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시위 떠난 단일화... '반 이명박'은 어디로?

"전통적 지지층+호남" 정동영 vs "혁신 진보+품격 보수" 문국현

등록 2007.12.19 03:03수정 2007.12.1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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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선거유세 마지막날인 18일 밤 서울 명동 유세에서 막판 표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선거유세 마지막날인 18일 밤 서울 명동 유세에서 막판 표결집을 호소하고 있다.남소연

 18일 오후, 서울 종로 종로타워 앞에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후보가  17대 대통령 선거 마지막 유세를 가졌다.  문국현 후보는 많은 지지자들과 시민들 앞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후보의 단일화에 제의에 의미가 없다.'며 단일화에 대해 일축했다. 또한 '검은 기름띠같은 정치인들을 국민의 힘으로 심판하자. 19일은 새로운 희망을 여는 희망의 한표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 종로타워 앞에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후보가 17대 대통령 선거 마지막 유세를 가졌다. 문국현 후보는 많은 지지자들과 시민들 앞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후보의 단일화에 제의에 의미가 없다.'며 단일화에 대해 일축했다. 또한 '검은 기름띠같은 정치인들을 국민의 힘으로 심판하자. 19일은 새로운 희망을 여는 희망의 한표를 호소한다'고 말했다.윤대근

2007년 대통령 선거. 22일 동안의 공식선거운동이 19일 자정으로 마무리됐다. 표의 심판만 남았다. '이른바 범여권'을 관통했던 주제어는 두 개로 요약된다. 'BBK'와 '단일화'. BBK는 성공했지만 단일화는 실패했다.

지난 5일 검찰의 '이명박 무혐의' 발표로 BBK 변수는 사라진 듯했지만 선거를 나흘 앞두고 이명박의 육성이 담긴 'BBK 강연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표심이 출렁거렸다. 한나라당에도 비상령이 떨어졌다. 목표치로 '과반 득표'를 내세운 이명박 후보는 마지막 유세에서 "도와 달라"며 자세를 낮췄다.

여론조사 공표 시한을 넘긴 터라 수치로 입증할 순 없지만 동영상 공개 직후 조사한 언론사 내부 자료가 떠돌면서 전문가들은 "판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여기서 한발 나아가 "판을 뒤집을 수 있을까?"라는 기대심리가 여권을 떠돌았다.

그래서다. 단일화는 대선을 하루 앞둔 18일까지 계속됐다. 정동영 후보는 단일화만 하면 승리한다는 전제로 움직였다. 문국현 캠프의 한 핵심인사는 "오늘 하루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압력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맞다. 백낙청, 함세웅 등 사회원로들을 비롯해 김원기, 유인태 등 당 중진들이 쉼 없이 '문'을 노크했다. 하지만 만남이 이뤄지진 않았다.

BBK는 성공했지만 단일화는 실패

이날 밤 2002년 단일화를 파기했던 '정몽준-노무현'의 그림이 연출되는가도 싶었다. 신당측에선 '김원기 최고고문 문국현 자택 방문 밤 11시 30분'이라는 문자메시지를 기자들에게 타전했다. 문국현 캠프의 김갑수 대변인은 "사전에 연락도 없었다"며 "왜 문국현을 '2002년 정몽준'으로 만들려 하냐"며 불쾌해 했다. 

신당의 단일화 제스처는 자정까지 계속됐지만 이미 두 후보의 행보는 '마이웨이'였다. 이날 유세에서 정동영 후보는 "문국현·이인제 후보를 찍는 표는 이명박 후보를 찍는 것과 다름없다"며 '사표론'을 꺼내들었다. '책임론'도 제기했다.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득표차가 문국현 후보의 득표율로 상쇄되는 수준이라면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문국현 후보 측은 반발했다. 김헌태 정무특보는 "문 후보가 신당을 탈당한 세력도 아닌데 '분열'의 이름으로 실정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졸렬하다"며 "부패 세력을 막기 위해 무능 세력을 찍으라는 것은 횡포"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문국현은 정동영과 뿌리와 노선이 다른 새로운 정치세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한귀영 연구실장은 "부동화된 이명박표로 인해 정동영, 문국현의 동반상승이 감지된다"며 양쪽의 지지층을 이렇게 분석했다.


"문국현 지지층 중에 범여권 지지층은 1/3도 안된다. 오히려 민주노동당의 지지층이 더 많다. 진보적인 가치와 개혁을 지향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박근혜로 대변되는 '품격 있는 보수층'도 제법 있다. 이명박에게서 떨어져 나온 표 중에서 '이회창으로 갈까, 문국현으로 갈까' 망설이는 표라고 할 수 있다. 정동영 후보는 전통적인 범여권 지지층과 지역적으로 호남이라는 것 외에 다른 특성이 안 보인다. 정동영-문국현 사이에 지지층이 크게 겹치지 않는다."

이제 단일화는 활시위를 떠났다. 정동영-문국현 후보는 표로 자신의 정당성을 말해야 한다. 정동영 후보는 25%, 문국현 후보는 10%는 넘겨야 체면치레를 할 수 있다. 그래야 정동영은 대선 이후 기회를 모색해 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문국현은 메시지와 비전에 근거한 새로운 정치세력의 태동을 설파할 수 있다.

['사표론' 정동영] "문국현·이인제 찍으면 이명박 당선"

“내일 기적이 날 것 같다. 밑바닥 민심이 뜨겁게 출렁이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다. 어느 기관의 조사에서는 나와 이명박의 지지율은 오차범위 안에 들어왔다. 내일이면 대역전의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선거유세 마지막날인 18일 밤 서울 명동 유세에서 막판 표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선거유세 마지막날인 18일 밤 서울 명동 유세에서 막판 표결집을 호소하고 있다.남소연
정말일까?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는 기적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대역전을 호소했다. 18일 저녁 서울 명동에서 열린 정 후보의 마지막 유세는 기적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주장으로 가득했다.

마지막 유세의 분위기는 역시 다른 날과 달랐다. 현장 분위기만 따진다면 유세가 아닌 흡사 대선승리 축제 같았다. 폭죽이 터졌고 "정동영!"을 연호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평소보다 더욱 힘찼다. 인파는 1000명을 훌쩍 넘겼고, 강금실·손학규·정대철·한명숙, 정대철 등 공동선대위원장들도 출동했다.

이들 앞에 선 정동영 후보의 목소리눈 단호했고 확신에 차 있었다. 정 후보는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내일 저녁 6시 투표소 출구 여론조사를 TV에서 발표했을 때, 나 정동영이 이겼다는 걸 상상해보라.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가 충격과 감동에 휩싸일 것이다. 거짓과 진실의 대결에서 진실이 승리하도록 해달라."

이렇게 정 후보가 역전을 이야기하는 건 주말 공개된 '이명박 강연 동영상' 때문이다. 동영상이 공개 후 밑바닥 민심이 바뀌고 있다는 게 정 후보 쪽의 주장이다. 그리고 이 때문에 정 후보는 "범여권이 후보단일화를 하면 확실히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후보는 마지막 유세에서도 후보단일화를 언급했다. 실제적 후보단일화는 성사되지 못했지만 "표로 단일화 시켜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정 후보는 문국현·이인제 후보를 향해 이전보다 강한 어조로 압박했다.

정 후보는 "문국현·이인제 후보를 찍는 표는 이명박 후보를 찍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명동 현장에 모인 1000여 지지자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동의를 표했다.

그동안 정 후보는 후보단일화에 공을 들이며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언행을 피해왔다. 그러나 후보단일화가 불가능해 지면서 그의 표현 수위는 조금씩 높아졌다. 최근에는 "흩어진 표는 사표"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선거 마지막 유세에서 '문국현·이인제 지지표=이명박 후보 지지'라고 못박은 것이다.

그러면서 정 후보는 '통합정부'를 주장했다. 정 후보는 "문국현·이인제 후보의 정책을 계승하겠다"며 "내가 당선되면 통합과 화해의 시대는 여는 통합의 정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17일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강연 동영상' 공개 이후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며 이회창 후보와도 공동 정부를 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유세에서도 정 후보는 "경륜과 능력이 있고 깨끗하게 살아온 사람들, 그리고 나를 찍던 안 찍던 능력 있는 선량한 분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새 아침을 열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 쪽은 이날까지 문 후보 측에 책임총리를 제안하며 후보단일화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 후보는 끝까지 독자 완주하겠다며 정 후보의 제안을 거부했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경제를 펼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신용불량자 구제 특별법을 만들어 270만 신용불량자와 450만 금융활동 소외자들에게 경제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며 "그들이 제2의 경제활동을 하고 새로운 인생을 출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 유세의 끝, 정 후보는 다시 기적을 말했다.

"5년 전 2002년 대선에서 우리 국민들은 기적을 만들어 줬다. 그때도 마지막 유세는 명동이었다. 역사가 미래로 가느냐, 과거로 후퇴하느냐는 내일 결판난다. 다시 기적을 만들어 달라."

['정권교체' 문국현] 이명박·정동영 모두 극복 대상 

 17대 대통령선거의 공식 선거일정이 시작된 27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을 찾은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후보가 거리유세를 벌이고 있다.
17대 대통령선거의 공식 선거일정이 시작된 27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을 찾은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후보가 거리유세를 벌이고 있다.남소연
"사표란 이명박 후보에게 던지는 표가 나라를 죽이는 사표입니다.
정동영 후보에게 던지는 표가 필패에 던지는 사표입니다.
기호 6번 문국현을 찍는 당신의 한 표는 희망의 불씨는 지키는 한 표입니다."


이날 하루, 문국현 후보 공식 홈페이지의 대문에 걸린 내용이다. 정동영 후보쪽에서 가해지는 사표론 압력에 대한 대응논리로 지지자들에게 이같이 호소했다. 내부 단속이다.

문국현 후보가 선택한 마지막 유세장은 서울 종각이었다.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종로타워 앞에는 500여명의 지지자들이 모여서 "문국현을 대통령으로"라는 구호를 연신 외쳐댔다. 문 후보 유세장의 특징은 '꾼'들이 별로 안 보인다는 것이다. 여느 후보에 비해 규모는 작았지만 모여든 사람 중에 허수가 없어 보였다. 간절함과 함께 즐거움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유세장이라기보다 콘서트장 같기도 했다.

왠만해선 정치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20·30대 여성들도 눈에 띄었다. "깨끗하다"는 말은 지지 이유에 대한 공통어다. 정치 신인이라는 문국현의 약점이 이들에겐 참신함으로 어필했다. 

단일화? 별 관심이 없다. 문국현이 정동영을 지지하면 정동영 후보를 찍겠냐는 질문에 거의 대부분이 아니라고 답했다. 왜? 이정하씨(53 남성·대학강사)는 "정동영은 단일화의 대상이 아니다"며 "새로운 가치의 창출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문국현 후보는 '사람이 희망이다'는 모토를 내세워 정치 시장에 '사람'의 가치를 유통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지막 날 유세 컨셉도 '사람 인(人)'이었다. 각각 영남팀과 호남팀으로 나눠 대전에서 합류, 서울에서 유세의 종지부를 찍는 순서로 유세가 잡혔다.

문 후보가 단상에 올랐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부패와 무능을 동시에 심판해 달라"고 외쳤다. 문 후보는 "신당과 정동영 후보는 똑바로 알아야 한다"며 "당신들은 극복의 대상이지 연대의 대상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과거(이명박)로 가는 정권교체가 아닌 미래(문국현)로 가는 정권교체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유세를 마치는 듯 했지만 문 후보는 "하나 더 말씀 드릴 게 있다"며 다시 마이크를 손에 쥐었다.

"2008년은 특별한 한 해다. 건국 60년이 되는 해다. 건국 세력, 산업화 세력, 민주화 세력의 신화는 잇되 부패를 버리고 새로운 60년을 시작해야 한다. 대통령도 바꿔야 하지만 국회의원 전원을 바꿔야 한다. 무능하고 부패한 검은 정치세력을 내년 4월에 꼭 청산하자."

문 후보의 '친구' 최열 환경운동연합 전 대표도 이날 지원 유세에 나섰다. 최 전 대표는 "21세기는 환경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며 "문국현이야말로 2013년 환경 IMF를 막아낼 유일한 후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어떤 유세장이든 문국현 후보와 지지자들이 한마음이 되어 외치는 구호가 있다. 문국현 후보가 "사람이"라고 선창하면 지지자들은 "희망이다"라고 화답하고, "문국현이"라고 하면 "대통령이다"라고 뒤를 잇는다. 그리고 마지막엔 "우리 정치 푸르게 푸르게"를 합창하는 식이다.

단기 필마로 나서 메시지 하나로 승부한 문국현의 정치실험. 19일 투표함이 다 개봉되었을 때 문국현 후보가 짓게 될 표정이 궁금하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오른쪽)가 4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7주년 기념 '버마 민주화의 밤' 행사 시작전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후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오른쪽)가 4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7주년 기념 '버마 민주화의 밤' 행사 시작전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후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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