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배달 3500통, '파김치' 집배원

고지서·연하장 등 연말연시 우편물 폭증에 격무

등록 2007.12.27 17:16수정 2007.12.27 17:16
0
원고료로 응원
 넘쳐나는 우편물
넘쳐나는 우편물백승태
넘쳐나는 우편물 ⓒ 백승태

"너무 힘들다", 거제우체국 산하 기관 12월 들어 6명 이직

 

연말연시 우편물 폭증으로 우체국 집배원들이 ‘파김치’ 상태다. 또 과다한 업무에 지친 집배원들이 하나 둘 우체국을 떠나고 있다.


거제우체국 산하 70명의 집배원들이 매일 20시간 가까이 업무에 시달리고 있지만 늘어나는 물량을 감당할 수가 없다.

아침 일찍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에 나서 밤늦게 우체국으로 돌아오면 분류작업이 기다린다. 분류작업은 새벽까지 계속되지만 끝은 보이지 않고 작업은 새벽까지 계속된다. 쇼파에서 새우잠을 자는 직원들이 늘어난다. 다시 여명이 밝아오고 또 고된 하루가 시작된다.


이 같은 힘든 업무를 견디지 못해 12월 들어서만 벌써 6명의 집배원이 직장을 떠났다. 대부분이 부양가족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젊은층이다. 이들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적은 보수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자유롭고 덜 힘든 조선소 근무를 택하고 있다.


남아 있는 집배원들은 피로누적에 따른 건강 훼손과 각종 사고마저 우려되고 있다. 집배원이라는 직업의식은 둘째치고 가족들을 부양해야 하는 만큼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당장 그만 둘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집배원 A씨는 “집배원들은 아파서도 안 되지만 아플 수도 없다”며 “만약 내가 아프면 다른 동료들이 그만큼 더 고생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몸이 아파도 아픈 시늉조차 못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우편물과 부족한 집배원

 

 우편물을 분류하는 집배원
우편물을 분류하는 집배원백승태
우편물을 분류하는 집배원 ⓒ 백승태

우편물이 가장 많은 연말에 대통령선거가 겹치면서 이달 초부터 각종 홍보·공보물이 폭증한데다 연하장과 선물 소포, 각종 모임 안내, 연말정산 등 각종 고지서와 달력 등 일반우편물이 쏟아지면서 우편물 대란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하루 평균 우편물량이 평소보다 1.5배 가까이 폭증, 배달지연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따른 항의민원도 줄을 잇고 있다. 선거우편물 중 상당수는 주소불명 등으로 반송되는 경우가 많아 우편물 대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거제우체국의 경우 하루 평균 20만통의 우편물을 처리했으나 연말 크리스마스카드와 연하장이 몰리고 선거 관련 우편물과 각종 고지서 등이 쏟아지면서 최근 30만통으로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초인적인 업무를 감당하지 못한 집배원들이 하나 둘 우체국을 떠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거제우체국에 따르면 집배원 1명이 하루 배달한 우편물은 약 2000통 이었으나 12월 들어 3500여통을 배달하고 여기다 분류작업까지 해야 한다며 이는 정상근무로 처리하기 불가능한 업무로 밤샘근무가 불가피 하다는 것.


이에 따라 거제우체국은 결원에 따라 계속 인원을 충원하고 있으나 그 조차 마땅찮다. 숙련도가 떨어져 업무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일에 익숙해질 정도가 되면 힘든 집배원 생활을 못하고 떠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집배원 B씨는 “각종 우편물 폭증으로 일반 직원들까지 우편배달업무를 지원하고 있으나 심야근무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원활한 우편발송을 위해 시민 여러분들은 우편번호만이라도 정확히 기재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인력충원과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 복지수준 향상 등으로 집배원들이 소명의식을 갖고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제우체국 장덕만 물류과장은 “폭주하는 물량으로 집배원들이 잠도 제대로 못자고 매일 고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추운 날씨속에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나가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한편 거제우체국은 내년 1월2일 집배원들의 사고없는 한 해를 위해 ‘무사고 기원제’를 가질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거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거제 집배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3. 3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4. 4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5. 5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