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숙 전 환경부 차관.
권우성
박 전략기획위원장은 뒤늦게 합류한 또 다른 이유로 '질책 나누기'를 들었다. "여권이 당하고 있는 국민들의 질책을 나눠지고 싶었다"고 했다.
"물론 지난 몇 년간 여권이 국민들 정말 속상하게 하고, 실망시킨 일 많습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국민들의 질책을 나눠지고 싶습니다. 국민들에게 이렇게 호소하고 싶습니다.
'나무라시고, 질책해 주십시오, 그렇지만 지난 10년간 나라를 정상화시키고 균형을 되찾아 민주주의와 평화, 서민복지의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했던 근본 뜻은 외면하지 말아 주십시오'"
- 그런데 범여권 후보 중 왜 정동영 후보를 선택했나요. 문국현 후보에 대해서도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저는 지금도 여권의 후보들이 힘을 합쳐, 개혁세력의 단일화를 이뤄 이번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도 그걸 바라고, 기다리고 있지요. 그러나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어요. 저로서는 오히려 단일화를 기다리면서, 신당 후보의 지지를 미뤄왔던 셈입니다.
저는 97년 대선을 국민회의에서 치렀고,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일했습니다. 통합신당은 지난 10년 국민들이 지지해주셨던 평화개혁세력의 정통성을 갖고 있지요. 그리고 정동영 후보는 신당의 경선을 통해 선출된 평화개혁세력의 대표선수고요. 그런 점에서 보면, 저로서는 외려 늦게 합류한 거지요."
정동영으로 단일화된들 폭발력 있겠나? "국민은 단일후보 지지"-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요? 현재의 지지율을 보면 정 후보의 출신지역인 호남의 전통적 여권 지지층도 아직 다 결집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 후보가 호남을 제외하고는 지지율이 낮은데, 설사 정 후보로 단일화가 된다 해도 폭발력이 있을까요?"국민들이 97년에 50년만의 정권교체를 이뤄내고, 또 2002년 거듭 지지해주신 것은 그만큼 민주개혁세력에 큰 기대를 보낸 것이었지요. 기대가 큰 만큼, 여권을 지지했던 국민들은 지금 실망하고 좌절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외환위기 10년이 지난 지금 왜 있는 사람들은 더 잘 살고, 없는 사람들만 더 고통을 받아야 하느냐, 서민과 중산층을 위해 일하겠다는 정부가 여기까지 밖에 못하나 하는 국민들의 심정이 여권 대표선수인 정 후보를 포함해 여권 전체의 낮은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신당을 포함해 여권이 지난 10년의 공과에 대해 좀더 국민들께 솔직하게 반성하고 또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년간 비로소 민주주의 시대, 평화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위에서 외환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지요. 서민들을 위한 복지체계도 처음으로 만들어졌지요.
그러나 양극화의 고통 속에 한숨짓고 눈물 흘리는 국민들께는 아직 턱없이 모자란 것이지요. 나는 허리띠 졸라매고 고통을 견디겠다, 그러나 아이들까지 더 나은 기회를 가질 수 없다면 무슨 희망이 있나 하는 학부형들의 절망을 직시해야 합니다.
여권의 정책은 그런 국민들의 바람을 나름대로 담고 있습니다만, 여권이 만들어갈 미래를 제대로 국민들께 전달 못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다못해 여권후보들끼리 정책의 공통분모를 만들어내기 위해 토론도 한 번 못가졌으니 여권도 제각각이라고 느껴지는 거지요. 여권이 국민들의 바람을 정책으로 모아내고 후보를 단일화해내면, 국민들은 단일 후보를 지지해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정동영-문국현 단일화의 원칙은 '초심'"- 4일 오전 문 후보가 "16일까지 단일화하자"고 했는데 정-문 후보단일화가 실제로 성사될 가능성은 있다고 보나요?"70년대 유신의 암흑기에도 많은 이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얘기를 했지요. 어쩌면 우리 살아 생전에는 민주화된 세상을 보지 못할 지도 모른다고요. 97년 대선이나 2002년 대선, 모두 어려운 선거였지요. 희망과 가능성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길을 잃었다고들 이야기하지요. 맞습니다. 우리 모두 길 위에 서 있습니다.
길을 잃었을 때, 처음 출발점으로 돌아가라고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초심입니다. 저는 고뇌에 빠진 이들에게 묻곤 합니다. 그리고 제게 자문합니다. 내가 진정 원했던 것은 무엇인가 하고요. 약자의 편에서는 삶, 다수의 약자들이 좀더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었지요. 거기에 길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 후보가 '16일까지 단일화하자'고 한 것은 좀 아쉽습니다. 13·14일이 부재자투표잖아요. 만약 16일에 하면 부재자투표를 다 포기하자는 것인데…. 국민의 요구는 하루라도 더 빨리 단일화를 해서 충분한 효과를 보자는 쪽일 것입니다."
- 민주개혁 진영의 대선 패배주의가 오래전부터 형성돼 왔는데요, 그 와중에 누구보다 열심히 그 패배주의를 불식하기 위해 뛴 사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인 것 같습니다. 일부에서는 비판도 있는데, DJ를 가까이에서 모셨던 입장에서 본다면? "그 분으로서는 해야 할 일을 하고 계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분은 71년 대선에 출마한 때로부터 수십 년간 민주개혁세력·평화세력의 지도자였고 또 지금도 그렇습니다. 지난해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를 돌이켜 보면, 다들 허둥지둥 우왕좌왕할 때, 보수세력들이 때만난 듯 호전적인 발언들을 쏟아낼 때 그 분 홀로 북한핵문제는 미국이 나서서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거듭 말씀하셨지요. 하도 애를 쓰셔서 지켜보면서 저는 참 속이 상했더랬습니다. 저 분의 짐을 나눠지지 못해서요.
대선을 앞두고 그 분이 하시는 말씀은 우리 사회가 올바른 방향을 나아가야 한다는 간절한 바람을 담고 있습니다. 민주개혁평화의 방향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저 분이 살아오신 역사에 대한 책무를 다하고자 노력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짐을 덜어드리기에는 역량이 부족한 게 안타깝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