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이 박형준, 나경원 대변인과 지난 22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BBK 의혹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홍준표 위원장과 두 대변인은 이명박 후보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을 방어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상도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로 "욕본다"는 말이 있다. 심지어 어른에게 "욕보이소"라고도 한다. 일종의 사투리로 '수고한다'는 말과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다소 강한 느낌이 들어 조금 어감이 다르다.
'욕'이라는 것이 인격적으로 불명예를 당하는 일을 말하는데, '욕본다'는 것은 결국 더러운 꼴, 더러운 일, 불명예스러운 일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사람에게 동정하는 마음으로 쓰는 말인 것이다. '네가 어쩔 수 없이 욕을 보게 되었으니 내가 참 안타깝다'라는 정도가 아닐까 한다.
한나라당의 '욕보는' 사람들그런데 요즘 한나라당에 부쩍 '욕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대한 온갖 범법 행위나 의혹에 대해 나서서 해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 몇몇 사람들이 그들이다. 대표적인 사람들이 나경원, 박형준 대변인이다. 또 요즘은 클린정치위원장인 홍준표 의원이나 BBK 의혹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영입된 고승덕 클린정치위원회 전략기획팀장이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요즘 하는 게 매일 해명이고 반박인데, 흡사 둑에서 여기저기 물을 새는데 맨 주먹으로 막듯이 동분서주 애쓰는 모습이 정말 안타깝다. 뭐가 그리 위조가 많고, 우연이 많은지 이명박 후보의 행동이나 발언은 대변인들의 해명을 들어보지 않으면 도저히 독해가 불가능할 지경이다.
대충 예를 들어봐도, 이명박 후보의 위장 전입 논란부터 시작해서 자녀들의 위장취업, 마사지 걸 발언, 이 후보 빌딩의 성매매업소 논란, 운전기사들의 위장취업 논란, 한양대 고액 강의료 등을 비롯해서 논란이 제기되면 일단 부인하기 급급하고 잘못이 확인되면 사과하고 변명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 후보의 자녀 위장취업이 문제가 되자 "상근직으로 근무한 것은 아니지만 건물 관리에 일부 기여한 바가 있어 직원으로 등재했다"고 해명했다. 판사 출신의 국회의원이 되지도 않은 논리로 해명하느라 정말 '욕본다.'
신망받던 교수 출신의 박형준 대변인은 또 어떤가? 이장춘 전 대사가 쓰지도 않고 폐기했다던 이명박 후보의 'BBK 명함'을 받았던 사실을 폭로하자 "이 전 대사는 이회창 후보를 돕는 사람인 만큼 그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박 대변인은 이명박 후보를 돕는 사람인 만큼 그의 말은 이제 믿을 게 못될 것 같다.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BBK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11월 22일에 있었던 고승덕 변호사의 기자회견에서는 고승덕·나경원·홍준표 세 사람이 단체로 '욕을 봤다'.
고 변호사가 2000년에 김경준씨와 이명박 후보가 처음 만났다는 결정적 증거라며 김경준이 보낸 편지를 들고 나왔지만, 오히려 기자들이 편지의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서 전에 만남이 있었을 가능성을 질문하자 말문이 막히며, 결정적 증거가 갑자기 '양념'으로 둔갑되는 어색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결정적 증거가 '양념'으로 둔갑하고 "식사했어요?"라며 답변회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