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운하는 경운기 속도의 '경악운하'

경부운하 저지 국민행동, 23일 부산서 '경운기 퍼레이드'

등록 2007.11.23 13:15수정 2007.11.2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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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경부운하 저지 국민행동 부산본부는 23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 소재 한나라당 부산시당 앞에서 '경부운하 저지 경운기 퍼레이드 출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국민행동 대표들이 '경부운하는 사기다'며 사기그릇에 '경악운하'라고 쓴 글자를 붙여 놓고 망치로 깨는 모습.

경부운하 저지 국민행동 부산본부는 23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 소재 한나라당 부산시당 앞에서 '경부운하 저지 경운기 퍼레이드 출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국민행동 대표들이 '경부운하는 사기다'며 사기그릇에 '경악운하'라고 쓴 글자를 붙여 놓고 망치로 깨는 모습. ⓒ 윤성효


“우리는 경운기를 몰고서 경운기보다 느린 경부운하의 경제적 허구와 물류의 왜곡을 생태적 진실에 더하여 전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 그렇다.”

경부운하 저지 국민행동(부산본부)은 23일 부산시내에서 ‘경부운하 저지 경운기 퍼레이드’를 벌였다. 국민행동은 이날 오전 10시 부산시 수영구 남천동 소재 한나라당 부산시당 앞에서 출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민행동은 밀양에서 경운기 7대를 트럭에 싣고 왔지만 도로에 내려놓지 못했다. 경찰이 ‘신고 내용과 다르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경운기를 도로에 내리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

국민행동은 한나라당 부산시당 앞 도로 가에 경운기를 실은 트럭을 세워 놓고, 트럭 위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민행동 관계자들은 경운기를 도로에 내려놓겠다고 하면서 경찰과 한때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부산선관위 관계자들도 현장에 나와 채증을 하기도 했으며, 기자회견 중간에 관련 규정을 들어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국민행동은 선거 관련 규정으로 인해 ‘경부운하’라 하지 않고 ‘경악운하’라 불렀다.

이들은 “경악운하는 사기다”는 제목으로 퍼포먼스를 벌였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스폰지’를 본 따 ‘경악운하는 사기다’거나 ‘경악운하는 뻥이다’ ‘경악운하는 밑빠진 독이다’고 하기도 했다. 또 국민행동 대표자들은 ‘경악운하’라는 글자가 붙은 사기그릇을 망치로 깨기도 했다.

a  경부운하 저지 국민행동 부산본부는 23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 소재 한나라당 부산시당 앞에서 '경부운하 저지 경운기 퍼레이드 출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부운하 저지 국민행동 부산본부는 23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 소재 한나라당 부산시당 앞에서 '경부운하 저지 경운기 퍼레이드 출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경부운하는 자연에 대한 주가조작이다"


국민행동 관계자들은 갖가지 이유를 들어 ‘경부운하’를 비난했다.

김상화 낙동강공동체 대표는 “어제 밤늦게까지 경찰과 선관위에서 여러번 전화를 해서 오늘 행사를 못하도록 했다”면서 “국토의 주인은 국민이다. 대통령과 장관도 함부로 할 수 없다. 강의 유역 주민인 국민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운하를 건설하겠다고 하느냐”고 말했다.


안병옥 환경연합 사무총장은 “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국민들은 이 운하에 대해 너무 모른다”면서 “처음에는 ‘물류혁명’을 위한다고 하더니 지금은 ‘수질개선’을 내세우고 있다. 낙동강의 먹을 물 걱정을 얼마나 하고 있느냐. 거기에 기름을 실은 배가 달린다면 물은 어떻게 되겠느냐. 운하는 그야말로 허깨비다”고 강조.

안하원 국민행동 부산본부 대표는 “운하 반대하는데 경운기를 왜 끌고 왔느냐. 이명박 후보가 물류를 위해 운하를 건설하겠다고 하는데, 그 속도는 경운기가 굴러가는 속도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한나라당 후보가 지지율이 올라가니까 혹시 당선되어 운하를 건설할까봐 걱정이 되어서 나왔다. 오늘 행사는 워밍업이다. 앞으로 전국적으로 목숨 걸고 막을 것이다. 간단하게 이명박 후보를 당선시키지 않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광우 한강CSD 위원장은 “너무 끔직한 일이 예견되기에 알리기 위해 왔다. 운하를 건설하겠다는 이명박 후보는 정신이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없다. 경부운하는 말도 안되는 발상이다”고 말했다.

정우식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은 “흔히 일이 안될 때 ‘꼬인다’고 말하고 더 안되면 ‘비비 꼬인다’고 한다. BBK 같이 말이다. 그 사람으로 인해 한나라당이 비비 꼬이고, 나아가 국민 전체가 꼬이고 있다”면서 “경제를 살리겠다며 처방약을 쓴다며 경부운하를 들고 나왔는데, 그 약은 농약이다”고 말했다.

서정호 국민행동 부산본부 실장은 “여기 보는 경운기가 녹슬어 있다. 이명박 후보가 농민들에게 새로운 경운기를 한 대씩 주는 공약을 내세우면 몰표가 몰릴 것”이라며 “이명박 후보가 건설업자라고 하는데 그는 운하를 운영해본 경험은 없지 않느냐. 운하를 건설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는데 요즘 젊은이들 3D 업종에서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결국 건설 현장은 이주 노동자들이 차지할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이준경 국민행동 부산본부 사무처장은 “온나라가 BBK의 주가조작으로 난리다. 경부운하는 자연에 대한 주가조작이다. 그것은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나라당 안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것은 실체도 없고 내용도 없다”고 강조했다.

a  경부운하 저지 국민행동 부산본부는 23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 소재 한나라당 부산시당 앞에서 '경부운하 저지 경운기 퍼레이드 출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경부운하는 사기다'며 사기그릇에 '경악운하'라고 쓴 글자를 붙여 놓고 깬 모습.

경부운하 저지 국민행동 부산본부는 23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 소재 한나라당 부산시당 앞에서 '경부운하 저지 경운기 퍼레이드 출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경부운하는 사기다'며 사기그릇에 '경악운하'라고 쓴 글자를 붙여 놓고 깬 모습. ⓒ 윤성효


결의문 '국민 경악운하'

경부운하저지국민행동은 이날 “한나라당은 국토파괴, 국운파탄, 국민 경악운하 폐기하라”는 제목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국민행동은 “1996년, 이곳 부산에서는 위천공단저지총궐기본부의 주관으로 낙동강 수로사업의 부당성을 규탄하는 최초의 침묵시위가 있었다”면서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2007년 11월, 그 어떤 정당성도 확보하지 못한, 심지어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반대하고 있는 경부운하에 대한 입장을 천명키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국민행동은 “선관위는 이번 기자회견을 비롯한 일련의 국민적 표현에 대해 선거법의 저촉을 들어 행사중지를 알려 왔다”면서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고 슬픈 일이다. 문제가 있어도 문제 삼을 수 없고, 오히려 문제 삼음이 문제가 되는 이상한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고 지적.

이들은 “유사 이래 낙동강과 한강을 억지로 합치고 말겠다는 국토파괴의 처참한 생태적 혼란과 사람살이의 피폐를 강요하는 경부운하가 국운융성으로 호도되는 어처구니없는 시절”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한나라당은 국토파괴 국운파탄 경부운하 공약을 폐기할 것”과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상수원 보호를 위해 경부운하 공약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트럭에 경운기 싣고 이동

국민행동은 당초 기자회견 뒤 의견서를 한나라당 부산시당에 전달할 예정이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자 전달하지 않았다. 국민행동은 경운기를 트럭에 싣고 경운기보다는 조금 빠른 속도로 수영로를 지나 부산시청으로 향했으며, 이곳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이들은 트럭에 실린 경운기에 ‘NO 경악운하’ 등의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붙였다가 경찰과 선관위 직원들이 저지하는 바람에 철거한 채 이동했다. 이들은 부산 연산광장을 거쳐 부산 동래 소재 박승환 의원 사무실 앞을 지나 오후 4시경 부산대 앞에 도착한다.

국민행동은 이날 저녁 서면 천우장 앞에서 ‘경부운하 저지 부산시민 문화한마당’ 행사를 연다.

이날 현장에는 부산선관위 직원들이 나와 단속하기도 했다. 부산선관위 관계자는 “기자회견은 자기의 의사 표현이기에 가능하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설물이나 인쇄물을 하는 행위는 안된다”면서 “상황을 보아 가면서 중단 등의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경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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