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우 역의 김민준
KBS
<인순이는 예쁘다>는 차별받는 '사회적 소수자'에 관한 드라마였다. 전과자인 여성, 그것도 살인이라는 중범죄를 지은 인간에게 우리 사회의 시선은 그리 관대하지 않다.
평생 살인 전과자라는 사회적 낙인이 찍힌 채 살아야 하는 한 여성이 출소 후 겪게 되는 세상의 오해와 편견, 그리고 역경 속에서도 새로운 삶을 찾아가려는 희망의 메시지는 어떤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 주변의 일상처럼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내 눈길을 끌었다.
인순이의 삶과 정체성을 규정지어온 것은 언제나 그녀 자신이 아닌 세상의 시선이었다. 사람을 죽여서 옥살이를 한 무서운 살인범, 지하철에서 시민을 구한 영웅, 친어머니에게 버림받은 불쌍한 딸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녀의 인생 역정에서 그녀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삶은 거의 없었다.
인순이의 삶은 언제나 타인에 대한 직간접적인 종속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원치 않은 오해와 기대, 편견의 엇갈림 속에서 의지할 데도 없고, 그리 똑똑하지도 못한 인순이의 인생역정은 어쩔 수 없이 '내가 원하는 나가 아닌, 세상이 원하는 굴레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나'에 대한 고민의 연속이다.
인순이의 잃어버린 행복을 되찾아줄 수 있는 정답은 바로 자기 자신에게 있었다. 자신이 원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영웅도 아니고, 내가 힘들면 언제든지 나를 도와줄 왕자가 나타나는 신데렐라도 아닌 평범한 소시민이지만, 적어도 자신의 삶을 선택할 권리는 세상이 아닌 자신에게 있다는 자각을 통해 인순이는 마음의 평안을 되찾는다.
변덕스러운 세상은 인순이를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상처를 줬지만 자신이 진정 원하는 '자아'를 깨달은 인순이는 더 이상 자신의 불행을 세상의 탓으로 치부하지 않는다. 세상이 인순이를 용서한 것이 아니라, 인순이가 세상을 용서한 것이다.
표민수 PD와 정유경 작가 콤비는 인순이라는 인물을 통해 또 한 번 인간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드러내 보였다. <백만장자와 결혼하기>의 부진 이후 한동안 연기활동이 뜸했던 김현주는 오랜만의 복귀작에서 인상적인 호연을 펼치며 한층 성숙해진 매력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