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자와 작은 손자가 알타리 뽑는 모습..
정현순
하여 사돈댁, 남동생에게 나누어 주기로 했다. 11월 초순경에 알타리를 뽑았다. 알타리를 뽑는 날에는 사위와 손자, 딸과 함께 알타리를 뽑자고 했다. 사위는 물론 손자들도 아주 좋아하였다. 큰손자는 그런대로 흉내를 내고 작은 녀석은 일거리를 만들어주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것을 보니 같이 뽑자고 하기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위한테 본댁에 가지고 갈 알타리를 뽑아 담으라고 했다. 가만히 보니 아주 신나하면서 마음껏 두 자루에 담는다. 갓도 넉넉히 담았다. 사위는 다음날 출근하는 길에 본댁에 들려 어머니한테 갖다 드렸다고 한다. 어머니는 “요즘 김장거리가 비싸던데 이게 웬 횡재이니” 하시며 고맙다는 말을 전하라고 했단다. 신이 난 사위는 “장인어른께서 배추농사도 잘 되어서 그것도 보내주신데요” 하며 미리 말을 전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번 영하로 떨어진다면서 갑자기 날씨가 추워진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그날도 사위가 배추 뽑으러 갈 것을 자청했다. 한 번 해보더니 재미가 들었나보다. 그렇게 배추를 뽑아 와서 35포기는 사돈댁에, 35포기는 남동생네, 나머지 40포기는 우리에게 배정이 되었다. 하여 이번 배추와 무도 사돈댁에 보내게 되었다.
사위는 배추와 무를 가지고 가서 지난 번에 보낸 알타리로 담근 총각김치를 가지고 왔다. 이번 배추김치도 담가 주신다고 했단다. 나도 딸아이 것까지 넉넉히 김장을 했는데. 옛말에 얻어먹는 사람 배터진다는 말이 있더니 딸네가 그 짝이 난 것 같았다. 올케도 배추김치, 총각김치 모두 다 잘 담갔다고, 잘 먹겠다며 고맙다는 말을 전해왔다.
아마 그것은 배추가 다른 해와 달리 비싸서 더 고마운 마음이 들었을 테고, 우리 역시 비싸니깐 더 주고 싶었던 마음이 통해서 그러 했을 것이다. 쌀 때는 돈 주고 사도 그만, 그냥 공짜로 주어도 빛이 안 났을 것이다. 물론 빛이 나기를 바라고 나누어 먹는 것은 아니다. 재미로 지은 농사가 잘되어서 나누어 먹을 수 있어 그 기쁨과 즐거움은 몇 배로 큰 것이다.
그러나 남편이 작은 밭이지만 농사에 쏟는 열정은 아주 대단했다. 주말에는 새벽부터 농장에서 살다시피한 결과물이기도 한 것이다. 전에는 배추, 무, 알타리 등을 아무 생각 없이 사먹었다. 하지만 남편이 주말농장을 한 후에 수확된 농작물을 보면서 그런 마음은 싹 없어지고 말았다.
떡잎이 많이 진 파 잎도, 약간 병든 배추 잎도, 못생긴 무도 함부로 버릴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런 마음이 바로 농부들의 마음이란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직접 지은 배추로 담근 김장김치를 이번 겨우 내내 여러 집이 맛있게 먹을 생각을 하니 정말 기분이 좋아진다.
덧붙이는 글 | 알타리 뽑는 사진은 11월 11일에 찍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