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공화당 허경영 후보.
허경영 홈페이지
"나 허경영 팬클럽에 가입했다."
선거를 눈앞에 둔 지난 17일. 지인들이 모인 송년회에서 선배 하나가 대뜸 던진 말이다. 학생 때는 '민주화를 위한 투쟁'에 누구못지 않게 매달렸고, 졸업을 하고 나서도 많지 않은 월급을 쪼개 진보성향 시민단체에 꾸준히 소액 후원금을 내온 그 선배의 말에 잠시 주석이 술렁였다.
'한국정치판에서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란 허무주의 그리고, 분열된 진보진영의 아귀다툼에 실망해 일찌감치 선거에 관심을 끊었던 이들이 경제공화당 허경영 후보에 호의를 보내는 예상치 못한 현상은 비단 위에 언급한 선배에게서만 보여지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후보의 BBK 사건 연루의혹'과 '실패한 진보진영 단일화'로 요약되는 2007년 대선 과정에서 가장 큰 이득을 얻은 사람의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허경영 후보다. '결혼하면 1억원, 아기 낳으면 3천만, 노인에겐 매달 70만원'으로 요약되는, 어찌 보면 황당해 보일 수도 있는 '파격 공약'을 내놓으며 네티즌의 관심을 끈 허 후보.
지난주 대선을 목전에 두고 열린 '군소후보 TV 토론'을 통해 허 후보가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들은 이것만이 아니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젊은이들에겐 매월 100만원을 지급한다."
"모든 세금을 폐지한다."
"국민들의 실망만 부르는 정당제도를 없앤다."
"남북평화를 위해 유엔본부를 판문점으로 이전한다."
"새는 세금을 막아 국민 1인당 평생 15억원을 지급한다."실현가능성은 그다지 커 보이진 않지만, 허 후보의 '시원시원한 대국민 약속'은 지리멸렬한 한국 정치인들의 이권싸움에 지친 유권자와 네티즌을 자극했다. 이는 즉각 인터넷에서의 '허경영 열풍'으로 나타났다.
'군소후보 TV 토론' 이후부터 "실현되지 못할 공약이라도 좋다. 듣는 이의 가슴을 시원하게 하는 허경영 후보의 파격적인 공약을 들으면서 가슴이라도 시원해졌으니" 혹은, "꿈꾸는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허경영은 꿈꾸는 사람이다"라는 지원사격과 응원의 목소리가 인터넷 곳곳에서 쏟아진 것.
그것만이 아니다. 1970년대 행진곡풍 곡에 허경영 후보의 공약을 노랫말로 붙인 '선거 CF'도 선풍을 일으켰다. 판문점에서 남·북한 군인들이 이 노래에 맞춰 흥겹게 춤추는 장면을 패러디한 네티즌들의 작품도 적지 않았다.
인터넷뿐이 아니라 공중파 방송에서도 허경영 후보의 성대모사가 인기를 모았다. KBS 개그프로그램 '현대생활 백수'라는 코너에서 주목받았던 개그맨 고혜성이 단호하면서도 코믹한 허 후보의 목소리를 흉내내 "내 아이큐가 430인데, 내가 코미디협회장이 되면 결혼하는 코미디언들에게 5천만원씩 주겠다"는 우스개로 시청자들의 폭소를 유발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