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베이 스프리트호가 태안 앞바다에 검은 기름을 쏟아낸 지 4일째 되는 지난 10일 오후. 기자가 찾아간 태안 만리포 해수욕장 일대에서는 독한 기름 냄새가 풍겼다.
해안가 근처에는 각종 중장비를 실은 군용차와 경찰차 등이 한데 엉켜 있었고, 상공에는 육군 소속의 헬기가 저공비행하며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바다 가까이 갈수록 상황은 더욱 처참했다. 물이 빠져나간 모래사장은 검은 기름으로 뒤덮여 있었고, 곳곳에 설치된 임시 기름저장소에는 사람들이 일일이 퍼다나른 기름이 가득했다. 기자가 직접 모래사장 안으로 들어가 보니 심한 곳은 발목 높이까지 기름이 덮인 곳도 있었다.
"수작업으로 기름 제거... 바닷물 나가면 다시 뒤덮여"
방제작업에 참여한 인근지역 상인대표 임회진(56)씨는 "모래사장을 뒤덮은 기름은 쓰레받기 등을 이용해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거할 수밖에 없어 어려움이 많다"면서 "바닷물이 들어왔다 나가면 다시 기름에 덮이는 걸 알면서도 모래사장에 기름이 스며드는 것은 막아야 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은 기름으로 뒤덮인 바다를 바라보는 거주민들의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어렸을 적부터 만리포 해수욕장 근처에서 살았다는 김윤성(53)씨는 "언론에서 만리포를 죽음의 바다라고 부르며 복구에 10년 이상 걸린다는 기사를 보고 절망했다"면서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고 이주라도 해야 될 것 같다. 제발 도와 달라"고 절규했다.
그나마 그들이 조금이라도 힘을 낼 수 있는 데는 군·경 인력을 제외한 순수한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이 있었다. 이날 하루에만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에서 태안을 찾아왔다.
대학원에 재학 중인 이미지(25)씨는 "뉴스를 보고 직접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 서울서 버스를 타고 왔다"며 "처음 왔을 때는 생각보다 처참한 상황에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자원봉사를 결심한 뒤 환경부 등 정부기관 홈페이지를 방문했는데 어떠한 정보도 없어 결국 시민단체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얻어 자원봉사를 할 수 있었다"며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구세군을 통해 자원봉사를 하게 된 김미숙(40)씨는 "아이들이 뉴스에서 검게 변한 만리포 해수욕장의 모습을 보고 우는 걸 보고 가슴이 아팠다"며 "하루 빨리 바다가 원상복구 되어 아이들과 함께 놀러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만리포 해수욕장 근처에 거주하는 김혜자(63)씨는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온몸에 기름 묻히면서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려고 하겠냐"며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2007.12.11 21:35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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