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빈 러드 노동당 당수의 투표장면을 보도한 데일리텔레그래프.
호주노동당의 '4전5기' 신화를 이룩한 캐빈 러드 당수는 2006년 12월 노동당 당권경쟁을 통해 전임 킴 비즐리 당수를 승계한 다음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노동당을 '비전이 있는 미래정당'으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러드 당수는 '해리 포터'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젊음이 넘치는 외모와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범생이'로 소문났다. 그는 노동당 리더답지 않은 부드러운 말투를 사용하지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는 결단력으로 젊은 층과 여성 유권자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퀸즐랜드 출신인 그는 11살 때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최근 데일리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중고등학교 시절에 나는 쓸모없는 존재(I was nerd)였다"고 토로했지만, 사실은 학생대표를 맡고 토론그룹 리더로 활동한 수재였다.
지금은 연립당의 한 축인 국민당으로 당명을 바꾼 지방당(Country Party) 소속 당원이었던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그의 가족들은 차 안에서 잠을 자야하는 극빈한 시절을 보내야 했다.
러드 총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불우했던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일들이 사회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회상하면서 보수당 출신 아버지를 둔 아들이 진보정당인 노동당에 합류하게 된 속사정을 내비쳤다.
러드 당수는 외교부 공무원과 퀸즐랜드 지방정부 관리를 거쳐 1988년 하원의원에 당선되어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호주국립대 중국어과 출신으로 만다린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그는 시드니 APEC 정상회담에 참석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만다린어로 대화를 나누어 중국인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런 연유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관계를 유지하면서 11년 반 동안 친미 일변도의 외교관계를 이어온 존 하워드 총리와는 달리 캐빈 러드 총리가 친 중국 외교를 펼칠 것으로 예상하는 호주인들이 많다.
그러나 러드 총리는 선거운동 기간에 행한 한 연설을 통해 "하워드 총리와 부시 대통령이 같은 시기에 활동하기 때문에 가깝게 지내면서 후원을 아끼지 않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부시 대통령과 자주 만나서 미국과의 관계를 잘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이라크에 파병한 호주군을 단계적으로 철군시키겠다고 공약했다.
한편 백악관의 한 대변인은 24일 밤 노동당 승리 소식을 접한 후에 부시 대통령이 전하는 축하메시지를 공개하면서 "오랜 동맹국가인 미국과 호주의 관계를 상기하면서, 부시 대통령은 노동당 정부와도 친선관계를 계속 유지하기를 바란다"는 부시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
러드 당수는 '새로운 리더십(New leadership)'의 기치를 높이 들고 "과거의 낡은 가치에 머물러 있는 존 하워드 총리의 시대를 청산하고 호주의 밝은 미래를 이끌기 위해서 내가 왔다"면서 40일 선거운동의 대장정에 오른 바 있다.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혁명이 최우선의 과제"라면서 "노동당이 승리하면 교육총리(Education Prime Minister)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선거운동 내내 수많은 학교들을 방문했다.
러드 당수는 지난 11월 21일, 호주 기자클럽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서 "호주가 중국경제의 빠른 성장으로 예상치 않았던 지하자원 붐을 맞았고, 그 덕분에 OECD국가 중에서 지속적인 경제호황을 누리고 있다"면서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빈부의 격차가 더 커지는 상황이다, 그 해결책은 교육혁명을 통한 기회균등을 부여하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서 "나의 목표는 호주의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이 세계적인 수준의 교육(world class education)을 받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강자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의 특성상 빈곤의 대물림을 막을 방법은 공평한 교육밖에 없다"면서 교육총리가 되려고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