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낮은 예술 공간으로 오세요

우리네 삶과 잘 어울리는 대구 '문화나눔 옻골' 방문기

등록 2007.11.27 10:09수정 2007.11.2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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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나눔 옻골' 전경
'문화나눔 옻골' 전경정학윤
'문화나눔 옻골' 전경 ⓒ 정학윤

대구 북구 국우동 주택가 한복판에 지난 9월 5일 개관한 20여평 남짓의 ‘문화나눔 옻골’이라는 소박한 문화공간이 있습니다.


'문화나눔'이라? ‘문화’라는 말에 담긴 고상함이나 거리감이 ‘나눔’이라는 말에 녹아들어 참 편한 느낌을 주는 작명이라는 생각입니다. ‘옻골’은 예전 그곳의 지명인 칠곡(漆谷)의 한글풀이입니다.

 

 문화나눔 옻골지기 화가 최수한(45)
문화나눔 옻골지기 화가 최수한(45) 정학윤
문화나눔 옻골지기 화가 최수한(45) ⓒ 정학윤

대구경북민족미술인협회의 대표이며 대구민예총의 부회장인 ‘옻골지기 ‘최수환’ 화가의 개원 취지 변에 따르면, 첫째 대안적인 복합 문화공간으로서 현행법상 1개 시군구에 하나만 설립할 수 있는 문화원이 지자체 대중과의 현장 밀착도가 떨어지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 둘째 문화의 일상성을 확보하기 위한 문턱이 낮은 동네의 작은 문화원의 필요성, 셋째 가장 기초단위에서 문화향유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문화정책에 대한 대안모색 등을 위해 옻골을 개원했다고 합니다. 

 

 '문화나눔 옻골' 전시공간
'문화나눔 옻골' 전시공간 정학윤
'문화나눔 옻골' 전시공간 ⓒ 정학윤
 '문화나눔 옻골' 내부에 있는 그림공간 숲
'문화나눔 옻골' 내부에 있는 그림공간 숲 정학윤
'문화나눔 옻골' 내부에 있는 그림공간 숲 ⓒ 정학윤
 전시된 작품 일부. 왼편 위로부터 시계방향으로 권태교'인연' / 김정기'와룡의 겨울' / 김희열'봄-생명' / 김진규'松'
전시된 작품 일부. 왼편 위로부터 시계방향으로 권태교'인연' / 김정기'와룡의 겨울' / 김희열'봄-생명' / 김진규'松' 정학윤
전시된 작품 일부. 왼편 위로부터 시계방향으로 권태교'인연' / 김정기'와룡의 겨울' / 김희열'봄-생명' / 김진규'松' ⓒ 정학윤
 전시 작품. 김강태 '心耕' 일부
전시 작품. 김강태 '心耕' 일부정학윤
전시 작품. 김강태 '心耕' 일부 ⓒ 정학윤

 전시작품. 김기연 '망각'
전시작품. 김기연 '망각' 정학윤
전시작품. 김기연 '망각' ⓒ 정학윤

 

지난 일요일(25일)에 마침 조촐한 '개관기념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옻골을 방문했습니다. 주변에 거주하는 화가들이 출품한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림에 대해서는 문외한인지라 설렁설렁 훑어보는 정도였지만, 옻골지기의 ‘문화향유의 일상성 구현’이라는 소박한 뜻에 동승했다는 포만감은 대단했습니다.


전시공간 ‘광장’ 안쪽에 붙은 ‘도담도담 뚝딱이 (목공예)공방’에서 진하게 배겨오는 송진냄새와 ‘그림공방 숲’에서 들려오는 시끌스런 흔적은 어떤 흥으로 느껴졌습니다. 뚝딱이 공방은 아이들과 함께 목공예를 체험할 수 있다고 하는데, 개관 초기 행사에 400여명의 지역주민들이 아이들과 함께 했다고 합니다.

 

 전시작품.  옻골지기 최수한 '열사의 넋으로'
전시작품. 옻골지기 최수한 '열사의 넋으로' 정학윤
전시작품. 옻골지기 최수한 '열사의 넋으로' ⓒ 정학윤

 

전시회엔 옻골지기 최수환씨의 그림 한 점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간 민주화운동과정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필름들을 붙혀서 만든 것이었고, 외국에서도 전시된 적이 있다던 이 그림의 제목은 ‘열사의 넋으로’였습니다.

 

“이제 이런 그림이 싫어요. 너무 칙칙하다. 나이 스물에는 진보를 알고, 나이 마흔이면 그 상대편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이를 융해시키는 의식의 전환이 있어야 될 터인데 80년대의 구호만을 담고 있는 것 같아요”라는 나의 말에, 그의 아내인 화가 서양희씨는 “누군가는 해야 할 시선처리이고, 작업이다”는 간결하지만 힘 있는 말을 들려주었습니다.


“언젠가부터 그림을 그릴 수가 없습니다. 좀 쉬면 가능하겠지요” 나이에 맞지 않게 수염을 기른 옻골지기 최수환씨는 그런 말을 했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림을 통해 자기를 실현하기 위해 내달린 그도 성장통을 앓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것은 예술을 통해서는 아니어도 습관처럼 일상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불혹의 나이들이 가지는 회환 같은 것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화나눔 옻골’의 가장 멋있는 구색은 옻골지기 부부였습니다. 소신대로 제도화된 미술시장에 편입되지 않고, 현실에 놓인 자신의 구체적 삶과 소신을 일치시키면서 살아가는 분들이 아닐까요?  일관된 삶의 모습은 모든 사변을 초월합니다. 하고 싶은 것을 생활에 중심에 두며 살아가는 그들이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전시작품.   김강태 '心耕' 일부
전시작품. 김강태 '心耕' 일부 정학윤
전시작품. 김강태 '心耕' 일부 ⓒ 정학윤
 옻골 창으로 보이는 놀이터
옻골 창으로 보이는 놀이터정학윤
옻골 창으로 보이는 놀이터 ⓒ 정학윤

옻골 안에서 보면 아이들의 놀이터가 보입니다. 이런 생동감과 현장성이 문화 나눔을 지향하는 옻골에 담겨있는 것이지요.   

 

수려한 자연으로 치장했지만 전혀 자연이 아닌 정작 인공의 숲에 둘러쌓인 여느 문화공간들에 비하면 수수하기가 이를 데 없지만, 주택가에 있어서 이웃들의 부산함과 함께 하고 있고 창밖으로 보이는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풍경들은 옻골의 일부인 듯 너무나 정겨웠습니다. 이처럼 ‘문화나눔 옻골’은 우리네 삶과 아주 잘 어울리는 곳이었습니다.   

 

문화나눔 옻골 구성 (053-422-1382)

▸ 작은 갤러리 '옻골 광장'

▸ 목공예 공작실 '도담도담 뚝딱이 공방'

▸ 공부하고 수다 떠는 '그림공간 숲'

▸ 개관시간 : 오전 10시-오후 9시(토요일 오후 7시, 일요일 오후 5시까지)

 


'문화나눔 옻골' 카페  http://cafe.daum.net/redft 

덧붙이는 글 | 다음블로그 및 유포터에 송고예정입니다. 

2007.11.27 10:09ⓒ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다음블로그 및 유포터에 송고예정입니다. 
#문화나눔 옻골 #최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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