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순 경찰청장2008년 2월 9일까지 2년 임기를 채운 최초의 경찰청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우성
치안정감 대여섯 명, 그리고 사실상 두세 명 중에서만 경찰청장을 골라야 하는 것은 사실, 수준 높은 치안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국민들 입장에서 보았을 때 그 선택의 폭을 너무 좁혀놓은 것으로 진작 시정했어야 마땅했다. 그간 이른바 경찰고위직의 기득권 수호 차원에서 국민의 이익을 침해해 온 이 제도는 하루 빨리 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처럼 경찰 외부인사 영입을 통하여 자치경찰, 수사권독립, 경찰대학폐지 등 경찰개혁과 경찰의 현안들을 해결하자는 충북경찰청장의 견해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 법적으로 이는 청장을 "정무직 혹은 치안총감"으로 보한다고 개정하기만 하면 된다.
정무직화 방안은 치안정감 뿐 아니라 치안감 경무관 등으로까지 청장 선택폭을 넗히도록 하는, 말 그대로 '선택폭' 확대 방안(현직경찰 유지)이 아닌, 재야법조인 등을 포함하여 퇴직경찰이나 군(출신)이나 법조(출신) 등에게까지 문호를 개방하는 그야말로 '청장 문민화' 방안을 가리킨다.
경찰 문민화가 세계적 추세
박종환 충북경찰청장 발언 |
"지금까지 말씀 드린 몇 가지 현안과제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는 '경찰청장 직위개방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통해 경찰청장 직위를 조직 내외에 전면 개방하여,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는 문민(文民)이 경찰청장으로 임명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아울러, 직위개방에 맞춰 조직 규모와 업무 비중에 맞게 경찰청장의 직급도 장관급으로 상향조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경찰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경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늑장·외압·은폐·부실 수사의혹을 받았던 한화사건과 일부 기강 문란 사례 등을 보면, 경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경찰의 혁신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역대 경찰지휘부의 부단하고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찰 출신에 의한 경찰 혁신은 그 한계가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며, 이제는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아, 그래서 정당성과 권위를 인정받는 문민(文民)에 의한 개혁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므로, 국민의 지지와 신뢰없이는 경찰의 발전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찰의 사고에서 벗어나 국민 중심 사고로,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아 흔들림 없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문민(文民)이 직위개방을 통해 경찰청장으로 임명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될 때, 독임제 행정의 순혈주의 폐해를 극복하고 경찰 혁신을 더욱 역동적으로 추진하여, 경찰조직을 국민에게 되돌려 주는 기틀이 마련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문민이 영입되어 경찰개혁이 가속화되면 국민의 신뢰는 높아질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경찰 현안이 해결되어 양질의 치안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게 되는, 이른바 ‘스노우 볼(Snow Ball)효과’로 선순환이 반복되어 진정으로 신뢰받는 ‘국민의 경찰’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청장 직위 개방에 따른 정치적 중립 훼손 우려에 대해서는, ‘경찰위원회' 역할 강화 또는 총리 산하에 ‘공안위원회’등 도입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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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금년 2월 9일 임기가 만료되는 이택순 청장 후임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려면 시급하게 경찰법 및 경찰공무원법을 개정하여 문민을 경찰청장으로 임명토록 법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만약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 현행법 체계 안에서도 가능하지 않나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즉, 현행 경찰법과 경찰공무원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별도의 법개정 없이도 경찰 외부 인사를 치안총감(혹은 치안정감)으로 ‘특채’할 수 있는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박종환 충북청장의 법해석과 달리, 경찰공무원법보다 신법에 속하는 경찰법에 따르면 인사권자의 경찰청장 선택폭을 법으로 제약해 놓았다고 볼 수 없으며, 따라서 외부인사의 경찰청장 임명은 현행법으로도 가능하며 청장을 '치안총감으로 보하기만' 하면 된다는 법해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법제처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법개정 없이도 이렇게 정무직으로 임명하는 것이 가능은 하나, 법개정을 하는 것이 논란의 소지를 없애는 방법이라고 한다.
김대중 정부 때와 2006년 초 허준영 청장의 후임 청장을 인선할 당시에도 경찰청장 문민화라는 동일한 문제가 제기되었음에도 청와대 검토 내지 경찰위원회 동의단계에서 법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는 식으로 덮어두고 지나간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경찰청장이 될 수 있는 치안총감 등 경찰 고위직의 강력한 기득권 수호 의지에 가려졌거나 여기에 영합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경찰청장 문민화와 같은 맥락에서 문민이 운영해야 하는 경찰대학,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경찰교육연구기관 등의 소속기관 문제라든가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메커니즘이 좀더 정상화될 수 있다.
나아가 경찰청장 뿐만 아니라 시도지방경찰청과 본청의 감사관, 청와대 치안비서관, 경찰대 학장, 교통국장, 전산 책임자 등을 포함하여 경찰 직위 중 문민화 대상 범위를 더욱 크게 확대해 나가야 한다.
경찰 전체 인력의 30~40%가 문민이 차지하고 있는 선진 경찰의 사례들에 비추어 보았을 때 정규 경찰 아닌 일반 문민이 할 수 있는 업무를 과감하게 문민화 하여 정규 경찰 운용을 더욱 전문화 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영국을 포함하여 많은 국가들에서 문민은 경찰청 혹은 시도경찰청의 차장까지 승진할 수 있다. 사실, 경찰청장 문민화는 경찰 문민화라는 거대한 세계적 흐름의 일부에 불과하다.
런던 경찰청장, 시의회에서 불신임 당해사실, 아직 국가경찰위원회나 각 시도자치경찰위원회 같은 민주적 경찰거버넌스 구조가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이 설령 경찰청장이나 시도지방경찰청장을 문민으로 임명한다 해도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나 정치적 중립을 기대하긴 힘든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