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와 오토바이>의 두 주인공. 박찬례(왼쪽)씨와 최경성씨
안소민
최 : "사랑받지 못한다는 열등의식이다. 어렸을 적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고 나중에는 믿었던 아내마저 배신을 했다. 하늘마저 그를 배신했다. 기형아를 주었으니까. 결국 자신은 사랑받을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자신을 사랑하는 제자 박경숙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또 어느 때 버림받고 배신당할지 두려워서 다가서지 못하는 거다."
박 : "박경숙은 황재규에게 과감하게 그 틀에서 벗어나라고 외친다. 재규에게 돼지와 오토바이의 교훈을 이야기를 해준 것도 경숙이다. 자신의 습성대로 살지말자고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구겨질 대로 구겨진 삶이 왜 아름답질 않겠느냐'고. 현실을 인정하고 당당하고 똑바로 제 인생을 살아야한다고 말한다. 극중에서는 경숙이 제자로 나오지만 내가 보기엔 거의 (황재규) 인생의 선배다. (일동 웃음)"
<돼지와 오토바이>는 어떤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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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 오토바이 타는 얘기? 옛날에 돼지를 접붙이려면 할아버지가 회초리로 씨돼지 엉덩짝을 때리면서 요리조리 몰고 다녔거든? 헌데 요새는 오토바이에 태워 나른데. 오토바이 뒷자석에 쇠틀상자를 만들어 거기에 태우고 다니면서 접붙인다 이거야. 그러니까 이 씨돼지가 오토바이만 탔다하면 벌써 그건줄 알고 꿀꿀 꽥꽥 신난다는거지…."
단순히 고아라는 사실 하나 때문에 사회의 냉대와 차별을 받고 살아야했던 황재규. 그는 결혼을 하여 보기에도 끔찍한 기형아를 낳는다. 아이가 자라면서 겪어야 할 수모의 인생살이를 미리 그려보면서 그는 아내를 설득하여 이 아이를 살해한 뒤 자수한다.
그가 옥살이를 하는 동안 아내는 그의 가장 친한 친구와 금지된 관계에 빠지지만 어느날 중첩되는 죄책감에 못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형기를 마친 재규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배신감이 엇갈리는 고통의 세월을 보낸 뒤 마침내 삶을 긍정하여 과거의 질곡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고 그를 사랑하는 옛 제자와 결혼하기로 결심한다. - <돼지와 오토바이> 리플릿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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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 "그래서 남자한테는 현명한 여자가 필요한 거다. 남자는 평생 어린애라니까."
안 : "황재규라는 인물을 연기해보니 느낌이 어떤가. 평범한 인물같지는 않은데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겠다."
최 : "배우는 언제 어디서든 무슨 역할을 하든 당연히 몰입할 수 있어야한다. 그건 배우의 기본 아닌가."
안 : "알았다. 그럼 본인이 진짜 황재규였다면 어땠을 것 같나. 기형아를 낳았다면?"
최 : "(잠시 생각하다) 난 황재규보다 성질이 더 급하니까 아마 더 빨리 결정을 내리지않았을까."
안 : "어떤 방향으로?"
최 : "황재규와 같다."
안 : "의외다."
최 : "그럴 수밖에 없었던 황재규의 심정, 십분 이해한다. 사실 7년 전 난 황재규라는 인물을 연기한 적이 있었다. 그땐 젊었던 때라 세상의 모든 일에 다 자신이 있었다. 좋게 말하면 열정적이었고 나쁘게 표현하자면 좀 철이 없었을 때지. 그런데 이제 극중 황재규 나이 또래가 되니까 좀더 앞날을 더 깊이 내다보는 태도가 생겼다. 어떻게 보면 삶의 지혜나 연륜같은 것이 생긴것일 수도 있고 또 어찌보면 몸을 사리게 되었다고나 할까?
안 : "어느쪽이 황재규를 연기하는데 더 좋았나?"
최 : "당연히 지금이다. 지금 나는 황재규 그 자신이다. 하지만 또 7년이 흐른 뒤 황재규를 연기하게 되면 그땐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안 : "찬례씨는 어땠나. 극중에서 1인 8역을 했다. 굉장하다. 특히 재규의 전 부인과 경숙이 역할을 다 했는데 느낌이 어떤가. 둘중 어느쪽에 더 공감이 갔나."
박 : "전처와 경숙은 얼핏보면 상반된 인물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슷한 점이 많다. 연기하면서 두 사람이 상반된 인물이라는 느낌을 한번도 갖지 못했다. 전처와 경숙이 모두 재규의 인생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분기점같은 존재였으니까."
시간이 흐른 뒤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