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30분 서울의 한 토익학원. 매우 이른 시각 서울의 한 토익학원. 수업시작 30분 전 인데도 30여명이 수강 할 수 있는 강의실에는 15명 정도의 학생이 영어자습을 하고 있다.
임철영
일반적으로 영어 능력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학생이라면 적절한 수준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영역이다. 전공서적을 원서로 쓰는 수업이 많아지고 있으며, 일부 학교의 경우 영어강의가 30%~40%에 이르기 때문에 학업을 정상적으로 소화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그래서 학습의 방법도 여러 가지다. 학원, 스터디 그룹, 외국인 교환학생과의 튜터링 등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영어 학습방식이 존재하며, 그에 따르는 비용은 적게는 수십 만원에서 많게는 수백 만원까지 다양하다.
더구나 취업을 위해 영어는 기본적인 요소가 됐다. 때문에 영어 학습이 상상하는 것 이상의 시간과 비용이 투자되는 경향은 더 이상 놀랄만한 것이 아니다. 이런 경향에 상응해 취업준비생들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스펙이 어학능력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보도와 다르지 않게 토익 점수는 많은 취업준비생들에게 취업 준비정도를 나타내는 기준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취재과정에서 살펴본 결과, 실제 취업 현장에는 토익점수에 대해 명확한 자체 기준을 두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극히 일부의 기업만이 공채 시 일정점수 이상 지원가능이라는 문구를 명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취업준비생들 사이에 떠도는 토익점수에 대한 대부분의 이야기는 주변 지인으로 부터 전해들어 추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경향은 취업불안이라는 현상이 취업 준비생들에게 토익성적에 대한 터무니없는 루머를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최근 각종 보도에 따르면, 토익 점수는 인플레인데 실제 영어 실력은 그에 비례하지 않는다고도 한다. 제한된 학습 환경과 학습 시간을 가지고 공부를 해야 하는 대부분의 취업 준비생들에게, 점수를 바탕으로 영어 실력을 평가하는 토익의 성격은 자연스럽게 ‘높은 점수 받기’에 맞추어 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토익점수라도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영어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 역시 인플레다. 그리고 그 인플레에 발 맞추고자 생각나는 것은 토익공부다. 더구나 언론은 ‘신입사원 채용 시 영어 능력을 강조한다’,‘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회화가 관건이다’라는 등등의 보도를 통해서 취업의 필수조건으로 어학 능력을 강조하기까지 하니 급한 김에 토익책을 손에 쥔다.
“기업 입사 요강에 토익 최소 자격점수가 적혀 있잖아요. 저 같은 공대생들은 700점대로 명시된 경우가 많아서요. 그 점수는 넘어야 원서는 쓸 수 있잖아요.”(광운대 곽지훈(23))
“방학이라고 해서 집에서 보낼라치면 부모님께서 뭐라고 하세요. 그런데 막상 뭘 공부하려고 하니깐 딱히 떠오르는 게 토익밖에 없어서요.”(성균관대 이재형(22))
영어 학습 여부를 물은 자체 설문조사에서 학업 외에 따로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 비율은 65%정도 됐다. 그 중 토익을 공부하고 있는 비율은 80%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학년별 비율로 보면 졸업에 임박한 대학교 4학년생이 82% 정도로 다른 학년에 비해 높았다. 졸업생의 경우, 설문에 응한 모두가 영어 공부를 따로 하고 있었다. 취업과 다소 거리가 있을 것 같은 1학년생도 55%정도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