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오솔길-128> 겨울산책

등록 2007.11.17 20:11수정 2007.11.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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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산책

간편한 옷차림으로 산책을 나왔다
조금 걷다보면 곧 열이 날거야 생각하면서
예상은 빗나갔다
귀가 시리고 금방이라도 발이 얼어붙을 듯
오랜만에 온몸으로 파고드는 강추위를 실감했다
추우면 다방으로 대폿집으로 들어가 추위를 녹이고
사무실로 뛰어들어가 난로를 피우며
제대한 후로는 추위를 모르겠다고 나는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추위도 우리가 호흡해야 할 대자연의 일부
혹한을 체험하고서야
봄의 희망을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을
정직하게 꽃 앞에 설 수도 있다는 것을
발에 동상이 걸리고 귀가 짓물러 터지고서야
한 여름 뙤약볕도 축복으로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사계의 아름다움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을
도로란 도로 모두 빙판으로 얼어붙고
눈보라 사납게 몰아치는 혹한으로 인해
비로소 봄은 눈부신 희망으로 온다는 것을
산책길의 나무들 그렇게 말하며 겨울을 나고 있었다
-최일화


시작노트


세상이 점점 편리해져 조금만 추워도 추워죽겠다 하고 조금만 더워도 더워 못살겠다 아우성입니다. 그런 세태를 보면서 온통 추위와 더위를 견뎌내며 당연한 듯 지내왔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기도 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야간보초를 서던 군대시절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 한반도를 강타하는 혹한도 사상 초유라는 한여름의 폭염도 모두 대자연의 한 현상이며,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그런 기후에 길들여지며 우리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온 것이니까요. 이제 겨울의 문턱에서 겨울이 더 이상 움츠려야 할 계절이 아니라 멋과 낭만을 찾아서 힘차게 나서야 할 아름다운 계절이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2007.11.17 20:11ⓒ 2007 OhmyNews
#겨울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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