호사도 허물이 있다고 말한 거다.
또 삼성의 문제를 풀기 위해 힘을 보태고 싶지만 생활 때문에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 직접 부담을 드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 분들의 증언을 활용할 방법을 생각 중이다. 제보가 더 쌓이면 힘을 모아서 한꺼번에 공동 대응할 생각이다."
- 1차 기자회견 뒤로 18일이 흘렀다. 언제 가장 힘들었나."처음이다. 원로 신부님들이 먼저 의논하고 사제단에서 실무적으로 토론하고 그 끝에 우리가 일을 맡았다. 모처럼 나온 진실이 파묻히지 않게 해야 한다고 결정을 내린 날이 주일(일요일) 저녁이었다. 10월 28일 저녁이었는데, 세상은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잠들었지만 우리는 그날 밤 참 힘든 결정을 했다. 두 번째는 삼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세 분의 명단을 공개하기 전날이다."
"공개된 3명 중 이름 빼달라는 부탁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