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선자 박지명 거사의 힘찬 붓질.
최용호
“사경은 제 삶의 전부입니다. 그 길도 역시 성불할 수 있는 방편이기 때문입니다.”불교에는 도를 끼치는 수행방법이 수도 없이 많다고 한다. 이를테면 참선, 명상, 염창, 염불, 사경 등 자신만의 방법으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면 되는 것이다. 묵선자(墨禪子) 박지명 거사는 이 가운데 사경으로 성불하는 수행자다. 30년이 훨씬 넘는 세월을 사경과 함께 살아온 그는 궁극적으로 사경을 통해 깨우침을 이루려고 한다.
최근 박지명 거사는 경남 울주군 상동면 보은리(통도사에서 언양방면으로 6km 지점)에 위치한 ‘묵선자불경전시관’에서 하루 3천자씩 10시간이 넘는 14개월의 강행군을 마치고 길이 16km, 너비 90cm의 칡으로 만든 비단 위에 무려 90만자에 달하는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을 완성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이 대역사는 ‘불교사경 역사상 초유의 역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지난 22일 기자는 주변의 불교 인사들에게 수소문하여 묵선자 박지명 거사를 찾아 나섰다.
박지명 거사는 지금부터 16년 전인 1991년 전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이었던 월하스님을 만나면서 본격적인 사경의 구도에 들어갔다.
일찍이 신라의 원효대사가 제자들에게 기도하는 법을 이야기하며 “절하는 무릎이 얼음처럼 시려도 볼 생각을 하지 말고, 주린 창자가 끊어져도 먹을 생각을 하지 말라”고 설파한 바 있는데, 이 가르침을 실천이라도 하듯 우유 한 병으로 사나흘을 연명하며 하루에 적게는 2천자에서 많게는 7천자씩 사경삼매에 젖어들었다.
‘대인이 대인을 알아본다’는 속설처럼 사경에 의한 수행을 해오면서 박거사는 서옹, 월하, 월산, 지종, 성수, 정관, 성오스님 등 근현대 불교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큰스님들과 붓을 통한 인연의 틀을 놓았다.
전 조계종 종정 서옹 큰스님은 “글씨에 한 점의 때가 묻지 않고 참으로 곱고 맑은 기운이 가득하다”고 칭찬했고, 월하 큰스님은 “현존하는 우리 서예계와 불교계를 통틀어 박거사의 사경이 최고”라며 “박거사는 30년이 넘는 세월을 무량한 사경의 공덕과 사경보시의 공덕으로 이타행(利他行)을 실천했다”고 극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