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포 고 이성복씨] "1년 반만 더 일하고 돌아가자고 했는데..."
조선족 이성화(50)씨는 초조한 눈빛으로 이천시 시민회관 강당 벽에 붙은 종이 한 장을 바라봤다. 잠시 후 떨리는 목소리로 답답한 듯 옆에 있던 기자에게 물었다.
"내 동생도 화재 현장에서 죽었다는데, 왜 명단에 없어요?"
벽에 붙은 종이를 바라봤다. 총 10명의 사망자 이름이 적혀 있었다. 사망자 40명 중 신원이 밝혀진 이들이다. 이씨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 그러자 이씨는 곧바로 벽에 얼굴을 대고 흐느꼈다. 무슨 말인가를 했는데, 발음이 부정확했다. 울음 속에는 중국말과 한국말이 섞여 있었다.
이씨의 동생 이름은 이성복이다. 이씨는 중국 지린성에 살다가 2006년에 부인 임춘원씨와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돈을 벌기 위해서다. 둘은 사고 현장에서 함께 일하다가 변을 당했다. 부인 임씨는 전신화상을 입고 현재 강남 베스티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누나 이성화씨가 동생을 마지막으로 본 건 지난 7월이다. 그 때 동생은 누나에게 "1년 6개월만 더 벌어서 중국으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이성화씨는 "중국에는 일자리가 별로 없어 힘들게 들어왔는데, 동생은 먼 곳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고 울먹였다.
이성화씨는 한국에 들어온 지 1년이 됐다. 이씨는 식당 등을 돌아다니며 일했다. 그러나 최근엔 몸이 아파 그나마도 못하고 있다. 이씨는 "없는 사람들은 국경을 막론하고 어딜 가든 고생"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7일 발생한 사고현장에서 사망한 중국동포는 모두 13명이다.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도 한 명 사망했다. 이 외국인 노동자의 위패는 합동분향소에도 없다. 이천시 사고대책 본부는 "아직 정확한 이름을 파악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밝히고 있다.
합동분향소에는 오전부터 통곡과 흐느낌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08.01.08 14:32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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