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애니따스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뮤지컬 애니
애니 공식 홈페이지
11살 귀여운 소녀 '애니'가 마음마저 차가운 뉴욕거리를 이리저리 헤맸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왔다. '몰리'와 어린 친구들이 고아원 원장의 '횡포'에 살기 힘들다고 노래할 땐 가슴이 멎는 것 같았다.
그 동안 마음의 온도계가 고장났었나 보다. 추운 겨울, 벌벌 떠는 노숙자들에게 따스한 시선 한 번 주지 못했고, 모금의 손길을 기다리는 종소리엔 미동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 들어섰을 때, 너무나도 큰 극장 크기에 압도당했다면 <애니> 커튼콜 후엔 11살 소녀의 마음을 보고, 그 희망찬 기운에 압도당했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찾아온 어린 관객들도 마지막 장면에서 '투모로우'를 함께 부를 땐, 몸을 이리저리 들썩이며 혹은 기립박수로 '애니'를 응원하고 있었다. 애니의 따스한 부르짖음이 산만하던 그들의 시선을 녹이고, 결국 감동이란 두 글자로 귀결시킨 것이다.
'애니'를 보면서 더욱 감동 받았던 것은 옆 좌석에 앉았던 한 어머니와 어린 아들의 모습이다. 공연 내내 티격태격하던 두 모자는 마지막 '투모로우' 장면에서 서로의 두 손을 꼭 포개고 있었다. 그 어떤 뮤지컬보다 가슴이 저려오는 장면이었다.
한편 아이들을 못 괴롭히지 못해 안달 난 알코올 중독자 고아원 원장은 '사랑'에 무척이나 목마른 사람이었다. 대통령을 비꼬며, 정처 없이 떠다니는 도시의 부랑자들 역시 사실은 '사랑'에 굶주린 사람들이었다.
'애니'의 팔 속으로 '샌디'가 뛰어 들어온 것처럼 '워벅스'의 넓은 품에서 '애니'가 곤히 잠든 것처럼 우리는 그런 따스한 '사랑'으로 살아가는 존재들 인 것이다.
'투모로우' 노래 가사처럼 내일의 해는 반드시 밝아온다. 겨울이 있어야 봄이 있고, 지독한 밤이 있어야 상쾌한 아침의 해가 뜨듯이 지금 추락하고 있을지라도 어깨에서 조용히 돋아나고 있는 희망의 날개를 조금씩 펴보는 것은 어떨까?
상황의 지배를 받지 않는 우리의 희망, 귀여운 '애니'처럼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SBS U포터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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