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에서 사상자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남소연
불길은 잡혔지만 검은 연기는 계속 밤하늘로 퍼지고 있다. 화재현장 수백 미터 밖에서도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독한 연기다. 마스크도 무용지물. 총 1300명이 넘게 동원된 소방대원들의 얼굴은 검은 그을음과 땀으로 범벅이 됐다.
실종자 수색을 위해 지하로 들어갔던 소방대원들은 검게 그을린 시신을 들것에 들고 나온다. 시신은 불길에 심하게 훼손돼 신원조차 알 수 없다. 실종자 가족은 차가운 땅바닥에 쓰러져 오열한다.
200대 넘는 소방차의 비상등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화재 현장 인근에 마련된 현장 지휘본부 상황판의 내용은 다시 수정된다. '사망 25, 실종 15'에서 '사망 30, 실종 10'으로. 시간이 갈수록 실종자는 줄고 사망자는 늘어난다. 끝내 모든 실종자는 사망자로 바뀌었다.
상황판 앞에 선 실종자 가족들은 다시 허물어진다. 눈에서는 눈물이, 입에서는 통곡이 터졌다. 한 실종자 가족은 "평생 고생만 하다가 뜨겁게 불에 타 죽다니, 이게 뭐야!"라고 땅을 쳤다. 그럴 만 하다. 희생자들 대부분은 일용직 노동자들이다.
7일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물류센터 '㈜코리아2000'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은 밤 11시 20분께 비극적으로 일단락됐다. 결국 모든 실종자들은 사체로 발견됐다. 이제 사체의 유전자 감식과 정확한 화재 조사만 남았다.
사망 25명... 사망 30명...사망 40명...속절없이 바뀌는 상황판소방대원들과 구조대원들은 이날 저녁 8시께야 실종자 수색을 위해 건물 지하로 들어갔다. 화재가 발생한 건 오전 10시 40분께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수색을 할 수 없었다. 심한 유독가스도 문제지만 자칫 건물 자체가 붕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 화재 현장의 규모는 무려 6000평에 이른다. 이 곳에 가득 찬 유독가스를 빼기 위해 포크레인을 동원 총 10곳의 대형 구멍을 뚫었다. 많이 옅어졌지만 유독가스는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다.
"불길은 다 잡혔는데, 내부가 모두 붕괴돼 나머지 실종자들을 찾기가 어렵네요. 천장에서 불에 타다 만 구조물이 떨어지기도 해서 아직 위험하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