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곧 경천동지할 대변화가 올 것"

[관훈토론회] 한나라당 의원들에 '러브콜' 하며 '보수 집결' 강조

등록 2007.11.29 15:30수정 2007.11.2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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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회창 무소속 대선후보가 29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회창 무소속 대선후보가 29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권우성

이회창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곧 경천동지할 대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후보는 "한나라당을 포함한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모든 세력이 이제 나를 중심으로 총결집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29일 오전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다.

'BBK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중간 수사 발표가 임박한 때에 나온 말이어서 심상찮게 들린다. 검찰 발표에서 어떤 식으로든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BBK와 관련이 있다고 나오면, 이회창 후보에게 보수표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

또한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명박 불가론'이 퍼지면서 균열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 이미 곽성문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고 이회창 캠프로 합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회창 후보는 "BBK 수사 결과를 가정해서 뭐라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거듭 BBK 사건에는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곽성문 탈당, 나도 몰랐던 일"... 한나라당 의원들에 또 '러브콜'

이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다시한번 '경천동지'를 언급하면서 자신을 중심으로 한 보수 세력의 단일화를 자신했다.

이 후보는 모두 발언과 답변에서 "이제 곧 경천동지할 대변화가 올 것"이라며 "한나라당을 포함해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모든 세력이 이제 저를 중심으로 총결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 후보는 "저 이회창이 앞장서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낼 것"이라며 "지금은 무소속으로 가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신봉하는 세력들이 모두 연합해 같이 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한나라당에도 거듭 문을 열어뒀다. 이 후보는 "그 가운데는 한나라당도 포함될 수 있다"며 "저를 중심으로 결집해 새 시대를 열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회창 무소속 대선후보가 29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이회창 무소속 대선후보가 29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물을 마시고 있다.권우성
BBK 수사 결과 발표가 다가오면서 이 후보의 자신감이 더해가는 느낌이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이미 한나라당 내 일부 의원들과 물밑 접촉을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흘러나왔다.

실제 곽성문 의원의 탈당에 이어 일부 '친 박근혜' 또는 '반 이명박' 의원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주 초에 추가 탈당이 있을 것이란 설도 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일단 곽 의원의 탈당은 자신도 몰랐던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후보는 "그런 일(곽 의원의 탈당 예고)이 있다는 것을 어젯밤에 들었다"며 "우리 쪽에서도 아직까지 곽 의원과 접촉하거나 뭘(연락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는 "누구든 저의 뜻과 저의 신념에 동조하는 분들이나 세력과는 모두 같이 하겠다"며 곽 의원의 합류를 반겼다.

이 후보는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이렇듯 사실상의 '러브콜'을 보내면서 이명박 후보를 향해서는 더욱 공세수위를 높였다.

이 후보는 "이명박 후보의 자질에 대해 제가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도 "그러나 정권교체다운 정권교체라는 면에서는 (이 후보에) 동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이명박 후보로 정권교체가 되면 제대로 된 정권교체가 아니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앞서 모두 발언에서도 이명박 후보를 겨냥해 "거짓말을 또 다른 거짓말로 덮으려 하고,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수단 방법 안 가리고 돈만 벌면 된다는 사고에 빠진 사람은 결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도, 나라를 바로 세울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대선 잔금 남아 있으면 돈 때문에 이렇게 고생 안해"

2002년 불법대선자금 및 잔금과 관련해서는 "이미 당시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만큼 다 받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대선 자금, 잔금에 관한 부분은 모두 당시에 다 밝혀진 걸로 안다"며 "아마도 검찰 수사기록에 모두 나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혹시 잔금이 남아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웃으면서 "잔금이 남아있으면 이번에 이렇게 고생 안한다. 방송차 하나 제대로 못 빼서 출정식도 두어시간 늦어지고 출발부터 곤욕 치렀다"고 부인했다.

이명박 후보의 최측근인 정두언 의원이 "이회창 후보와 관련한 의혹이 여러 건 있다. 그 내용이 밝혀지면 대선후보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파멸할 것"이라며 대선잔금 횡령 의혹 등을 거론한 데 대해서는 유감을 표시했다.

이 후보는 "그런 말을 들으면 좀 가슴이 아프다. 아직도 이러한 바람직스럽지 못한 네거티브 캠페인이 일어나는가 싶다"고 되받았다.

이어 이 후보는 "옛날에 제 밑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들인데 상황이 바뀌니 이토록 (심하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한편으로는 그 자리에 있으니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라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이회창 무소속 대선후보가 29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회창 무소속 대선후보가 29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권우성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했다. 패널 중 한명이 노 대통령의 잘한 점과 잘못한 점을 묻자, 이 후보는 우선 "노 대통령이 가장 잘못한 것은 스스로 편향된 이념이나 관념으로 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조장한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치적으로는 책임총리제를 들었다. 이 후보는 "결과는 별로 시원찮게 됐지만, 총리와 대통령의 관계에서 총리에게 역할을 분담했다는 것은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김영삼·김대중 등 전직 대통령들의 잇단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정치역정에서 다 공헌한 분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제 모두 좀 점잖게 계셨으면 좋겠다"면서, 말을 자제해달라는 뜻을 내비쳤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 후보는 지난 21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 때보다 한층 여유로워 보였다. 대선잔금 문제나 노 대통령의 삼성 당선 축하금 의혹 등 답하기 곤란한 질문에도 일단 웃는 등 표정에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솔직한 답변 눈길 "기부 금액 작아서 부끄러워"

솔직한 답변도 눈길을 끌었다.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풍수지리를 고려해 자택을 옮기고 조상의 선영을 이전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웃음을 터뜨리며 "감사하다"고 말한 뒤 차근차근 설명했다.

"옥인동 집(전 자택)에 있다가 대선에 실패했다. (2002년) 12월 19일 그날 거기에 앉아서 참 처참한 기분으로 그 결과를 보고 있었는데 그런 기억 나는 집이 별로 기분은 안좋아서 옮겼다. 조상묘도 풍수나 명당자리를 보고 옮긴 게 아니라 인근에 도로가 난다고 해서 이전한 것이다."

"평소 사회단체에 얼마나 기부를 하느냐"는 질문에도 기부액수를 밝히며 "금액이 적어 부끄럽다"고 몸을 낮췄다. 이 후보는 "대한복지회, 한국복지회, 유니세프·성요셉병원·노틀담 수녀원에 하고 있지만, 금액은 작다. 합해서 10만원 내외다"며 "제 입장에서는 지금 수입이 없더라도 더 내야하는데 부끄러운 일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이명박 후보와 연대 가능성이 있는지, 단일화 시점을 언제로 보는지, 집권 후 2002년 대선 잔금과 관련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경우 책임을 질 것인지 등 정치적 현안과 관련한 질문에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가정해 답하는 건 적절치 않다" "예측 못할 상황에 대해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 등의 말로 비껴갔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오랜만에 말쑥한 정장을 차려 입었다. 출마선언 이후 줄곧 점퍼를 입으며 민생 행보를 해왔지만 이날은 감색 양복에 하늘색 넥타이를 매고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회창 #대선 #이명박 #관훈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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