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가 4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남북정상회담 추진과정에서 한-미간 사전협의가 충분치 않았던 점에 대해 반성의 뜻을 표시했다"고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이 발표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 같은 보고내용을 시인하면서 "당시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측과 사전협의가 이뤄지지 않은데 대한 유감의 뜻이 비공식적으로 전달되어온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외교부가 반성한다는 차원의 보고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미국 정부의 공식적 반응은 '환영' 쪽이었다. 당시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항상 남북간 대화를 지지해왔다"면서 "남북정상회담이 평화와 안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며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로 진전될 필요가 있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외교부의 이날 보고내용은 미국이 이런 공식적 반응과는 달리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해서도 사전협의를 요구하는 등 남북관계에 일일이 간섭해왔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외교적 파장이 예상된다.
외교부가 미국측의 이런 반응을 그 동안 감춰오다가 인수위 보고라는 형식을 통해 밝힌 것에 대해서도 과연 적절한가 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외교당국간 비공식적 의견교환이었다면 끝까지 '비공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옳다. 결국 이명박 당선인 측의 구미에 맞는 보고를 위해 '알아서 엎드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이동관 대변인은 브리핑 과정에서 "한-미간 어떤 협의가 부족했다는 것인지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상대국이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 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외교부는 이 밖에도 현 정부 출범 초기 북한의 위협에 대한 인식과 한미동맹의 재조정 협상에서 이견이 표출된 점에 대해서도 '반성의 뜻'을 표시했다고 이 대변인은 밝혔다.
'비핵·개방 3000' 뒷받침 위해 400억 달러 국제협력기금 조성
한편 인수위는 이날 외교통상부 업무보고를 통해 이명박 당선인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 3000' 구상을 뒷받침하기 위해 400억 달러 규모의 국제협력기금 조성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비핵·개방 3000'은 핵 포기와 개방을 전제로 북한의 1인당 국민 소득을 10년 안에 3000달러로 높여주겠다는 구상으로, 이를 위한 기금 조성은 북한에 대한 구체적 지원 준비를 의미한다. 외교부는 오는 11일 2차 업무보고를 통해 구체적인 기금조성 방법과 실행방안을 보고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실용외교를 통해 선진 일류국가에 진입한다는 슬로건 하에 외교안보의 '3대 비전'과 '7대 독트린'을 제시했고, 인수위는 이를 수용했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
'3대 비전'은 ▲ 평화 ▲ 번영 ▲ 국격(國格)을 높이는 것이고, '7대 독트린'은 ▲ 북핵 폐기와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유도하는 전략적 대북정책 추진 ▲ 국익을 바탕으로 한 실리외교 실천 ▲ 전통적 우호관계를 바탕으로 한 한미동맹 강화 ▲ 아시아 외교 확대 ▲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외교 ▲ 에너지 외교의 극대화 ▲ 문화 코리아의 지향 등이다.
2008.01.04 17:57 | ⓒ 2008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남북정상회담, 미국과 사전협의 없었다고 반성?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