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터는 작업 순서. 손으로 작업을 하자니 철망, 어레미, 키와 같은 작업도구가 필요하였다.
전갑남
철망 위에 콩이 섞인 검불을 올려놓는다. 아내와 마주잡고 흔들자 아래로 콩과 함께 잔 검불이 쏟아진다. 부피가 훨씬 줄었다. 이제 코가 큰 어레미가 필요하다. 흔들흔들 어레미질을 하자 콩만 남고 잔 흙이 걸러진다.
예전에는 풍구를 사용하여 검불을 쉽게 날려 보낸 것이 생각난다. 콩 터는 데도 옛사람들의 지혜가 있었다.
즐겁게 일하고 느낀 보람"당신, 내 키질하는 솜씨 알지?"
아내가 키를 달라한다. 키질하는 솜씨는 내가 흉내 낼 수 없을 정도로 능숙하다. 남아있는 검불이 까불리는 키질로 날려나간다. 몇 번을 되풀이하자 까만 콩만 키 안쪽에 모인다.
양이 많다보니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나는 어레미질을, 아내는 키질! 아내 얼굴에 가루가 날려 하얀 분칠을 한 것 같다.
힘들게 일하는 아내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 콩 깎지가 씌었다는 말 알아?"
"상대를 무조건 좋게만 본다는 뜻 아냐? 왜요?"
"그냥! 당신도 나한테 콩깍지가 씌어서 시집온 것 같아서!"
"글쎄? 아닌 것 같은데…."
우린 서로를 쳐다보고 웃었다. 일도 즐겁게 하면 힘도 덜 드는 법! 졸지에 일이 쉬워 보인다.
아내가 땅에 흩어진 콩을 일일이 줍는다. 애써 가꾼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느껴진다. 수확한 양이 함지박으로 두 개다. 정말 '옹골지다'라는 말을 이런 경우에 두고 하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