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그대로를 품에 안은 건축물들

자연을 닮은 우리네 전통 한옥

등록 2007.12.11 14:55수정 2007.12.1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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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 구층암 화엄사 구층암
화엄사 구층암화엄사 구층암강혜리
▲ 화엄사 구층암 화엄사 구층암 ⓒ 강혜리
화엄사 구층암 구층암 기둥
화엄사 구층암구층암 기둥강혜리
▲ 화엄사 구층암 구층암 기둥 ⓒ 강혜리
 
우리네 한옥은 자연을 닮았다고들 합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가능한 한 그것에 순응하고자 하는 정신. 사람이 자연같은 집을 지어 살다가 그가 죽어 자연으로 돌아가면 그 사람을 품어안고 살던 집 또한 자연의 품으로 그대로 돌아가는, 말하자면 사람과 집과 자연의 삼위일체가 우리네 전통 한옥이 아닌가 싶습니다.  
 
위의 그림은 천년고찰 화엄사의 부속암자인 구층암의 모습입니다. 어느 익살스런 스님의 아이디어로 탄생되었음직한 이 집은 가운데 기둥 두 개를 자연 그대로의 모과나무로 세웠습니다. 건축주의 의도를 잘 간파한 목수 또한 재치있는 솜씨로 집의 정 중앙에 이런 파격적인 배려를 하였는데 기술적으로 보면 반듯한 기둥보다도 훨씬 작업하기가 힘들었을 것입니다.     
 
개심사 범종각 꾸불 꾸불한 자연 상태의 나무 그대로를 기둥으로 세웠다.
개심사 범종각꾸불 꾸불한 자연 상태의 나무 그대로를 기둥으로 세웠다.이재은
▲ 개심사 범종각 꾸불 꾸불한 자연 상태의 나무 그대로를 기둥으로 세웠다. ⓒ 이재은
개심사 범종각 슬라브 지붕에 지은 범종각
개심사 범종각슬라브 지붕에 지은 범종각이재은
▲ 개심사 범종각 슬라브 지붕에 지은 범종각 ⓒ 이재은
 
충남 서산에 있는 개심사 범종각입니다.  이 집을 지을 당시에 이만한 크기의 기둥 네 개를 못구해서 이렇듯 휘이고 비틀어진 못난 나무로 집을 짓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밑에서 갑자기 휘몰아쳐 오는 강한 돌풍을 제멋대로 생긴 기둥 네 개가 그 힘을 각각 따로 받아 에너지를 분산시킴은 물론이고, 자연 그대로의 무질서한 형상을 은근히 내부로 향하게 하여 안쏠림 공법의 효과를 내고 동시에 자연을 닮은 집을 짓고자 하는 의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강운봉 가옥 제주도 강운봉 가옥
강운봉 가옥제주도 강운봉 가옥다음 검색
▲ 강운봉 가옥 제주도 강운봉 가옥 ⓒ 다음 검색
 
위의 사진은 제주도의 강운봉 가옥입니다. 화엄사 구층암과 마찬가지로 집의 중앙에 있는 기둥이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나무를 베고 껍질만 벗긴 자연상태 그대로인데 기둥의 아래보다도 윗쪽이 더 굵습니다. 말하자면 기둥을 거꾸로 세웠다는 이야기인데 왜 그랬을까요? 예나 지금이나 나무를 거꾸로 세우지 않는 것이 목수의 기본이요 철칙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둥을 거꾸로 세운 것은 아마도 이 집이 지어질 당시 제주도에 목재가 귀했을 것 같습니다. 기둥을 제대로 세우면 기둥의 상부에서 도리와 보가 지나가는 장부를 제대로 딸 수가 없기 때문에 철칙을 차라리 무시하고 나무를 거꾸로 세워 도리와 보를 잇도록 한 것입니다. 용재의 기본 법칙을 무시한 이상 그 배치 또한 과감하게 툇마루 한 중앙에 그를 세워 뭇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손때를 묻히게 함으로써 극과극이 서로 통하게 하였을 것입니다.
#한옥 #전통건축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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