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소백산멀리 산 정상에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통상 눈꽃이라고 불리우는 상고대이다.
안준철
그것은 소백산의 아름다운 눈꽃 못지않게 유명한 이른바 ‘칼바람’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소백산의 눈꽃이나 상고대가 아름다운 것은 지형적으로 북서풍의 매서운 바람을 맞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름다움의 이유가 곧 위험의 이유가 되는 셈이다. 어쨌거나 그 악명 높은(?) 칼바람을 피할 길은 없다고 해도 칼날보다는 칼등에 베이는 것이 백번 낫겠다 싶어 우리 일행은 바람의 방향을 예견하는데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소백산 등반 코스는 여러 갈레이다. 백두대간 제1코스는 죽령-제2연화봉-제1연화봉-비로봉-국망봉-늦은막이-마당치-고치령으로 장장 24.9km이다. 일반 사람들이 하루에 주파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리는 희방사 매표소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연화봉(천문대)과 제1연화봉(1394m)을 지나 주봉인 비로봉(1439m)으로 향하는 비교적 짧은 코스를 잡았다. 그래도 약 7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숙소인 옥녀봉 휴양림을 빠져나와 차로 이동하여 산을 타기 시작한 것은 아침 7시 15경이었다. 이른 시각이라서인지 직원들이 보이지 않는(그래서 반가운) 희방사 매표소를 무사통과한 후 높이 28미터로 내륙지역에서는 가장 큰 폭포라는 희방폭포에 당도하자 서서히 어둠이 걷히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침 찬 기운 탓인지 숨을 들이쉴 때마다 목구멍이 아파오면서 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소백산보다 한 수 위인 지리산이나 한라산을 오늘 때도 전혀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칼바람을 맞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점령당한 것을 보면 소백산 칼바람이 대단하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행을 시작한 지 한 시간이 채 못 되어 가파른 오르막길이 잠시 주춤하는 곳에서 두 번째 휴식을 취하는데 그곳이 ‘희방깔딱재’였다. 이곳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숨을 깔딱였으면 이름을 그렇게 지었을까 싶었다. 그 재미있는 이름 덕분에 우리 일행은 모처럼 긴장감을 풀고 한바탕 웃음꽃을 피울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