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랑거리는 물결 속에 무심히 죽어가는 바다를 보면 더 없이 마음이 무겁습니다.
유신준
심난한 마음에 사설이 길어졌습니다. 자원봉사랍시고, 잠깐 다녀가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겠습니까. 앞으로 긴 세월을 두고 다가 올 바다의 저주를 생각을 하면 끔찍해집니다.
그러나 정작 가슴이 답답한 것은 생태계 회복에 20년이 넘게 걸린다는 보도때문이 아닙니다. 시꺼먼 기름을 수천 톤 뒤집어쓰고도 아무 일 없는 듯 찰랑이는 무심한 바다를 바라보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갯벌의 수많은 생물들을 품어 길러낸 너른 가슴이 찰랑거리는 물결 속에 하루하루 무심히 죽어가는 것을 보면 더 없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박형이 인연이 되어 태안을 알게 되었고 태안을 생각하면 언제나 소박한 바닷가의 꿈을 떠올렸습니다. 대통령선거마저 톱기사에서 내려버린 사상초유의 해양오염 사태는 시간이 흐르면서 시나브로 잊혀지겠지요. 자연의 위대한 힘으로 죽음의 바다는 언젠가 회복되겠지만 푸른 바다위에 떠 있던 검은 오물들과 함께 태안 바다는 우리들 마음 속에 상처로 오래 남아 있을 겁니다. 태안 바다는 태안 사람들만의 바다가 아니고 우리 모두의 바다이기 때문입니다.
기억할 겁니다. 기름유출이란 엄청난 사고를 당하고도 속수무책이었던 우리의 둔감한 초기 대응을, 삼성의 뻔뻔한 부도덕과 몰염치를, 시커먼 바다를 바라보며 절망하는 죄 없는 태안 사람들의 울분을, 갯바위를 기름걸레로 닦아내며 가슴 속에 맺힌 온국민의 응어리들을 잊지 않을 겁니다. 검은 오물들에 휩쓸려 사라져 버린 박형의 소박한 꿈과 함께 오랫동안 잊지 않고 기억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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