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훈련의 모델로 일컬어지던 박성수 장로가 운영하는 이랜드의 노동자들은 일용할 양식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한 자신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울부짖는, 철저하게 모순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이랜드 박성수 회장이 '제자훈련을 한 장로'라고?하지만 이 교회 장로인 이랜드의 박성수 회장을 보면, '제자훈련 한 장로 맞아?'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박성수 회장이 자신의 회사를 '누룩처럼' 부풀려 갈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다.
높은뜻숭의교회 김동호 목사도 '깨끗한 부자'라고 칭찬을 했고,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목사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추켜올렸다. 대부분의 유력한 목사들은 박 회장의 종교생활을 칭찬하면서 세금 잘 내고 뇌물 안 주고 사회봉사 열심히 하는 것을 강조한다. 하긴 돈으로 그의 신세 안 진 목사도 별로 없다. 삼성이 돈으로 대한민국을 주무르는 모양새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독일의 한 사업가가 독일이 지배하고 있는 폴란드에서 회사를 차렸다. 그는 처음에 나치와 결탁해 임금을 줄 필요가 없는 유태인들을 노예처럼 부렸다. 그러나 어떤 계기를 맞아 양심을 되찾고서는(제자훈련도 안 받았는데) 나치에게 뇌물을 바쳐서 수많은 유태인들을 살려냈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이야기이다.
쉰들러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뇌물을 바쳤다. 하지만 박성수 회장은 뇌물을 안 바치기 위해 인간을 싸구려 노동 도구로 전락시켰다. 뇌물에도 수준이 있다. 자신이 성공하기 위해서 바치는 뇌물과 죽을 생명을 살리기 위해 바치는 뇌물은 차원이 다르다. 그러니 뇌물을 바쳤느냐 안 바쳤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목적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물론 나는 뇌물 예찬론자가 아니다. 어느 것이 제자가 걸어가야 할 길일까. 제자훈련을 할 때 뇌물 안 바치는 것을 강조해야 할까 생명을 살리는 것을 강조해야 할까.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사람을 도구로 인식하고 이용하면서 살아가지는 못한다. 하지만 맘몬의 우상에 사로잡히면 화려한 신앙을 갖고도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성경을 보면 예수님은 포도원에 일찍 나온 일꾼이나 늦게 나온 일꾼 모두에게 임금을 똑같이 주었다. '똑같이'만 얘기하면 사회주의니 공산주의니 하는 뻔한 소리가 나올 수도 있겠다. '똑같이' 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주인 마음이다. 주인이 똑같이 주고 싶으면 똑같이 주고, 다르게 주고 싶으면 다르게 주는 것이다. 그걸 가지고 똑같이 주어야 한다고 아우성을 칠 맘은 없다. 그리고 주인과 일꾼이 그걸 미리 합의했는데 누가 불평할 수 있겠나.
중요한 것은 주인이 왜 먼저 온 자나 늦게 온 자나 '똑같이' 주려고 했을까 하는 그 마음이다. 그건 명절 보너스나 차등 성과급이 아니고, 그걸 받아야만 그의 가족들이 인간답게 하루를 살 수 있는 '일용할 양식'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기도문에서도 일용한 양식을 구하는 기도 순서가 결코 뒤로 처지지 않는다.
먼저 그 나라와 의를 구하라, 먹는 걸로 장난치지 말고'먹는 것 갖고 장난치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 그가 아무리 상대적으로 능력이 부족하고, 게으르고, 불친절하고, 회사보다는 집안을 먼저 챙기는 이기주의자라 할지라도, '먹을 것 가지고 장난쳐서는 안 된다.'
농촌교회 목사와 도시교회 목사의 최소 생활비를 똑같이 주자고 하니까, 그렇게 되면 농촌교회 목사들이 목회를 열심히 안 하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해서, 아직도 많은 교단에서 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지 않고 있다. 목사들이 이 지경이니 그 입에서 하나님 말씀이 온전히 나올 수 있겠는가.
더러운 뇌물 안 주려고, 세금 잘 내려고, 십일조 열심히 내려고, 사회봉사 잘 하려고, 회사 덩치 키워서 젊은 청년 일자리 늘려주려고, 그래서 깨끗한 부자 되려고, 꼬리 안 되고 머리 되어서 예수 믿는 사람이 받은 축복을 널리 간증하려고, 사람들의 일용할 양식을 가지고 장난치면 안 된다.
예수님이 '뭐 먹을까 뭐 입을까 어디서 잘까를 염려하지 말고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고 한 것을 이렇게 해석하면 어떨까. '너는 그냥 하나님 나라와 그 의만 구해라. 네가 먹을 것 네가 입을 것 네가 잘 곳은 나한테 제자훈련 받은 누룩들이 챙겨줄 것이다'고 해석해보자.
솔직히 말해서 하나님이 먹고 입고 잘 것을 뻥튀기 튀기듯이 만들어내겠는가. 하나님 나라와 의를 구하느라고 의식주 문제를 해결 못하는 사람들을 하나님이 제자훈련 받은 사람들을 통해서 해결해준다고 하면, 너무 이단적인 해석인가.
유명한 목사들이 다들 그렇게 얘기한다. 공허하고 이상적인 소리 하지 말라고. 뇌물 안 주고, 세금 잘 내고, 십일조 잘 내고, 일용직이나 비정규직도 일용할 양식이 될 만큼의 봉급을 주면서 안 망할 회사가 대한민국에 어디 있느냐고 혀를 찬다.
그냥 유명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목사들 입에서 나오는 얘기들이다. 예언자나 선지자로 살기보다는 제사장으로 살기 원하는 사람들 입에서 나오는 얘기들이다. 좋게 말하면 제사장이지만 정직하게 말하면 굿판의 무당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뇌물 안 주고, 세금 잘 내고, 십일조 잘 내고, 일용직이나 비정규직도 일용할 양식이 될 만큼의 봉급을 주다가 좀 망하면 안 되나. 그러면 예수님이 망신당하나. 하나님나라가 무너지나. 제자훈련이 실패한 것인가.
교회 회개하자는 열변, 그 시간 밖에선 이랜드 노동자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