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 보낸 땅 기부해 실버타운 건립

[인터뷰] 전 강화군수 김선흥 박정자 원장

등록 2007.11.22 16:10수정 2007.11.2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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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자 김선흥 원장 부부 사진 오른쪽이 박정자 원장.
박정자 김선흥 원장 부부사진 오른쪽이 박정자 원장.김진이


“땅 헌납한 일은 전혀 어렵지 않았습니다. 평생을 내조해준 아내의 소원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인생의 황혼길에서 남은 일생을 어려운 어르신들을 섬기는데 바치고 싶다고.”

6억원 상당의 땅을 기증해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한 요양시설을 마련하고 그 모든 걸 감리회 재단에 기부채납한 김선흥 장로는 자신의 선행을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정말 쉬운 일이었을까.

김선흥 전 강화군수(70세)는 95년 민선 1대 강화군수로 취임해 2대까지 군수로 재임했다. 남편인 군수를 도와 사모, 박정자(65세) 원장은 여성의 전화, 재가복지 자원봉사, 청소년자원봉사 단체 등 사회복지와 봉사 활동을 계속했다. 남편을 내조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박 원장은 사회복지 분야에서 자신의 사명을 찾게 됐고 사이버 대학에서 사회복지사 자격을 따기도 했다.

“사회복지 공부를 하다보니 실버요양원 사업을 보건복지부가 적극 지원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나이가 들어 노인이 돼가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더군요.”

박정자 원장이 먼저 사회복지와 ‘실버’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자격증까지 따면서 적극적으로 나서자 김선흥 전 군수도 자연스럽게 아내를 따라가게 됐다고.

“우리 집사람 얘기를 하면 지금도 칭찬하는 사람이 많아요. 나를 돕는다고 지역봉사를 하는데 그 당시 민선 초기에 재정이 따로 없죠. 집사람이 멸치 액젓 장사를 해서 그 돈으로 불우이웃도 돕고, 부녀회 예산으로도 사용했죠. 부녀회원들이 젓갈 주문을 받아오면 우리 집사람이 직접 젓갈을 배달해줬는데 덕분에 승용차를 두 대나 버렸습니다.”


김 전 군수가 아내 자랑을 하며 기분좋은 웃음을 지었다. 남편을 돕다가 사회복지에 아예 푹 빠지게 된 셈이다. 박 원장 부부는 사회복지 과정을 밟으며 알게 된 실버요양사업을 서둘러 준비하기 시작했다. 김 전 군수가 어린 시절부터 살아온 강화 화도면 마니산 자락 집터 1천1백평을 기부체납 해 2005년 정부의 시설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개인 법인으로 할 수도 있었지만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 법인으로 등록해 ‘마리실버힐’의 이사장은 신경하 감독회장이다. 기증하게 된 집터에 대해서도 박 원장 부부는 하나님의 예비하심을 얘기한다.

“내가 군수가 되던 해에 우리 집이 벼락을 맞아 불이 나 다 타버렸죠. 다시 지으려니 군수가 집짓는다고 소문날까봐 퇴임까지 그냥 내버려뒀습니다. 퇴임하고 집을 지으려는데 자꾸 일이 꼬이더군요. 이 일을 준비하라는 하나님의 뜻이었다 싶습니다.”


오히려 예산을 받고 시설이 지어진 뒤에 일들이 부부를 더 곤란하게 했다. 정부 예산은 정해진 인원 수와 규정 속에서만 지원된다. 그러나 사업을 진행하면서 각종 세금과 설계, 사전 시설 가동 비용은 모두 박 원장 부부가 부담하고 있다. 예산보다 더 어려운 일은 마땅한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 인건비는 똑같은데 누가 시골와서 일하겠어요. 사회복지사, 영양사, 의사, 간호사 등 관리 인원을 35명 충원해야하는데 그게 가장 어려워요.”

고민 끝에 부부는 큰 아들 김정구(37) 씨를 사회복지사 자격을 따게 해서 사무장으로 일을 돕게 했다. 영양사 자격이 있는 며느리도 돕겠다고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이제 나이들면 우리도 어디 가야 되잖아요. 우리라고 자식 신세질 수 있나요. 그 생각하니까 이거 내놓는 거 하나도 안 어려웠고 두 아들도 만장일치로 찬성해줬어요. 유년시절을 보낸 이 곳에서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게 돼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무료로 운영되는 마리실버힐
지난 10월 27일 준공예배를 드린 강화 ‘마리실버힐(원장 박정자)’은 마니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뒤로는 마니산이 자리하고 앞으로는 아름다운 강화의 농촌마을이 그림처럼 펼쳐져있다. 멀리는 강화 바다도 보여 요양원이기보다는 별장같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사회복지법인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운영하며 대지 3천6백여㎡, 연면적 1천5백㎡의 3층 건물이다. 1층은 물리치료실, 간호실, 식당 등이 배치됐고 2, 3층 생활관에는 4인실 12개, 2인실 5개 등 총 60명의 노인들이 머물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용 가능한 대상은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로 노인병, 중풍, 치매 등 중증 지병을 갖고 있으며 마땅한 보살핌을 받기 어려운 경우로 강화군에서 신청 및 접수를 받고 있다. 꼭 강화군민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생활복지사 1명, 간호사 3명, 물리치료사 1명, 촉탁의 1명 등 모두 35명의 직원들이 어르신들을 돌보게 된다. 어르신들은 일상생활 관리부터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받게되며 재활 및 여가 활동도 즐길 수 있다. 전액 무료로 운영되는 마리실버힐에서는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를 함께 모집하고 있다. 요양원의 이사장은 신경하 감독회장이며 운영은 박정자 원장과 감리회가 지정한 운영위원회에서 맡게 된다. 문의는 032-937-8810으로 하면 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기독교타임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기독교타임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실버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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