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5일 광화문에서 열린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무혐의 검찰수사 발표에 대한 규탄집회에서 지지자들에게 두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유성호
교보빌딩을 뒤로 하고 종로사거리로 돌아나오는 길에 시민들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저마다 볼륨을 최대한 높이고 '내 소리를 들으라'고 악을 쓰고 있었지만, 정작 시민들은 정치인들의 유세를 '소음'으로 취급했다.
"요즘 회사에서도 정치얘기 안 해요. 대선에 관심 없는 분위기던데. 딱히 찍고 싶은 사람이 없잖아요. 시간이 돼서 점심밥을 먹긴 먹어야 하는데 딱히 당기는 게 없는 때와 같은 심정 아닐까요. 확 당기는 게 없어 굶는 사람도 있고, 동료들이 추천하는 메뉴를 따라 먹는 사람도 있고, 개중에 괜찮다고 생각하는 걸 선택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이번 대선이 딱 그 형세 아닐까 싶은데요."
서른여덟의 남성 직장인은 2007년 대선을 앞둔 30대 직장인들의 심정이 자기와 별반 다를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서 곧잘 이런 농담도 한다고 했다.
"투표용지에 마지막 한 표를 자기에게 줄 수 있는 칸이 있다면 나를 찍겠다! 하하."그는 길거리 캐럴에 자기 말을 섞어 한껏 웃었지만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말이었다. 또 다른 30대 초반 남성 직장인들이 종로사거리에서 삼성종로타워 방향으로 길을 건널 채비를 하고 있었다. 달려가 물었다.
"혐의 벗었으면 된 거 아니에요? 이젠 좀 조용해지겠지요. 세상 시끄러웠는데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조용하게 됐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발 집회 좀 안했으면 좋겠어요. TV토론을 하거나, 인터넷 논쟁을 하면 되지, 굳이 날도 추운데 시끄럽게 집회할 필요 없잖아요?"
올해 서른둘의 깡마른 남자가 말을 하자 곁에 있던 서른하나의 같은 직장 동료가 말을 거들었다. 본인의 생각은 다르다는 것이었다.
"진실을 모르겠어요. 검찰의 수사결과는 만족할 수 없지요. 그렇지만 믿기로 했어요. 왜인줄 아세요? 그런 것도 믿지 못하게 되면 차라리 이민 가야 하잖아요. 대선기간의 유세는 당연한 거고, 검찰규탄을 각각의 선거에도 활용할 수 있는 거라고 봐요. 그게 정치죠 뭐. 민폐만 아니면 되는 거 아닌가요?"
두 남자는 동대문 일대의 훌륭한 곱창요리 집을 찾아 가는 길이라고 했다. 날씨가 추울 때는 소주에 곱창이 최고라는 거였다. 정치를 안주 삼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와 직장 내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게 먼저라는 것이었다.
동대문 곱창집으로 가는 두 남자의 서로 다른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