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와 관련한 추문과 의혹들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자녀들의 '유령직원 채용'과 '탈세'에 이어 이 후보가 자기 건물에 입주한 '불법성매매 유흥업소'로부터 임대수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되더니, 11월 20일에는 이 후보가 자신의 운전기사와 부인의 운전기사를 위장취업시키고 탈세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선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에 대해 하루가 멀다 하고 제기되는 여러 의혹을 바라보는 유권자로서는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고, 이 후보가 정말 대통령이 되어도 되는지 불안감을 떨칠 수 없을 지경이다. 오죽하면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조차 "솔직히 BBK부터 후보자녀들 취업문제까지, 제 자신이 좀 짜증났다"며 "국민들이 마음 졸이는 이 상황이 참 속상하고 죄송하다"고 글까지 썼겠는가.
이토록 엄중한 사안임에도 한나라당과 이 후보 측의 대응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만약 강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야 하고, 만약 사실이라면 지금이라도 이 후보는 대통령 후보를 사퇴하는 게 마땅하지만 한나라당은 그저 '근거없는 주장'이라며 어물쩍 넘기려고만 하고 있다.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강 의원의 주장에 대해 "이 후보는 대명통상 대표로서 개인사업자이며, 신씨와 설씨는 개인사업자의 차를 운전하고 민원관계 대소사를 처리하기 위해 채용된 것"이라며 '위장채용' 주장을 반박했고, "이 후보는 국회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후원회가 별도로 없고 정치자금도 없다"며 "따라서 정치자금법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치자금법 대상이 아니다'는 박 대변인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미 설득력 있는 반박들이 제시되고 있다. 정치자금법 제6조에 의하면 이 후보는 한나라당 경선에 출마했을 때부터 '후원회'를 둘 수 있지만 두지 않았다. 즉 '국회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후원회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후원회를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각 정당의 예비경선 과정이 공직선거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이 후보는 선거사무소를 두고 회계책임자를 통해 운전기사에게 급여를 지급해야 했다. 따라서 이 후보는 자신의 개인업체를 통해 급여를 지급했기 때문에 명백히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이 후보가 예비후보로 등록하기 전부터 그 회사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운전을 했기 때문에 적용 대상이 안 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 또한 법적인 빈틈이 무수하다.
2007년 10월 26일 있은 근로기준법의 적용범위에 대한 대법원 판례(2005도9218)는 "사업장인지 여부는 하나의 활동주체가 유기적 관련 아래 사회적 활동으로서 계속적으로 행하는 모든 작업이 이루어지는 단위 장소 또는 장소적으로 구획된 사업체의 일부분에 해당되는지에 달려있다"며 "일회적이거나 그 사업기간이 일시적이라 하여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즉 이 후보의 운전기사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장은 이 후보의 건물관리업체가 아니라 이 후보의 선거캠프가 되는 것이다.
이밖에 선관위 관계자 또한 "후보자를 수행하는 운전기사에게 지급되는 돈도 당연히 정치자금으로 처리돼야 한다"고 말하는 등 법원 판결, 법률 해석에 있어 한나라당의 주장은 별다른 설득력을 얻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줄도 다루지 않은 조선·1단 단신으로 다룬 동아·편파성 드러낸 중앙
따라서 이번 강 의원의 의혹제기에 대해 언론들은 마땅히 구체적 진실을 보도하고 누구의 주장이 타당한지에 대해 설명해줘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언론들은 나중에 이 후보가 당선된 뒤 '무효'가 되는 경우 '범죄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도록 방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얼마 전 '자녀 위장채용' 때와 마찬가지로 11월 21일 대부분의 언론 보도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조선일보는 이번 사안에 대해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기자 이름조차 등장하지 않는 간단한 단신으로 처리하는 데 그쳤다.
중앙일보는 4면 <신당 "이명박·부인 기사도 위장취업"/한나라 "개인사업자 … 법적 문제없다">에서 비교적 비중 있게 싣긴 했다. 하지만 강기정 의원의 주장과 한나라당 측의 반박을 거의 같은 비중으로 다루며 '공방' 사안으로 보도했다.
특히 중앙은 "건강보험공단 측은 '국회의원 요청에 따라 국회법에 맞춰 자료를 제공했지만, (개인의 사생활이 포함된) 이런 내용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해당 의원의 책임'이라고 밝혔다"며 강 의원의 의혹제기가 문제있는 행위인 것처럼 묘사했다. 또한 심지어 "세무 관계자들은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의 경우 '개인행위'와 '사업행위'의 구분이 모호해 운전기사가 회사의 월급으로 사업자 개인 일을 처리하는 것을 인정하는 관행이 있다고 말했다"며 한나라당의 반박에 힘을 실었다.
이들 보수신문에 비하면 이번에도 역시 한겨레 보도가 두드러졌다. 한겨레는 1면 <이명박 후보 부인 운전기사도 위장채용 의혹>에서 두 정당의 주장을 보도한 데 이어, 5면 <자녀 이어 기사까지…'위장채용 시리즈'>에서 "한나라당은 '이 후보가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운전기사를 고용했을 뿐'이라고 해명하지만 좀 군색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한나라당 측 주장의 허점에 대해 짚었다.
한겨레는 이 후보 부인의 운전기사까지 '이 후보의 운전기사'라며 '위장채용·탈세' 혐의를 부인하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설씨가 건물관리 업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 후보 부인의 차를 운전했다면, 탈세 혐의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원찬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치자금조사과장은 '후보자를 수행하는 운전기사에게 지급되는 돈도 당연히 정치자금으로 처리돼야 한다'면서도 '전체 선거비용이 400억여원인데, 이 정도는 일부분이어서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회계자료를 내놓으라고 할 수 있을지는 따져봐야겠다'고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1면 <이후보·부인 운전사도 '위장 고용' 의혹>에서 이 내용을 비교적 비중 있게 보도했다. 기사는 비록 두 정당 간 주장과 반박을 중계하는 중립적 보도에 그쳤지만 한나라당 주장에 대한 대통합신당 측의 설득력 있는 재반박에 무게를 싣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서울신문은 5면 <"이명박 운전기사도 위장취업">에서 강 의원의 의혹제기를 중심으로 보도하기는 했지만 단순전달에 그쳤다.
한국 언론, 17대 대선을 마지막으로 없어질 것인가?
한편, 방송3사는 11월 20일 메인보도프로그램에서 <또 위장채용 논란>(MBC), <취업 위장 논란>(KBS), <또 위장취업 논란>(SBS) 등 기자 리포트로 각각 1건씩 보도했다. MBC와 SBS의 경우 대통합신당의 의혹제기와 한나라당의 반박을 '논란'과 '공방'식으로 보도하는 데 치중한 데 비해 KBS는 차별성을 보였다.
KBS는 이 후보의 운전기사들이 채용된 이 후보 소유 빌딩을 찾아가 건물관리업체 직원들에게 운전기사들의 근무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국민연금 가입자 현황을 살펴보니 이 후보 부인의 운전기사 설 모씨가 지난해 7월부터 이 사업장에서 일한 것으로 돼 있다"며 강 의원의 주장을 사실로 확인했다.
특히 KBS는 "현행 정치자금법에는 공직선거의 후보자는 자신의 재산으로 정치자금을 지출하는 경우에도 회계책임자를 통하도록 돼 있다"며 한나라당 주장대로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지급한 급여가 맞다하더라도 그것이 '선거운동 과정의 정치자금'으로 해석될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이 됨을 지적했다.
우리 단체는 20일 인터넷을 통해 이번 '운전기사 위장채용 의혹'을 접하면서 보수신문이 이 건을 어떻게 다룰지 이미 예견했다. 침묵 또는 소극적 보도로 이 후보를 감쌀 것이란 예측이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그 '기대'를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비중 있게 다룬 중앙일보의 경우 '의외'의 경우로 놀라게 했지만, 내용에서 노골적인 편파성을 드러내 다시 한 번 우리를 절망케 했다.
방송들의 경우 이전 '자녀 위장채용'과는 달리 비교적 발 빠르게 관련 내용을 보도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앞서 썼다시피 이번 사안의 경우 '당선무효'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하다. 특히 한나라당의 반박은 구차하기 이를 데 없는 반면 대통합신당 측의 주장은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하다.
그렇다면 방송들은 이번 사안을 '공방'이나 '의혹제기' 수준에서 다룰 게 아니라 어떤 부분이 '정치자금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해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줘야 한다. 대통합신당 측의 주장이 어떤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반대로 한나라당 측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지 유권자들이 따져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다. 이는 경향신문과 서울신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우리의 요구다.
지금 온 나라를 흔들고 있는 'BBK 의혹'에 대해 우리는 언론들이 그 실체 규명에 앞장 서 주길 꾸준히 요구해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들은 김경준씨의 입만 쳐다보거나 검찰의 수사결과만 기다리고 있다. 백번 양보해 의혹을 해소할 핵심에 김경준씨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이해하자. 그렇다면 최소한 '자녀·기사 위장채용' 정도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무엇이 문제인지 언론이 취재하고 설명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정녕 우리 언론들은 이번 대선을 마지막으로 언론이길 포기하려는 것인가.
2007.11.22 12:13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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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이 후보 의혹, 언론 불신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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