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가장 편한 자세로 책 속에 풍덩 빠진 어린이.
한미숙
일반 공공도서관과는 달리 지역 주민들이 서로 모여 품앗이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마을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들에게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게 하는 공간을 마련한다. 아이들은 자원활동하는 부모의 모습을 통해 나눔의 생활을 보며 자란다. 아이들이 잘 자라는 것은 주변과 어른들이 성장하는 것이다.
매주 시간을 정해놓고 엄마들이 그림책을 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던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자기보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책을 읽어주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교육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일 때만이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내 아이뿐만이 아니라 우리 아이의 미래를 같이 고민하고 나누는 어린이도서관. 지금도 어린이도서관을 마을마다 만들어보려고 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있다. 도서관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만들고 나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는 더 중요하다.
대전 유성구 전민동 모퉁이어린이도서관 박미라 관장은 "도서관을 만든 것은 우리가 좋아서 한 일이지만, 도서관을 운영하는 것은 남들도 좋아야 한다"는 말을 했다.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어린이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지 어떤 즐거움을 줄지’ 끝없이 생각하는 일, 그 일의 한 부분에서 나도 한 해를 보내며 그 끝에 와 있다.
내년 봄, 그동안 주민들을 만나고 모임을 만들며 꾸준하고 부지런히 ‘공부’한 일곱 군데의 마을에 어린이도서관이 개관할 예정이다. 아이들을 제대로 잘 키우기 위한 마을공동체가 될 어린이도서관.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이 말 속에는 내 아이가 자라는데 마을의 영향이 얼마만큼인지를 잘 보여준다. 경쟁을 부추기며 혼자 우뚝 서려고 하는 교육 분위기에 마을어린이도서관은 부모와 어린이가 같이 커가는 대안의 보금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나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다. 해마다 못 다한 일들의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후회되곤 했지만 지금 12월, 나 스스로에게 주문처럼 해주고 싶은 말 한마디가 있다.
“지금 여기에 행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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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면을 줘보게, 그럼 진실을 말하게 될 테니까. 오스카와일드<거짓의 쇠락>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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