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가 다 불어버렸네! 이리줘봐요"

장단콩 축제에서의 뜻 밖의 경험

등록 2007.11.19 19:02수정 2007.11.19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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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18일) 임진각에서 열리는 장단콩 축제에 다녀왔다. 날씨가 바람도 불고 매우 쌀쌀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나섰다. 추운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따라나서는 아들과 딸을 보면서 그래도 아빠가 간다고 따라나서는 것이 기특했다. 그러나 이러한 내 생각이 무척 잘못되었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아주 현명하신 우리 아드님과 따님께서 제사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잿밥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임진각에서 열리는 장단콩 축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몇 번 가보았던 놀이기구가 탐이 났던 것이다. 어쨌든 완전무장을 하고 임진각으로 향했다. 마지막 날이고 날씨고 춥고 해서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계셨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평화누리 언덕을 넘어서 도착한 장단콩축제 현장은 아주 인산인해였다. 어디서부터 들어가야 할지 주춤거리게 만들었다. 추운 날씨에 콩을 비롯해 고추장, 고구마 등 농사를 지으신 것을 내놓으시고 추위와 싸우시는 할머니들이 안쓰럽기도 했다.

 

장단콩 축제 임진각에서 열린 장단콩 축제의 재래장터
장단콩 축제임진각에서 열린 장단콩 축제의 재래장터 이종일
▲ 장단콩 축제 임진각에서 열린 장단콩 축제의 재래장터 ⓒ 이종일

재래 장터를 여기저기 둘러보고 그래도 살만한 것이 있나 하고 기웃거려보지만 추위에 모두 손이 주머니에 가 있어 쉽게 돈이 나오지 않았다. 옆에서는 커다란 무대 위에서 노래자랑이 열리는 듯 연방 음악소리가 들리면서 주변을 흥겹게 만들었다.

 

장단콩 축제는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경기도 파주 임진각 광장에서 열렸다. 파주시 장단면 민통선 천혜의 청정지역에서 자라는 콩은 웰빙 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데 이러한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 1997년부터 열려 벌써 11회째를 맞이하였다.

 

장단콩은 맛과 영양이 뛰어나 이천 쌀, 금산 인삼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진상품이었고 현대에 와서는 순수 토종 콩으로써 웰빙이라는 시대적 흐름과 맞물리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면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장단콩 축제 콩으로 만든 콩버거!
장단콩 축제콩으로 만든 콩버거!이종일
▲ 장단콩 축제 콩으로 만든 콩버거! ⓒ 이종일

날씨가 추웠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재래시장을 보여주고자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보여주려고 했다. 아이들의 마음은 벌써 콩밭에 가 있는데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아빠가 야속했을 것이다. 저 멀리서 왔다갔다하는 바이킹의 모습에 벌써 눈길을 빼앗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바로 갈 수는 없는 상황! 아이들의 관심을 끌려고 맨 처음 콩으로 만든 음식 전시관도 들러보았다. 콩으로 만든 갖가지 음식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런 것도 콩으로 만드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딸내미는 연방 예쁘다고 탄성을 자아낸다. 이것도 먹어보고 싶고 저것도 먹어보고 싶고 말이 끊이지 않는다.

 

장단콩 축제 타작을 한 마당에서 사이 사이에 콩을 찾습니다.
장단콩 축제타작을 한 마당에서 사이 사이에 콩을 찾습니다.이종일
▲ 장단콩 축제 타작을 한 마당에서 사이 사이에 콩을 찾습니다. ⓒ 이종일

콩 타작을 체험하는 곳에서 콩도 찾아보게 하고 외양간에 매 있는 소한테 여물도 주어보게 하고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타작을 한 마당에서 콩 하나를 찾아서 찾았다고 소리치면서 자기 주머니에 쏙 집어넣는 것을 보고, 이래서 체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가장 인기를 끈 것은 꼬마 메주를 만드는 체험이었다. 메주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삶아서 으깬 메주콩을 한 움큼씩 주고 네모나게 아주 정성스럽게 만들고 지푸라기로 싸서 새끼줄을 꼬고 이것이 메주라는 것이라고 가르쳐주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메주를 만들 때만은 그래도 딴생각을 하지 않고 열심히 만들었다. 만들고 나서 손에 꼬마메주를 들고 다니는 것을 보면 그래도 자신들이 만들었다고 손이 시린 상황에서 절대 놓지를 않는 것이 기특했다.

 

두부만들기. 도리깨 콩타작, 콩떡만들기, 콩알새총쏘기, 맷돌 돌리기, 지게 지기 등 여러 가지 체험하는 것이 있었지만 다 해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관람객과 함께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들려고 노력한 부분이 엿보였다.

 

장단콩 축제 꼬마 메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눈이 어디로 가 있나요? 바이킹으로....
장단콩 축제꼬마 메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눈이 어디로 가 있나요? 바이킹으로....이종일
▲ 장단콩 축제 꼬마 메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눈이 어디로 가 있나요? 바이킹으로.... ⓒ 이종일

결국 놀이동산에서 추운 날씨 덕에 다 타보지는 못하고 몇 개를 골라 타보고 너무 추워서 먹을거리 장터로 향했다. 천막에 들어서니 언 손과 발을 녹이고 자리를 잡았다. 잔치국수의 따뜻한 국물로 몸을 녹이고 배도 채웠다. 화장실에 다녀 와서 국수가 다 불어 버렸는데 아저씨가 오더니 "국수가 다 불어버렸네 잠깐 기다려요" 그러시더니 이내 국수 한 그릇을 다시 말아 오신 것이다.

 

고맙기도 하고 여러 축제를 다녀 봤지만 이러한 경험은 처음이어서 인지 고맙다는 말은 하지 못하고 얼떨결에 국수를 받기만 했다. 이래서 장단콩 축제가 인기를 한몸에 받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관람객이 와서 먹고 가든지 말든지 음식 주문만 하고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대부분인데 사람들이 많아서 북적북적 하는 순간에도 배려를 하는 모습에 기분이 무척 좋았다. 기분 좋게 국수를 먹고 바람이 차가웠지만 바람개비 돌리면서 동산을 넘어 주차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아이들도 나도 가벼웠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언 몸이 녹으니 졸음이 쏟아지는 모양이었다. 조용한 것을 보니 잠이 들어 버렸다. 신나게 놀고먹고 건강한 것이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추운 날씨에도 짜증 안내고 놀아 준 아이들이 고맙다.

 

장단콩 축제 커다란 콩 모형
장단콩 축제커다란 콩 모형이종일
▲ 장단콩 축제 커다란 콩 모형 ⓒ 이종일

날씨만 좋았으면 좀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는데 아쉽게 생각한다. 그러나 콩도 찾아 보았고 소에게 여물도 주고 메주도 만들고 많은 것을 느껴 보았을 것이다. 놀이기구 탄 것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축제에서 맛볼 수 없는 후한 인심과 축제를 찾아준 고객에 대한 배려가 인상 깊었다. 내년에도 꼭 가고 싶은 축제였다.

2007.11.19 19:02ⓒ 2007 OhmyNews
#장단콩축제 #임진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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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PB로써 고객자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내 증권방송 앵커 및 증권방송 다수 출연하였으며 주식을 비롯 채권 수익증권 해외금융상품 기업M&A IPO 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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