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법주사 가는 길의 봄풍경가을이 온 지금, 어떤 색깔로 변해 있을까 궁금하다
문일식
사과농원에서 풍성함을 가득 맛본 뒤 가까운 속리산에 잠깐 들르기로 했다. 속리산의 단풍도 알아주는지라 보은까지 내려와서 그냥 올라가기는 못내 섭섭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가을의 속리산과 법주사는 처음이다. 지난해 봄에 들렀던 때 그 푸릇푸릇한 신선함이 있었던 봄풍경이었고, 그 푸릇푸릇한 풍경만큼이나 아름다운 가을풍경을 그려내고 있을까 무척 궁금했다.
이제는 반쪽이 되어버린 정이품송을 지나 널찍한 상가단지를 지난다. 어수선함이 이어지는 속리산 입구는 매표소 이르기 전 다리를 건너면서 다른 세상을 맞이한다. 어쩌면 이곳까지가 속세인지 모르겠다. 회사에서 야유회를 나왔는지 떠나갈 듯한 마이크 소리가 수행을 하고 있는 법주사의 선승들에게까지도 들릴 듯하다. 산행하고 내려오는 사람, 술 한잔에 거나해진 사람, 물건을 팔고, 음식을 권하는 사람들…. 다리를 건너 법주사 매표소에 이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내 조용하다. 다행이다. '속세와 이별함'은 바로 이곳을 두고 하는 말이 진정 맞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