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7.11.20 09:09수정 2007.11.20 09:11
"직장인이세요? 인터넷 쇼핑몰 OOOO인데요, OO카드 가입하세요."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 회사원 A씨는 중요한 거래처일 거란 생각에 전화를 받는다. 그러나 걸려온 전화에서는 판매사원의 천상유수 같은 말이 몇 분간 이어진다.
카드사에서 걸려온 전화일까? 아니다. 그가 가입한 인터넷 쇼핑몰 OOOO에서 걸려온 전화다. OO카드사와 제휴관계라는 이 쇼핑몰은 회원들의 정보를 토대로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판촉행위를 한다.
위법일까? 아니다. 합법적 행위다. 왜냐하면 A씨는 인터넷 쇼핑몰 가입시 '개인정보활용'란에 '동의함'으로 체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쇼핑몰의 개인정보활용란에는 도대체 어떤 내용이 기재되어 있을까.
눈 가리고 아웅식
A씨는 이 사이트에 가입할 때 동의함에 체크했다. 따라서 손해보험사, 위탁대행사, 카드사 등 총 5개의 제휴사에 그의 정보가 팔려간다(타 쇼핑몰 중 42개의 제휴사를 거느린 곳도 있었다). 이용목적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정보는 '마케팅용'으로 쓰인다.
이 인터넷 쇼핑몰 가입 때문에 판촉 전화를 하루에 최대 5번까지(타 쇼핑몰 경우 42번까지)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전화를 받은 고객이 이에 어떠한 제재를 가하거나 항의할 수도 없다. 고객이 할 수 있는 일은 전화를 받는 즉시 "저는 이런 전화를 원치 않습니다. 마케팅에서 제 전화번호를 삭제하여 주십시요"라는 의사를 밝히는 게 고작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전화하지 말라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번에 다시 똑같은 전화가 올 때만 전자상거래법에 의해 제재가 가능하다"고 전한다. 그 전에는 현실적으로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없다. 귀찮지만 매번 꼬박꼬박 저런 식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OOOO 인터넷 쇼핑몰은 "(우리도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자 사이트의 회원들에게 분명 시간적 · 정신적 피해를 주었음이 확실한데도 "회원 가입할 때 이미 동의함에 체크했으니 된 거 아니냐"는 반응을 보인다.
당신의 정보를 팔지 않으려면 가입도 말라?
개인정보활용에 '동의안함'을 체크하면 해당 사이트에 아예 가입조차 할 수 없다. 쇼핑몰 사이트를 이용하려면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휴사가 마케팅 용도로 쓰는 데에 필히 '동의'하여야 한다.
문제의 심각성은 비단 이 사이트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조사한 바에 의하면 위 쇼핑몰을 제외하고, 인터넷 쇼핑몰 매출순위 5위(2007년 통계청 자료에 의거)내의 사이트 모두가 이런 방식으로 회원들을 가입시키고 있었다.
이들이 한 목소리로 하는 말은 "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다. 그래서 쇼핑몰이 이벤트 회사와 제휴하고, 생명보험사와도 제휴한다.
줄줄이 세는 내 정보.. 주민번호도 팔린다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회원의 성명, 전화번호, 주소, 이메일은 물론이고 주민번호까지 제휴사에게 넘겨진다. 나의 정보가 해당 가입 사이트만이 아닌 회원 본인도 모르는 여러 기업들에 떠돈다.
"가입한 데에만 (내 정보가) 있는 거 아닌가요?" B씨의 말. 이처럼 자신의 정보 특히 주민번호까지도 제휴사에 넘겨지고 그것이 마케팅에 활용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이런 전화에 대한 항의가 하루에 30건 이상이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실제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겠나"는 공정거래위원회 한 관계자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2007.11.20 09:09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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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쇼핑몰이 하루에 42통의 전화를 걸어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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