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끊임없이 계속된다. 역사의 전개과정은 물이 굽이치며 흐르는 모습과 같다. 돌돌거리며 계곡을 흘러내리는 물은 온갖 형상을 연출하지만 결국에는 하나로 큰 강을 이루어 바다에 도달한다. 인간의 역사도 마찬가지이다. 그 역사에서 진실과 정의는 언제나 승리한다.
역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전진과 후퇴는 일상적인 현상이다. 홉스 보움의 저서에서 ‘혁명의 시대’로 명명된 근대 자본주주의 역사는 혁명과 반동, 개혁과 보수화를 짝으로 하는 전진과 후퇴의 과정을 반복했지만 후퇴는 언제나 “전진을 위한 후퇴”였다. 물이 거슬러 흐르지 않고 시간이 거꾸로 흐르지 않는 것처럼 역사는 언제나 전진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역사는 명백한 후퇴 앞에 직면했다. 이 후퇴는 국민들의 힘으로 언젠가는 다시 정상으로 되돌려지겠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겪을 고통은 누가 대신할 것이며, 그로 인한 기회비용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임박한 위기 앞에서 지도자의 냉철한 역사인식과 결단을 촉구한다.
위기 앞에서 지도자의 냉철한 결단을 촉구한다
지난 1년간 부동의 대세를 유지해온 이명박 후보는 이틀 전 공개된 BBK 동영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맞았다. 이제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그의 정치생명은 바람 앞의 등불이 되었다. 아니 그 이전에 그의 당선 여부가 결정적으로 의심받기에 이르렀다.
이명박 이름자 앞에 붙어있는 수십 수백 개의 부패비리 형용사는 그가 대한민국의 정상적인 국민으로 살아가는 것조차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하물며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대한민국의 앞날이 어떻게 되겠는가?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다면 대한민국은 끝없는 혼란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국민들은 검찰의 수사결과를 거부했다. 국회는 ‘이명박 특검법’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대선에 출마한 모든 주요 후보들은 이명박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전국의 모든 시민·사회단체는 이명박과의 전면적인 투쟁을 선언했다. 대선과 무관하게 대한민국은 부패비리의 상징인 이명박과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다.
이명박의 당선을 가정할 경우 이렇게 전망된다. 김영삼 김대중이 임기 말 레임덕에 시달렸고 노무현은 임기 초반부터 탄핵에 시달렸다면 이명박은 BBK 특검과 시민사회의 저항으로 임기 시작 전부터 심각한 레임덕에 시달릴 것이다. 임기를 채우지 못해 재선거를 실시해야 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그러나, 이명박이 통치불능 상태에 빠져 임기를 채우느냐 못채우느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정말로 중요한 문제는 그로 인한 정치사회적 혼란과 그로 인해 국민들이 치러야 할 유형무형의 대가이다. 정치가 무한정쟁으로 빠져들면서 사회적 혼란과 민생경제의 피폐화가 예상된다. 대가는 이명박을 선택한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다.
결국, 이명박의 당선은 대한민국의 재앙 그 자체이다. 그렇더라도 대안이 없다면 달리 방책이 없는 것이지만 이명박의 거짓말을 자기 입으로 자발적으로 입증한 BBK CD가 폭로되면서 막바지 대선국면은 단 하루만에 급반전하여 폭풍의 격랑 속으로 빨려들었다. 역대 어떤 대선과도 비교할 수 없는 참으로 위력적인 대반전이다.
이명박의 당선은 대한민국의 재앙
이명박 CD가 공개되면서 부패투성이 이명박을 지켜온 부동의 대세론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이회창이 대안으로 급부상하는 것도 아니다. 이명박의 침몰은 부동층의 증가와 함께 정동영과 문국현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
결론은 간단하다. 이명박 CD 폭로 이후 여론동향은 이명박 대세론을 대체할 새로운 대안론을 시급하게 요청한다. 5년 전 새천년민주당 경선에서 이인제 대세론이 노무현 대안론으로 교체되었던 상황과 같다. 그러나 시간제약상 이명박의 침몰이 정동영이나 문국현의 단독대안으로 성숙될 수 없기에 두 후보의 단일화를 다시 한 번 시급하게 요청한다.
문국현 후보가 단일화를 거부한 핵심적인 두 가지 이유는 정동영 심판론과 대선 필패론이었다. 정동영은 참여정부의 실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심판론이라면 정동영과 문국현이 합쳐도 이명박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 필패론의 논거였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정동영의 문제는 언제라도 정동영에게 물어야 하겠지만 지금은 정동영 문제를 거론할 때가 아니라 대한민국 부패의 최고수 이명박의 거짓말에 책임을 물어야 할 때이다. 백 번 양보하더라도 지금은 정동영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국현 후보가 여전히 정동영을 거론한다면 그 진의를 의심받게 될 것이다.
가장 단순한 언어로 표현하자. 이명박 CD가 폭로되기 전에는 후보단일화가 승리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급반전되어 후보단일화가 대선승리의 확실한 보증수표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단일화를 거부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정도가 아니라 정치적 삶을 포기하는 것이다.
정동영 문국현 두 후보에게 다 시 한 번 간곡하게 요청한다. 대한민국은 두 사람의 공화국이 아니라 5천만 국민 모두의 민주공화국이자 소중한 삶의 터전이다. 지금 이 순간 어떻게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여 선택하기 바란다. 순간의 오판으로 국민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이끄는 과오를 범하지 않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2007.12.18 16:03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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