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이 사진은 올라가면서 일부러 내려오는 걸 연출해서 찍은 사진이에요. 그런데 아뿔싸! 그 사이 눈이 더 쌓여 바로 앞에 보이는 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답니다. 쿵~!!!
손현희
자,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어요. 해가 떨어지면 지금보다 훨씬 더 추울 테니 서둘러야 했어요. 아, 그런데 이게 웬일이래요? 내려갈 채비를 하며 장갑을 끼었는데, 그야말로 얼음장이었어요. 손에 끼는 순간 뼛속까지 시린 느낌이 밀려오는데 큰일 났어요. 아까 잠깐 쉬면서 장갑을 벗어 놓았는데, 겨울철엔 품속에 넣어둬야 한다는 걸 깜빡 잊었던 거예요. 올라올 때 손은 시리지만 힘을 쓰기 때문에 장갑 안에 땀이 차 있어요. 그게 식으면서 얼음장처럼 차가웠던 게지요.
손이 꽁꽁 얼어서 굳었어요. 가파른 내리막 눈길을 가려면 브레이크 조절을 잘 해야 하는데 덜컥 겁이 났답니다. 모두 한참 동안 손을 품에도 넣었다가 비비기도 하면서 가까스로 녹인 뒤에 다시 탔지만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어요.
“어! 어! 어!!!!!!!!!!!!!!!!!”
“쿵!…”지금까지 아무리 험한 길을 가도 한 번도 넘어진 적이 없던 남편이 그만 눈 속에 파묻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어요. 그것도 아까 올라올 때 아름다운 눈꽃에 흠뻑 빠져 부지런히 사진기를 눌러대던 바로 그곳이었어요. 그 사이에 눈이 더 쌓여서 눈 속을 가늠할 수 없었던 거예요. 다행히 미끄럽고 내리막이라 천천히 내려왔기 때문에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다리를 절룩거려요.
끌다가 타다가 하면서 가까스로 바람재 고개를 내려오니, 그렇게나 모진 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치던 게 거짓말처럼 잠잠해요. 바람도 눈보라도 말끔히 사라졌어요.
“어째 산 위에하고 이렇게 다르냐? 지금 여기서 봐도 저 산 꼭대기가 그렇게 험한 날씨인 줄 누가 알겠어?”
“애고, 난 정말 죽는 줄 알았다. 내가 잔차 타고 추워서 고생한 건 오늘이 처음이다.”
“아이고, 그러게 말이에요. 아까는 산에 가서 조난당했다는 사람 심정을 알겠더라고. 내가 딱 그런 기분이 들었거든.”“어쨌거나 모두 애 쓰셨어요. 무사히 잘 내려왔으니 다행입니다. 그나저나 다친 데는 괜찮으세요?”
“그럼요. 무르팍 조금 깠을 뿐이에요.”
“오늘 다들 대단하십니다. 눈티비 처음 탔는데도 이만하면 잘 하신 거예요.”함께 갔던 장인표(닉네임 알짱)씨는 아무 탈 없이 험한 산을 내려온 게 다행이라고 하면서 격려해주었어요. 사실 오늘 함께 간 세 사람은 거의 초보나 다름없고 더구나 눈길에 자전거를 타는 건 모두 처음이었거든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우리를 이끌고 가셨던 선배님이 날씨가 너무 험해서 말은 안했어도 꽤나 걱정했을 거예요.
“아, 그래도 오늘 정말 좋았어요. 눈 구경도 실컷 했고, 아마 오늘 같은 구경은 두 번 다시 못할 거예요.”저마다 험한 바람재에 올라가 매우 힘들었지만 멋진 풍경까지 보고, 눈보라와 세찬 바람을 견디며 바람재 꼭대기까지 다녀온 걸 얼마나 자랑스러워했는지 모른답니다.
“오늘 사진을 보면, 우리 회원들 같이 못 온 걸 몹시 후회할 걸요?”
“하하하 그러게 말이에요. 실컷 약 올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